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빠르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NFT는 새로운 사건들을 일으키고 놀라운 기록들을 경신하고 있다. 도대체 NFT가 뭐길래 사람들은 이 세계에 하나둘 발을 들이는 것일까? 윤종영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NFT, 누구냐 넌?
윤종영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대체 불가능 토큰’을 말합니다. 대체 불가능은 개별적으로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 바꿀 수 없는 것을, 토큰은 블록체인상에 저장된 파일로 특정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에는 대체 불가능한 것과 대체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구별하는 기준은 나눌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체 불가능한 것은 나눌 수 없고, 대체 가능한 것은 나눌 수 있습니다. 피카소가 그린 그림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가치를 지녔지만, 1만 원짜리 돈은 1천 원 10장으로 나눌 수 있지요. NFT는 그림이든 무엇이든 간에 대체 불가능한 것에 각각의 고유한 아이디와 식별 정보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윤종영 NFT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내 권리를 주장하는 ‘등기부등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복제가 얼마든지 쉽게 이뤄집니다.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디지털 파일에 왜 내 소유를 주장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동산, 자동차도 남들이 다 볼 수 있어도 이 물건에 대한 소유를 등기부등본, 자동차등록증으로 기록해 놓지 않습니까? 디지털상에 있는 내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요.
윤종영 블록체인(blockchain)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암호화 기법인 해시(hash)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를 증명합니다. 블록체인은 쉽게 설명하면 ‘장부’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기존의 장부들이 중앙 서버에서 관리되는 방식이라면 블록체인은 수천 개 장부가 수천 군데로 분산화되어 있죠. 만약, 중앙 서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기존의 장부들이 없어지는 위험이 있는 반면, 블록체인은 장부가 많기 때문에 한두 개가 없어진다 한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수천 군데 있는 수천 개 장부를 위조하거나 해킹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중앙에서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민주적인 시스템이죠. 모두가 평등하다는 철학과 민주주의 사상을 기술로 구현시킨 것이 블록체인입니다.
해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 써는 기계 한 대가 필요합니다. 이 채 써는 기계에 감자를 넣으면 채 썬 감자가 나오겠죠. 감자 모양과 크기가 일률적으로 똑같다면 감자채 모양과 크기도 똑같게 나올 것이고, 감자 모양이 다 다르다면 감자채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르게 나옵니다. 그런데 반대로 채 썬 감자를 채 써는 기계에 넣는다고 해서 원래 감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죠. 해시는 단방향 암호화 기법으로, 문자열로 구성된 시리얼이 부여되기 때문에 원본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무단으로 사용되는 사진을 예로 들어볼까요? 사진을 복제했을 경우 복제한 사진의 메타 데이터 정보가 바뀌므로 보이는 사진은 원본과 동일해도 해시는 다릅니다. 사진작가가 소유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요.
윤종영 신진작가의 경우 과거에는 작품을 갤러리에 걸기 위해서 학연 등 인맥을 총동원해야 했지만 이제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NFT 거래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신진작가에게는 NFT 거래 플랫폼이 데뷔 무대로 활용되는 것이죠. 미술 작품을 모으는 수집가들에게는 기존의 불투명한 가격 정보와 거래 정보는 작품을 구입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가격과 거래의 위변조가 불가능하므로 투명하게 작품을 거래하고 구입할 수 있죠.
윤종영 가장 널리 알려진 해외 NFT 거래 플랫폼으로 오픈씨(OpenSea)가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상호작용하는 소프트웨어 암호화폐지갑을 연결하고 컬렉션에 작품을 올리는데요. 주조한다는 뜻으로 ‘민팅(minting)한다’고 말합니다. NFT 거래는 암호화폐를 사용합니다. 이더리움(Ethereum), 로닌(Ronin), 플로우(Flow), 이뮤터블 X(Immutable X) 등 세상에는 다양한 암호화폐가 있는데 작년 한 해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더리움의 거래량이 많은 이유는 NFT의 표준인 ‘ERC-721’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ERC-721은 개발자 간의 약속이며, NFT에 대한 조건, 규정을 의미합니다.
윤종영 NonFungible.co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게임 아이템으로 수집형, 메타버스, 스포츠, 예술, 유틸리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적을 보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거래량에서 예술이 5%에 불과한데 비해 거래 액수는 전체의 ¼을 차지합니다. 예술품이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윤종영 NFT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는데 작품은 나눌 수 없어도 가치는 나눌 수 있습니다. 가치를 공동소유하는 것인데요.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하여 판매하는 미술품 투자 플랫폼도 있습니다. 방금 작품은 나눌 수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작품을 나누는 실험적인 시도를 한 플랫폼도 있는데요. 89초 분량의 동영상을 픽셀 단위로 잘라 NFT로 판매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상영하고 싶으면 소유주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허락하지 않는 소유주가 있다면 해당 픽셀은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상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종영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생이 5년간 찍은 1,000장의 셀프 사진을 NFT 거래 플랫폼에 올려 한화로 14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정형화된 사고와 제한된 관점으로 바라보는데요. NFT라는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신진작가가 꼭 갤러리에 작품을 걸어 데뷔하라는 법은 없게 된거죠. 전 산업에 다양한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일고 있다고 봅니다. 내 기준에서 가치가 없다고 해서 내 생각이 꼭 맞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은 나와 다른 엄청난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NFT로 표현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