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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가요, 발이 가요
북한산 둘레길에서 오운완!
산림환경시스템학과 이창배 교수, 우준혁(18학번)·임희욱(20학번) 학생
 

지난 호에 예고한 대로 이번 정릉 STYLE이 향한 곳은 북한산 둘레길이다. 국민대학교 정문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며 보물찾기하듯 나무의 이름을 찾아 이름을 불러 보았다.

단풍은 왜 생길까?

이창배 교수와 우준혁·임희욱 학생이 국민대학교 정문 앞에 섰다. 북악스카이웨이에 이어 이번에 방문하는 장소는 북한산 둘레길이다. 북한산 둘레길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산책로다. 이날은 명상길 구간인 북한산국립공원북악공원지킴터에서 국민대학교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바위산 코스를 1시간여 걸어볼 예정이다. 이창배 교수가 가을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두 학생을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 구간으로 안내한다.

▲ 북악터널 가는 방향에 있는 북한산 둘레길 명상길 구간 이정표

명상길 구간은 국민대학교 정문에서 북악터널로 향하는 방향에 있다. 버스회사인 약수교통을 지나면 둘레길 진입로가 보이는데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통나무집으로 지어진 북한산국립공원북악공원지킴터가 바로 명상길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산길에는 마치 가을이 낸 발자국인 양 나무가 계절의 무게를 떨군 낙엽들로 가득하다. 이창배 교수와 두 학생이 푹신푹신한 낙엽을 밟으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국민대학교에서도 북한산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직접 북한산에 와서 단풍을 보니 더 특별한 것 같아요. 그런데 준혁님 왜 가을이 되면 나뭇잎에 단풍이 드는 걸까요?” 임희욱 학생이 우준혁 학생에게 질문한다.

▲ 왼쪽부터 우준혁 학생, 이창배 교수, 임희욱 학생

“나무는 가을이 되면 월동 준비를 하는데요. 잎과 나뭇가지 사이에 떨켜(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를 만들어 나뭇잎을 떨어뜨리죠. 떨켜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뿌리에서 물이 잎으로 전달되지 않고, 광합성은 그대로 진행되는데 이때 잎에서 생성된 양분은 떨켜가 있는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내에 남게 돼요. 결국 니뭇잎에는 산성도가 증가하고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색소가 나타나는 거예요.” 우준혁 학생이 답한다.
“준혁 학생이 단풍의 원리에 대해 잘 설명했는데요. 잎에는 여러 가지 색소가 있어요. 단풍나무 잎이 붉게 물드는 이유 중 하나는 잎 안에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때문이고, 느티나무 잎이 주황색 또는 노란색으로 물드는 이유는 카로틴, 크산토필이라는 색소 때문이죠. 참나무과의 잎은 가을에 갈색을 띠는데요. 노란 색소인 크산토필과 탄닌이 발현됐기 때문이에요.” 이창배 교수가 우준혁 학생의 답에 풍성한 가을의 색을 더한다.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 잎, 향

북한산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단풍의 색이 더 다채로워진다. 각자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단풍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데 이창배 교수가 두 학생을 테이블로 불러 모은다.
“북한산에 오르니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어 참 좋은데요. 여러분은 나무를 볼 때 무엇을 보고 구분하나요?” 이창배 교수의 질문에 임희욱 학생이 ‘잎 모양’, 우준혁 학생이 ‘수피(나무의 껍질. 줄기의 코르크 형성층 바깥쪽에 있는 조직)’라고 답한다. 나무는 잎 모양, 수피 외에도 꽃, 열매, 향, 겨울눈(늦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생겨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자라는 싹)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창배 교수가 두 학생의 답변을 듣고 테이블에 생김새와 크기가 조금씩 다른 나뭇잎 다섯 개를 올려놓는다.

▲ 임희욱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창배 교수와 우준혁 학생

▲ 왼쪽부터 팥배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오른쪽에 있는 제일 큰 나뭇잎은 ‘신갈나무’예요. 잎 테두리에 물결 모양의 거치 같은 것이 있죠. 신갈나무 옆에 있는 나뭇잎은 작은 잎과 뾰족한 가시가 있는데 이것은 ‘졸참나무’예요. 바로 그 옆에 두 개의 나뭇잎은 생김새가 비슷한데 나뭇잎 뒷면이 하얀색이면 ‘굴참나무’, 그렇지 않은 것은 ‘상수리나무’입니다. 이 네 개 나무를 흔히 ‘도토리나무’라고 하는데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이죠. 방금 살펴본 것과 전혀 다르게 생긴 나뭇잎 하나가 있죠. 이것은 ‘팥배나무’예요. 봄에는 하얀색 꽃이 탐스럽게 피고 가을에는 붉고 노란 열매가 열리죠.”
이창배 교수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나무를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이제 다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일 차례다.

