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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빛으로 쏘아 올리는 즉흥 환상곡
<우박 스튜디오> 미디어 아티스트
우현주ㆍ박지윤(영상디자인학과 13학번) 동문
 

영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하면 영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를 제작하거나 영화 연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여겼던 우현주·박지윤 동문.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 툴인 Unity를 접하면서 예상은 엇나가고 인생의 향방은 달라졌다. 뉴 미디어 분야에 발을 내딛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는 둘을 만나 빛으로 쏘아 올리는 즉흥 환상곡의 작업 여정에 귀 기울여 보았다.

기술과 인간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매일 밤 7시부터 10시까지 아뜰리에 광화(세종문화회관 외벽, 광화문 광장을 미디어 파사드로 새단장한 공간)에는 우박 스튜디오의 <Hang A Ri>가 전시되고 있다. <Hang A Ri>는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문화를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 항아리에 맺힌 제주도, 경주, 광화문 광장이 낯선 장소에 대한 향수로 치환되면서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우박 스튜디오는 예술과 기술의 어울림을 끌림의 미학으로 전위시키며 뉴 미디어와 대중 간의 접점을 좁히고 있다.

▲ <Hang A Ri> 단채널 영상, 애니메이션, 스테레오, 7분 47초, 2021

“작년 12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영상디자인학과 하준수 교수님의 작품인 <광화, 光化, The Splendor>가 전시됐는데요. 하준수 교수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역사 문화 중심 공간인 광화문 광장에 뉴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게 되어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인천시립박물관 미디어아트 체험존, 2022

우현주·박지윤 동문으로 구성된 우박 스튜디오는 지난 6년간 아트와 커머셜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박물관과 미술관의 실감 영상 콘텐츠(경기도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 국립중앙과학관, 제주현대미술관, 아르떼 뮤지엄, 황순원 문학관 등)를 비롯해 인간과 기술 사회의 상관 관계를 관찰하며 다양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경험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에 열린 첫 개인전은 정보의 과잉과 초연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결정이 회피되고 전가되며 사라져가는 현대인을 표현한 AR(<MŏROR PROJECT-망설임에 대하여>)이었고, 두 번째 개인전은 신체를 대신하는 기술 미디어 환경(키오스크, 방문 기록을 위한 QR코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화상 수업 등) 속에서 신체와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애니메이션, 책, 웹사이트, 게임 등) (<Future Utilization of the Body>)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어르신의 축적된 삶의 서사를 재조명하는 ‘신체 인증서 발급 퍼포먼스(<i-Cookey: 서비스 웹페이지>)와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픽션을 전개해 미지의 공간 속 데이터로 남아 표류하는 신체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웹페이지(<The traces of Quasi>), 디지털 지도에 포함되지 못했던 사건들을 디지털 지도에 재구성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탐험하는 홀로그램(<Escape Maps>) 등 다양한 형식의 뉴미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둘은 기술과 개인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관심이 학부 때부터 이어졌다고 말한다.

▲<MŏROR PROJECT-망설임에 대하여> 전시 중 <망설임의 풍경> 작품 영상

▲ <망설임에 대하여> 전시 전경, 설문조사, 마인드 맵, AR 인스톨레이션, 가변설치, 2021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 회화부터 사진, 영상까지 시대를 이끈 미디어를 살펴보고, 각각의 미디어 매체로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는데요. 영상 디자인 전공자로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개인과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우현주 동문이 학부 시절 수강했던 과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박지윤 동문이 13학번은 다양한 미디어를 거친 운이 좋은 학번이라고 덧붙인다.
“저희 때만 하더라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고, 인화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13학번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본 학번인데요. 그래서 디지털만을 접하고 자라온 세대와는 조금 다른 관점을 지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과 급변하는 디지털 장비는 과연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지, 신기술이 내놓는 솔루션에는 어떤 알고리즘이 적용되는지 그 과정에 대한 물음과 인사이트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죠.”

