인기기사
보기

정보&트렌드

기후위기, 이제는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임철희 교수

기후위기: Next Pandemic, Next Level

COVID-19가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이슈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세계적 경제전문지 <The Economist>에 한 만평이 실렸다. 이 만평에는 복싱장에서 두 선수가 싸우고 있고, 이 경기는 사전경기(Preliminary Round)라고 명시해두었다. 그리고 다음 경기를 할 커다란 선수가 경기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링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두 선수는 각각 지구(인류)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의미하고, 뒤에서 다음 본 경기를 기다리고 있는 가장 커다란 녀석은 바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이다. ‘다음 팬데믹은 기후변화’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의미심장한 만평인 것이다.

올여름 전 세계는 코로나가 아닌 기후재난에 당했다

올여름, 전 세계는 COVID-19의 엔데믹(Endemic)을 향해 일보 전진했지만, <The Economist>지의 만평처럼 기후재난에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먼저 여름이 찾아오는 낮은 위도의 국가들이 먼저 기후재난을 경험했다. 특히 인도에서 이번 3월은 120년 만에 가장 더운 3월로 기록되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더운 시기는 4-5월 정도에 나타나는데, 올해는 3월부터 폭염이 시작되어 인도-파키스탄의 대부분 지역에서 40~50℃ 수준의 극단적 고온을 보였다. 폭염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8월에는 파키스탄에서 사상 최악의 홍수로 3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6월부터 시작된 유럽의 폭염은 8월까지 지속되었고, 대부분 국가에서 최고기온 신기록을 달성했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었던 북유럽의 영국에서도 40℃ 이상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가뭄으로 이어지며,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상태로 기록되고 있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전 세계 곳곳의 강과 저수지가 말라 고대 유적들이 다시 나타난 것이 기사화되기도 하였는데,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뉴스이다.

▲ 유럽우주국의 센티널-3가 촬영한 인도의 지표면 온도.
인도 기상청은 올해 122년 만의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uropean Space Agency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6월에 사상 첫 열대야를 기록하기도 하였고(열대야는 습도가 높아야 하므로 주로 장마철 이후에 발생하는 것이 평년 특성), 8월에는 집중호우로 수도권의 많은 지역이 침수되었다. 9월부터는 태풍이 말썽이다.
고온과 가뭄은 결국 수개월 뒤 식량문제로 이어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온과 가뭄으로 다른 곡창지역의 생산량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올해의 현실이다.

수치가 말해주는 지금의 현실

올해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가 관측 이후 처음으로 420ppm을 돌파했다(2022년 4월 월평균). 전 세계 기준관측소가 되는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관측된 결과이다.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COVID-19로 인한 봉쇄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를 전혀 줄이지 못한 것이다. 해수온도 역시 2021년까지 6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구의 바다는 인간이 측정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상황이다. 해수온도의 변화는 전 지구 기후시스템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연평균 4.5㎜씩 상승하며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폭염으로 전 세계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기록은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5월 미국 해양대기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지구 이산화탄소 월평균 농도는 421ppm이다 ⓒAdina Voicu

지금 이대로 21세기 후반부가 된다면?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못하고 21세기 후반이 도래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선, 전 세계 평균보다 더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한반도는 평균온도가 7℃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쉽게 설명하면, 지금의 기록적인 고온이나 폭염기간은 여름철 평균 이하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 년의 절반 정도가 여름에 해당하는 계절이 될 수 있다. 홍수와 가뭄은 더 극단적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극한홍수의 빈도는 70% 이상 증가하고, 가뭄 현상은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 현상으로 전쟁 난민보다 기후난민이 많아질 세상이다. 과연 그 기후에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해야 할 일

기후위기 시대의 리스크를 ‘물리적 기후리스크’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리스크’로 나눌 수 있다. ‘물리적 기후리스크’란 폭염, 홍수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직접적 위험을 말하고,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 리스크’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의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의미한다. 물리적 리스크는 지금 당장의 문제이고, 전환 리스크는 ‘백년대계’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는 일을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적응(Adaptation)’이라고 표현하고, 전환 리스크와 같은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감축(Mitigation)’이라고 한다. 우리는 적응과 감축 둘 다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나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각자에게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스웨덴에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소녀가 있다. 2003년생이니 이제는 소녀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10대 기후운동가로 유엔회의를 비롯하여 수많은 국제회의에서 연설하는 등 전 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녀는 기후운동을 하는 미래세대 아이콘이 되면서 간혹 사람들은 한국의 툰베리, 제2의 툰베리 등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에게 툰베리와 같은 활동과 영향력을 기대할 순 없다.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유엔 정상회의에 가지 않아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아도 기후위기 시계를 늦출 일들이 있다.

▲ 2018년에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1인 시위를 열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는 전 세계 2,379개 도시에서 188만여 명의 학생들이 동참했다
ⓒAnders Hellberg

먼저, 툰베리가 될 수 없다면,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 얼마 전 삼성전자도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RE100에도 가입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고 했다. 이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탄소중립과 기후문제에 참여하고 ESG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인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소비자’이다. 물론 그 기업의 일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소비자이다. 소비자는 결국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기업이 기후문제에 다양한 노력을 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현명한 소비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문제에 적극적이고 Green Washing이 아닌 진짜 Green이 되고자 하는 기업에게 힘을 실어주는 소비자가 된다면, 그것으로도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특히 학교생활에서도 실천할 여지가 많다. 가장 직접적인 실천은 ‘전기’이다. 우리가 전기차를 깨끗한 차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생산은 화석연료의 비중이 매우 크다(2021년 기준 64%). 불필요한 전기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쉽고 직접적인 실천이다. 우리 학교는 북악관을 비롯하여 높은 건물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를 통한 건물 이동이 잦은 편이다. 즉, 엘리베이터 사용에 우리의 실천 요소가 있다. 너무 높은 층이 아니라면 함께 계단에서 만나길 소망해본다.

기후재난의 적응을 위해서는 소외된 계층에 조금 더 관심 가져주길 소망한다. 여느 재난과 같이 기후재난도 낮은 곳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심지어 온실가스도 가장 적게 배출했을 사람들에게 말이다. 직접적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모아 여론을 형성하고 옳은 정책으로 낮은 곳의 위협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될까 싶지만, 지난 몇 년간 개미(소액주주)들이 코스피(한국종합주가지수)를 끌어 올리는 것을 보며 희망을 발견하였다. 어쩌면 기후 개미가 되는 것이 이번 세대의 숙명일까. 함께 기후 개미가 되어 보는 것을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임철희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기후변화와 환경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이자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기후위기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까지 9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통일부, 해수부 등 다수의 정부 부처와 지자체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 예측, 기후정의와 불평등, 공간정보를 활용한 환경문제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반도 기후협력, 개도국의 산림보전·탄소흡수원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트위터

이 코너의 다른 기사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