▲ 산초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이창배 교수와 임희욱 학생

▲ 산초나무(왼쪽), 생강나무(오른쪽)

임희욱 학생이 검은 열매가 달린 위로 늘씬하게 뻗은 나무 앞에 선다.
“교수님, 이 나무는 ‘산초나무’ 아닌가요?” 이창배 교수가 임희욱 학생이 있는 곳으로 다가선다.
“산초나무는 독특한 향을 지녔어요. 추어탕에 넣는 갈색 향신료가 바로 이 산초나무의 열매로 만든 것인데 덜 익은 열매를 갈아 만든 것이죠.” 우준혁 학생이 열매를 따 향을 맡은 다음 임희욱 학생에게 건넨다. 상큼한 생강 향이 나는 ‘생강나무’도 북한산 둘레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라고 이창배 교수가 귀띔한다. 손으로 나뭇잎을 비비면 생강 향이 살살 올라오는데 봄에 난 새순은 부각으로 만들어 먹는다.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 겨울눈

산초나무를 지나 발걸음을 옮기니 가까운 곳에 붉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그림 같이 서 있다. 산에서만 볼 수 있는 ‘당단풍나무’다. 당단풍나무는 학교나 공원 등에 있는 단풍나무보다 더 곱게 물드는데 주로 중부지방과 이북에서 자생한다. 이창배 교수가 당단풍 나뭇잎과 그 옆에 있는 작살 나뭇잎을 꺾어 겨울눈을 보여 준다.

▲ 잎자루 속에 있는 당단풍나무의 겨울눈(왼쪽), 가지와 잎 사이에 있는 작살나무의 겨울눈(오른쪽)

“당단풍 나뭇잎을 꺾어보면 이 안에 작은 싹이 보이는데 이게 바로 겨울눈이에요. 잎자루 속에 싹이 있어 ‘엽병내아(葉柄內芽)’라고 표현하는데 잎자루가 겨울눈을 보호해 주고 있죠. 당단풍나무의 특징 중 하나예요. 반면에 작살나무는 가지와 잎 사이에 겨울눈이 있어요.”
두 학생이 당단풍나무와 작살나무 잎을 ‘똑’ 꺾어본다.
“교수님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니 나무를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즐거운데요. 오늘의 목적지인 국민대학교가 보이는 특별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나무를 좀 더 살펴보고 싶어요.” 우준혁 학생이 북한산 둘레길에서 만날 또 다른 나무에 기대감을 표한다.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 수피

구불구불한 길에 수피가 멋스러운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푹신푹신한 게 상당히 부드러운데요. 이 위에 눕고 싶어요.”우준혁 학생이 수피를 만지며 말한다. 이창배 교수와 임희욱 학생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진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는 나뭇잎 모양이 비슷해 뒷면의 색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두 나무는 수피로 좀 더 쉽게 구분할 수 있죠. 굴참나무는 코르크층이 굉장히 두껍고 푹신푹신한데요. 이 나무는 굴참나무예요.” 이창배 교수가 수피로 나무를 구분하는 팁을 전하면서 곧 가파른 코스가 이어질 것이라며 힘을 내자고 격려한다.

▲ 굴참나무의 수피를 살펴보고 있는 이창배 교수와 두 학생들(위),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지는 두꺼운 코르크층을 이루는 굴참나무(아래)

▲ 바위산에 오르니 펼쳐지는 풍경. 국민대학교도 보인다

이창배 교수가 예고한 대로 북한산 갈림길을 지나자 경사가 점점 높아진다. 데크 계단을 오르자 돌길이 이어지고 집채만 한 바위산이 등장한다. 이창배 교수가 앞장서 바위산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긴다. 두 학생이 조심조심 그 뒤를 따른다. 바위산 정상에 선 이창배 교수와 두 학생이 북한산 능선에 자리한 국민대학교와 북한산 가을을 담아본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산행>이라는 시에서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구나’라고 노래했다. 북한산이 선물한 가을의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향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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