Unity가 맺어준 Destiny

둘은 학부 시절만 하더라도 겸상하거나 조별 과제를 함께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에게 꽤 괜찮은 크루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3학년 1학기에 수강했던 Unity 수업에서였다. 수강 철회 선언이 속출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둘은 수업을 끝까지 들은 몇 남지 않은 생존자(?)였다.
“Unity 수업을 재미있어하는 걸 보고 취향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다음 학기부터 졸업 전시 프로젝트에 돌입했는데 누가 먼저 팀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됐어요. 저희는 졸업 전시회에서 사용자가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듯 가상공간에 만든 초콜릿 행성을 탐험하는 인터랙티브한 마케팅 영상을 선보였어요.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그 방향은 알겠더라고요. 딱 서른 살까지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해보기로 했죠. 계획도 꿈도 없이 뉴미디어에 뛰어들었어요.”

▲ 우박 스튜디오 작업실

둘은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커머셜 작업물을 내놓았다. 동시에 각자의 성을 따 우박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개인 작업도 이어갔다. 예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고, 훌륭한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창의인재동반 우수프로젝트에서 우박 스튜디오가 참여한 <City Rhythm>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 1979년에 오스트리아 리츠에 설립된 전 세계적인 국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다. 전 세계에 미디어 아트를 공모하여 선별하고 시상한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섹션에서 영예상을 받은 것이다.

▲ <City Rhythm>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아름다운 뉴스 프로젝트에 지원했는데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미디어 아트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해 창작물을 내놓았어요. 협업한 감독님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당시 저희 둘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전 세계 뉴미디어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 국제적인 미디어 행사가 있다는 것도 알았겠다, 상도 받았겠다. 사비를 들여 직접 페스티벌이 열리는 오스트리아 리츠에 갔죠. 그곳에서 해외 아티스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생경하고 환상적인 경험이 뉴미디어에 푹 빠지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예술과 기술을 넘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둘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다녀온 이후 국공립기관과 예술재단이 지원하는 레지던시에 문을 두드리며 개인 작업을 이어갔다. 두 번의 개인전을 열고, 두 번의 레지던시를 거치면서 한 해 한 해 뉴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꾸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저희가 입학한 해에 영상디자인학과에서 처음으로 졸업 전시회가 열렸어요. 뉴 미디어 아트신(artscene)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배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죠. 졸업하고 1년은 아트신을 기웃거렸던 것 같아요. 어찌어찌 1년을 잘 보내니 아트신의 사이클도 파악하게 됐고, 개인전을 준비하는 절차와 방법 같은 것들도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았어요. 재미있는 경험도 있었어요. 첫 전시를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연 것은 타깃 설정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장소 선택이었죠. 아무래도 저희 메시지에 깊게 공감할 수 있는 타깃은 젊은 층이잖아요. 그렇다면 성수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것이 좋은데 당시에 대관할 수 있는 곳이 인사동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이한 전시를 하네’라고 말씀하시면서 댁에서도 저희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며 구매를 문의하신 분도 계셨어요(웃음)”

▲ 우현주에게 컨트롤 당하는 자, 박지윤 동문(왼쪽), 예상 궤도에 벗어나면 박지윤에게 기대는 자,
우현주 동문(오른쪽). 둘은 서로를 ‘좋은 파트너’라고 말한다

둘은 작년에 서른 살이 됐다. 애당초 둘이 정한 서른 살이라는 나이 제한은 넘었지만 둘은 여전히 뉴 미디어가 궁금하고, 재미있다. 인생에서 딱히 계획을 세우거나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진 않는다고 하지만 올해 해야 할 투 두 리스트는 있을 터.
“우박 스튜디오가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원하는 인재 플랫폼 제로원(ZER01ne)의 크리에이터로 선정됐어요. 제로원으로 개발자, 스타트업,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과 어울려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됐는데요. 각 산업의 전문가가 바라보는 기술 또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을 어떤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요.
더불어 저희가 이분들과 협업하면서 어떠한 자극을 받고, 목소리를 낼지도 몹시 기대됩니다.”

융복합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기술 발전으로 변하는 인간과 사회의 현상들은 어떤 고민을 거쳐 공유되고 미래를 창조할까?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예술은 인류에게 어떤 영감을 줄까? 우박 스튜디오의 메시지가 예술과 기술을 넘어 전 세계에 연결되고 공감을 얻길. 노 플랜, 노 드림! 둘이 완성하는 빛으로 쏘아 올리는 즉흥 환상곡에 잔뜩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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