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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자소가 시도하는
한글 글꼴의 다채로운 변주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시각디자인학과
천서윤·김예림·장연우·이지혜(21학번) 학생

자모자소는 한글의 조형미에 독특한 개성과 심미적인 독창성을 부여하는 글꼴 디자인 개발 소모임이다. 자칭 조화롭게 어울리고 싶은 천서윤, 즐겁게 작업하고 싶은 김예림, 밝고 선명한 미감을 추구하는 장연우,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은 이지혜 학생이 한글 글꼴에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자신이 개발하는 글꼴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들. 그들이 한 획 한 획 완성하는 글꼴을 들여다보며 한글의 무한한 변주를 상상해 본다.

Q

자모자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지혜 자모자소는 한글 글꼴이 지닌 다양성을 탐구하며 글꼴을 디자인하는 시각디자인학과의 소모임이에요. 작년에 1기를 시작으로 한글 제목용 글꼴을 개발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는데요. 현재 티랩, 산돌 등에 판매되고 있어요. 저희는 올해 여름방학에 1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자모자소 2기로 지난 1학기에 수강한 디지털 폰트 수업에서 개발한 글꼴을 다듬어 상업용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디자인한 글꼴이 단순한 창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실용 학문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죠.

Q

한글 글꼴을 디자인하는 소모임답게 이름에 의미가 잘 담겨있는 것 같아요. ‘자모자소’라는 이름을 장연우 학생이 직접 지었다고요.

장연우 ‘자모’는 ‘음소 문자 체계에 쓰이는 낱낱의 글자’를 뜻하고, ‘자소’는 ‘음소를 표시하는 최소의 변별적 단위로서의 문자 혹은 문자 결합’을 의미하는데요. 자모자소라는 이름은 자모에서 자소까지 한 자 한 자 차분하게 글꼴을 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네 분이 현재 작업하고 있는 글꼴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천서윤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색깔은 개성, 취향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요. 글꼴도 마찬가지죠. 저는 명확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첫인상은 딱딱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순함과 순수함도 엿볼 수 있는, 담백하면서도 저만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글꼴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김예림 컨템포러리(contemporary)가 콘셉트예요. 현시대의 컨템포러리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강단 있는 잘 다듬어진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제 글꼴은 가로획과 세로획의 대비로 강렬하고, 직선과 곡선의 융합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현재 글꼴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에서 가독성과 편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정 작업을 하고 있어요.

▲ 개발하고 있는 글꼴로 자신의 이름을 써서 보낸 자모자소 구성원들.
이지혜 학생이 디자인하고 있는 글꼴 이름은 ‘17C공주체’이고, 나머지 글꼴 이름은 아직 미정이다

장연우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글꼴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물의 유희>에서 표현된 물소리를 글꼴에 투영했는데요. 물이 영롱하게 움직이며 내는 소리를 발랄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그려봤어요. 곡선이 많아 정돈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정갈해졌다고 생각해요.

이지혜 글꼴을 찾아보던 중 <숙명신한첩>에 수록된 숙명공주의 글씨를 보게 됐어요. <숙명신한첩>은 숙명공주가 출가 후 효종, 현종, 장렬왕후, 인선왕후와 주고받은 한글 친필 문안 편지를 모아 묶은 책인데요. 숙명공주가 아버지인 효종에게 보낸 안부 편지에는 유일하게 숙명공주의 친필 한 점이 수록되어 있죠. 이 필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지털 글꼴로 개발하고 있는데요. 옛 방식인 세로쓰기를 현대식 가로쓰기에 맞게 변형하고, 붓을 이용해 글씨를 둥글게 끝맺음한 필체를 유지하면서 궁체 기반의 글꼴로 디자인하고 있어요.

Q

네 분의 스타일과 개성이 담긴 글꼴이 무척이나 흥미로운데요. 글꼴을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이고, 글꼴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한글의 매력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천서윤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조합된 문자이기 때문에 비어 있는 공간을 늘 생각하며 작업해야 해요. 또 전반적인 작업 과정에서 전체를 바라보며 콘셉트의 특징과 조형적인 균형도 고려해야 하죠. 조형성, 심미성, 독창성, 가독성 등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까다롭지만 되려 이 점이 한글 글꼴 개발의 매력이기도 해요.

장연우 서윤님이 이야기했듯이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모여 만드는 문자이기 때문에 조화로움이 조형미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요. 글자의 선과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고려해 작업하면서 디자이너의 미감에 따라 다른 인상을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 글꼴 개발은 손으로 직접 작도하는 스케치 작업과 글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디지털 작업 두 가지를 모두 거친다.
두 가지 작업을 비교하고 절충한 글꼴이 최종 작업물이 된다

Q

시각디자인의 관점에서 한글 글꼴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예림 시각디자인의 기본은 색채와 형태인데요. 글꼴은 형태의 큰 축을 차지하는 시각디자인의 정점에 있는 결과물이에요. 그래서 글꼴은 시대와 사회문화를 반영하며 변화하고 발전해왔죠. 시각 문화 디자인 전반에 글꼴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만큼 다양성을 지닌 글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모자소 구성원들은 목적에 적합하고 전달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글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Q

천서윤, 김예림, 장연우 학생은 지난 10월에 사단법인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제30회 한글 글꼴디자인공모전에서 수상하셨다고요

김예림 1기 선배에 이어 저희 2기도 한글 글꼴디자인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어 기뻐요. 자모자소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고 글꼴 작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을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됐는데요. 공모전에 수상하기 전까지는 박윤정 교수님과 김민 교수님이 작업 전반을 살펴봐 주시며 칭찬이라는 당근을 꺼내어 저희의 텐션을 높여주셨어요. 자모자소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는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하지 못했는데 지면을 빌려 두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 천서윤, 김예림, 장연우, 이지혜 학생(왼쪽부터)

Q

그렇다면 현재 작업 중인 2기분들의 완성된 글꼴은 언제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천서윤 현재는 개발과 수정 작업 단계에 있어요. 한글 글꼴 한 벌을 만드는 데 적게는 2,350자부터 많게는 2,700자를 디자인하기 때문에 끈기, 의지, 시간이 필요하죠. 겨울방학 기간에 한글을 비롯해 영문, 숫자까지 완성해서 내년 2월에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글꼴을 상품화할 계획인데요. 각자의 개성과 영감을 글꼴에 담아 저희가 만든 글꼴만 봐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공감각적인 감성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 자모자소, 파이팅!(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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