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
대학에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습은 무엇인가? 바로 현장경험이다. 고교시절까지 학교와 학원의 책상에서만 공부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이러한 현장경험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여전히 강의실 안에서의 이론 강의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론은 정말 중요하다. 지식이 갖추어지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것이 이론이기 때문이다. 이론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 4년 동안 이론만 공부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현장으로 나가 다양한 일들을 몸소 경험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깨닫는 일, 즉 유레카가 절실히 필요했다. 취업이 절실해 지는 시기에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인재도 공부만 잘하는 인재가 아니라 현장경험도 풍부한 인재이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하고 있던 차에 2018년 말, 우리 국민대에서 유레카 수업 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다. 교육부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대가 현장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표방하며 내세운 것이 바로 유레카 사업이었다. 이 유레카 수업을 교육부에 제안한 우리 학교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1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유레카 수업을 2019년부터 바로 시작했는데, 그 효과와 반응은 엄청났다. 3명의 교수진이 각자의 전공에 관련된 현장수업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도록 시도했다. 역사사회학을 담당한 채오병 교수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매주 국내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하도록 하였고 직접 인솔도 하셨다. 범죄사회학 전공이신 신동준 교수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서대문교도소를 방문하게 하셨다. 그리고 유목주의(노마디즘)이론을 전공한 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두 개의 과제를 냈다. 첫 번째 과제는 서울에서 본인이 가보지 않은 지역을 가보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지하철 노선표를 보고 자신에게 전혀 생소한 역을 골라 그 역에서 내려서 그 주변을 돌아보고 사진을 찍고 그 지역에 대한 소감을 적어내기도 했으며,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아무 역이나 내려서 역시 마찬가지의 과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과제는 전국으로 확대를 했다. 다행히 본부에서 예산지원이 가능하여 4-5명 조를 짜서 전국에서 관광지가 아닌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하루 종일 그 지역을 다니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었다. 학생 중 한 명은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태백시로 가서 그 지역에 폐물이 되어버린 아파트를 보고 지역불균형발전을 몸소 체험하였고, 그 아파트 근처의 식당의 사장님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체험을 하고 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민대에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 고교 시절 내내 갈망하던 대학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라는 강의 평가들이 기억난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2019년 말 사회과학대 SGE 프로그램 역시 유레카 콘셉트로 기획해보았다. 기존의 SGE 프로그램은 일주일 정도 해외대학으로 가서 주로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학생들이 현지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고 현지인들과 만나 그들의 삶의 가치를 알게 되고 한국과 비교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유레카 콘셉트로 준비하였다. 장소는 태국의 치앙마이(Chiang Mai)였으며, 치앙마이 대학교(Chiang Mai University)에서 강의를 듣는 날은 하루로 줄이고, 다른 날들은 유레카수업으로 학생들이 조를 짜서 직접 치앙마이의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교수가 짜놓은 틀 안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자신들의 계획을 짜도록 하고 자신들이 직접 그 계획을 실천하면서 느낀 소감들을 적도록 하였다. 네이버 카페에 조별로 매일 유레카 경험을 한 내용들을 사진과 함께 올리도록 하였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학생들이 일주일동안 태국 치앙마이에서 느낀 점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왜 치앙마이에는 유럽인들이 많은지, 로컬의 특성과 서구의 특성이 어떻게 조합되어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지, 왜 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포용적이고 친절한지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2019년 말 사회대 SGE 유레카 치앙마이 편은 2020년 2월에 진행되었는데, 귀국하자마자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3년이 지나버렸고, 그동안 현장경험 중심의 유레카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코로나 완화와 함께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되면서 학교본부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주었다. 바로 SGE의 부활이었다. 보통 6개월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학생들의 행복했던 얼굴들을 떠올리며 자원을 하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번에도 콘셉트는 유레카였다. 장소는 태국의 수도인 방콕(Bangkok)에 위치한 명문대학 마히돌 대학교(Mahidol University). 마침 10월 말에 방콕에 출장을 갈 기회가 있었기에 마히돌 대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국제교류팀과 회의를 가졌고 2023년 2월에 방문하는 것에 대해 합의하였다. 우리 국민대학교와 상호교류협정이 체결된 학교였기에 보다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2:1의 경쟁률을 뚫고 33명의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선발되었고 3번의 사전미팅을 통해 조별로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접 어느 곳을 방문하여 어떠한 체험을 할 것인지를 준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지난 2월 3일부터 11일까지 학생들은 정말로 놀랍고도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지털세대답게 많은 앱들을 활용하여 현지의 지역을 직접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찾아가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앱번역기를 사용해서 현지인들과 소통하기도 하였다. 매일 35도가 넘는 무더위였지만, 33명의 유레카 학습단은 그야말로 넘치는 열정으로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항상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전혀 몰랐던 많은 가치들을 인정하는 것 또한 경험하였다. 야시장에서의 경험, 왕궁과 사원을 방문하면서 동남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배웠던 경험, 여름궁전을 방문하면서 아시아의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얼마나 잘 교류가 되었는지를 배웠던 경험, 그리고 태국을 방문한 많은 유럽인들을 학생들이 직접 인터뷰하면서 그 문화 차이에 대해 배웠던 경험들이 모두 다 학생들에게 소중한 현장경험이 되었다. 다시 한번 이러한 유레카 수업 패러다임을 도입해주신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 그리고 이 유레카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너무나도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5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였고, 2023년 현재 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회 회장, 정보사회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