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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다 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 난독 예방 소프트웨어 >깨디와 한글마법사> 개발 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육학과 양민화 교수

스티븐 스필버그, 아인슈타인, 처칠 등은 어린 시절 난독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읽기쓰기가 어려웠던 이들이 세계를 이끈 위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난독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어에 특화된 난독교육으로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고마운 분이 국민대학교에 있다. 사회과학대학 교육학과의 양민화 교수를 만나 국민대학교 읽기쓰기클리니컬센터(이하 ERiD센터)가 개발한 <깨디와 한글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읽기쓰기 교육에 관한 관심으로 시작된 난독교육

양민화 교수는 특수교육학과 학부 시절 매 학기 나간 현장실습에서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무수히 만나왔다. 기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교육 현장에 대한 의문을 품고 떠난 미국 유학길, 읽기쓰기 교수법을 공부하며 그 과정에서 현장실습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난독’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과 특수교사·난독교사로서 풍부한 교육 경험을 쌓은 후 대학에서 읽기전문교사를 양성하다 국내로 돌아오자 국내 교육이 풀지 못하고 있는 난독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 ERiD센터의 전신은 ‘북악기초학습클리닉센터’이다.

“난독은 인지심리학적인 이유로 아이들이 언어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의미해요. 한국어의 음소정보 분석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표음문자인 한글을 배우다 보니 철자 쓰기와 문자 해독을 어려워하죠. 소리와 문자 대응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낱자로 조합된 글자(음절, 단어)를 읽지 못하며 받아쓰는 것도 어려워요. 난독을 극복하지 못하고 성장하면 초등 고학년 이후에는 학습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게 되고요. 그런데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어요. 초등학교 1·2학년, 초기에 발견하고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면 예방과 극복이 된다는 점이에요.”
양민화 교수는 2007년 국민대학교 교육학과에 임용된 후, 성북구에 있는 북악중학교에 문을 두들겨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돕겠다고 자원했다. 성적이 하위 15%인 아이들을 만나 국어를 가르치고, 이들 중 난독으로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는 국민대학교 ‘북악기초학습클리닉센터’에서 난독교육을 무료로 제공했다. 미국에서 배운 난독교수법을 한국어에 맞게 치환해 난독교육을 제공한 지 6·7년, 그동안 북악기초학습클리닉센터는 ERiD센터로 성장해 서울특별시·경기교육청의 바우처 사업으로 난독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난독교수법을 정리하여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민화 교수는 난독교육에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난독교육을 연구하고 서비스하는 여성 기업가

“북악기초학습클리닉센터의 문을 열었을 때 즈음 글자교육과 관련된 고발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어요. 난독에 대한 증명되지 않은 수많은 설이 만들어지는 양상이었죠. 입증되지 않는 난독교수법과 치료법이 난독아이와 난독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며 난독교육 전문가로서 죄책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동안 ERiD센터에서 쌓은 임상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일궈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연구비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교육 자료는 더 필요한 상황이었죠. 난독교육 발전을 위한 변곡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현실화할 수 있게 도움을 준 곳이 바로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이에요.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그동안 ERiD센터에서 진행된 수많은 연구가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이 기술을 출자해 기업지주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어요.”

▲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경영지원으로 탄생한 ㈜아이디엘

2017년, 양민화 교수는 대전의 연구개발특구에 ㈜아이디엘을 설립해 연구소기업이자, 벤처기업, 여성기업으로 인증받으며 난독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동안 국민대학교 ERiD센터에서 한글발달순서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한글파닉스, 유창성, 이해, 작문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해온 결과 ERiD센터는 다양한 국책과제와 난독교육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의 난독 교육 클리닉으로 성장하게 됐다.

▲ 상담과 교육이 이뤄지는 ERiD센터

또 서울,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6개 지역교육청의 다양한 기초학력보장 및 난독지원 사업을 1:1 원격화상 교육을 통해 지원하고, 다른 두 곳의 교육청에서는 읽기쓰기 집중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서울 학습도움센터 연계 난독증 치유기관’으로도 선정됐다. 2020년에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에 난독증교육협동과정이 신설되면서는 난독을 보이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구축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교육과 힘을 모아 난독을 극복하는 사회로

국내 교육은 기초학력보장법안으로 다양한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양민화 교수는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전문화된 난독교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읽기쓰기 학습 프로그램 <깨디와 한글마법사>를 개발한 이유다.
“요즘 뉴스를 보면 기초학력보장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상황이에요. 난독증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현상을 보여서 체계적인 한글읽기쓰기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전체 아이의 15%에 달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기질적, 정서적,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죠. 읽기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작년에 이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읽기쓰기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난독교원을 양성하여 배치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문제는 읽기쓰기 교육과 난독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자원봉사 등 일시적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아직도 있고, 이 업무만을 전담하는 전문 교원이 정규 교원 중에는 없다는 사실이죠.”

양민화 교수는 <깨디와 한글마법사>가 이러한 체계적 관리가 용이한, 난독 현장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깨디와 한글마법사>는 국민대학교 ERiD센터의 교육 임상을 통해 검증된 교수법에 기초해 체계적으로 개발된 한글파닉스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자모를 중심으로 한글 문자 시스템을 배우며 글자와 글자 소리의 연관성, 철자의 패턴에 대한 지식, 철자 쓰기와 단어 읽기 유창성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전문 교원이 지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인공지능이 분석 알고리즘으로 학습 진도와 패턴을 모니터링하여 학습 코스를 설계해 맞춤화된 커리큘럼으로 아이에게 맞는 학습 단계와 레슨을 설정하고 자동 추천한다. <깨디와 한글마법사>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의 학습 발달 과정과 학습 상태를 특수교사, 일반교사. 외부 치료사. 부모 등이 공유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 학습 일정, 학습 상황, 상담 내역, 진단 분석 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현재 <깨디와 한글마법사>는 지난 10월부터 서울특별시동부교육지원청, 경기도김포교육청,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산하 난독 아이들에게 국민대학교 지원사업으로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동두천은 난독을 겪는 아이의 가정에도 보급되고 있다.

▲ 난독을 겪는 아이를 만날 때마다 때론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는 양민화 교수

지난 15년간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난독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온 양민화 교수. 그간의 난독연구를 온라인으로도 제공하는 기술을 갖추며 난독교육 연구의 제2막을 열게 됐다. 척박한 난독교육 시장에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내디디며 난독에 대한 인식을 하나씩 바꿔가며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난독을 극복하고 세상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표정이요. 이제껏 보지 못한 한 아이가 제 앞에 서 있습니다. 자신감 있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아이의 미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난독학생과 난독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을 만나게 될 때면 난독교육 전문가에서 때론 어머니의 마음이 됐다는 양민화 교수. 양민화 교수와 국민대학교 ERiD센터는 앞으로 공교육이 난독을 해결하는 정책을 내놓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한다. 늘 그러했던 것처럼 난독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마주하는 용기와 자신감을 계속해서 북돋아 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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