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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와 용기의 빅매치

디오리진 대표 정수
국민대학교 장식미술학과 78학번

정수 대표는 디자인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믿는다. 이 신념으로 디자인에만 40년을 쏟았다. 식품부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주방생활용품까지. 정수 대표가 내놓은 용기 디자인에는 다양한 산업을 두루 거쳐 온 산업 디자이너의 통찰력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담겨있다.

성별로도, 성적으로도, 관습적으로도 독보적

정수 대표는 유년 시절에 교내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수상했다. 입시 미술을 준비해 대학을 국민대학교 장식미술학과로 진학했다.
“제가 입학했을 때는 공업디자인학과를 ‘장식미술학과’로 불렀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학과에 남자 선배가 몇 명 없었고, 남자 동기는 고작 4명이었어요. 성비 불균형으로 남학생은 자연스럽게 튀는 존재였죠. 저는 4년간 과 대표를 했었어요.”

▲ 집무실에 있는 디자인 서적들

정수 대표는 학생들 사이에서 리더십 있는 학생이자, 성적 우수자였다. 학부 기간 장학금을 6번이나 받았다.
“학과에서 수석, 조형대에서는 차석으로 졸업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 공부는 잘했던 것 같아요. 3학년 때는 의상디자인학과 수업도 들었는데요. ROTC 교육을 받고 있어 단복을 입고 수업을 들었죠. 패션이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ROTC에 선발된 남학생이 의상디자인학과 수업을 듣는 일은 생경한 풍경이었죠(웃음). 당시에 저는 조형대에서 튀는 학생이었던 것만은 분명해요.”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자동차 디자이너 생활

정수 대표는 남들과는 조금 많이 다르게 학부 생활을 보내다가 졸업 후에는 대우그룹디자인실에 입사해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다.
“신입사원 때는 종일 서서 자동차를 스케치했어요. 출근하면 상사가 모나미 153 볼펜 심 새것을 하나 주는데 심이 다 닳아야지 퇴근할 수 있었어요.”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처음 디자인한 것은 인테리어였다. 학부 시절에 의상학과 수업에서 들었던 직조 수업이 도움이 돼 자동차 시트의 소재와 컬러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 연차가 생기면서 익스테리어 디자인도 맡았고, 상용차, 특장차 등 다양한 차종과 해외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콘트롤 타워 역할도 했다. 대우자동차에서 마지막 보직은 설계팀 팀장이었다. 설계는 디자인 작업과는 달리 자동차의 전체 부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직무다. 주로 이공계 출신이 맡는다.

“사내에서는 디자이너 출신 팀장이 엔지니어들을 잘 이끌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제가 한양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잖아요. 기계도 알고, 디자인도 아는 관리자였기 때문에 적응을 잘했고 직원들도 잘 따라왔어요. 설계팀과 유관 부서도 점차 인정해줬죠. 이때 배운 건 다양한 부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이는 자동차처럼 사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이에요. 활발한 성격이 타부서 사람들을 사귀는 데 많은 도움이 됐지요.”

세상에 없는 용기 전문 디자인 기업 디오리진

정수 대표는 약 17년간 일했던 대우자동차를 퇴사하고 디자인 전문 기업인 코다스디자인 대표로 이직했다. 코다스디자인에서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 다양한 디자인을 접했는데 그중 용기 디자인에서 시장성을 발견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용기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어요. 공용병에 라벨을 부착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용기 디자인에 투자하기 시작해요. 코카콜라, 앱솔루트 보드카, 바나나 우유처럼 용기 디자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것이죠.”

▲ 용기 디자인으로 해외 유명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한 디오리진

정수 대표는 용기 디자인의 시장성을 눈여겨보고 경영진과 회의 끝에 코다스디자인의 용기 디자인팀을 분사해 디오리진을 설립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걱정이 많았지만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디오리진 설립 12년 만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생수 브랜드 용기부터 식품, 화장품, 주방생활용품 등 용기를 디자인하는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한라수
reddot design award winner 2013, iF packaging design award 2014, GOOD DESIGN AWARD 2014

▲ KGC인삼공사 알파프로젝트
reddot design award winner 2018, iF GOLD AWARD 2019, idea awards finalist 2019

▲ 샘표 백일된장, 시골집토장
Pentawards 2015, reddot design award winner 2015

▲ 써모스 푸고 프리미엄 뉴트럴

“12년간 양질의 포트폴리오를 쌓으면서 국내 용기 디자인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고 자부해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어워드 등 해외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도 여러 번 했는데요. 해외 디자인 어워드 관계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용기만을 디자인하는 회사는 디오리진이 유일하다고 말하죠. 독특한 만큼 독보적인 용기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도 갖추고 있어요. 3D 프린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1차 제안 작업부터 샘플로 형상을 확인할 수 있어요. 클라이언트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죠.”

환경에 진심인 디자이너와 함께 그리는 디오리진의 미래

필환경 시대에 용기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창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에 디자인되고 있는 용기들은 필환경 시대에 발맞춰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을까?

▲ 다양한 용기들이 저장되어있는 디오리진 아카이브실

“저탄소 제품으로 인증받으려면 용기의 무게가 우선 가벼워야 해요. 경량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서도 운송 과정에서 적재된 용기의 하중을 잘 견디는 구조여야 하죠. 또 제작 과정에서 CMF(Color: 색채, Material: 소재, Finish: 마감) 기술 단계를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고안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청량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용기에 파란색 잉크를 섞는다면 그 용기는 재활용할 수 없어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기준이 제약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필환경 시대에 사는 디자이너라면 제약을 극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죠.”

▲ 정수 대표(왼쪽)와 정동민 디렉터(오른쪽).
정동민 디렉터가 합류하면서 디오리진은 디자인 영역을 공간, 가구, 제품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정수 대표는 환경에 진심인 젊은 세대들이 있으므로 용기 디자인도 필환경 시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디오리진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정수 대표의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후배이자, 아들인 정동민 디렉터(공간디자인학과 14학번)가 3년 전부터 디오리진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어요. 아들과 함께 디오리진의 디자인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는데요. ‘용기 디자인이란 작은 공간에 내용물을 담는 것’이라는 저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공간 디자인의 영역까지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공간을 채울 가구, 제품 디자인도 함께 말이죠.”
디오리진의 2막에는 어떤 내용이 그려질까? 정수 대표와 정동민 디렉터가 함께 나아가는 디오리진에서 소년 같은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정수 대표의 모습이 변치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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