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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PLUS 미래 UX디자인은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시대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사운드 경험 디자인 연구소 남궁기찬 교수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를 볼 때 나오는 Ta-Dum 사운드는 익숙할 것이다. Ta-Dum과 같은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스마트폰의 볼륨을 키울 때 나는 조작 버튼의 음이나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모두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다. 이러한 소리를 만들고 연구하는 곳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안에 있다. 스마트경험디자인학과의 사운드 경험 디자인 연구소 남궁기찬 교수가 전도유망한 디자인으로 떠오른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용자에게 소리로 똑똑, 무궁무진한 미지의 세계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사용자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각적 접점, 즉 소리를 디자인하는 학문을 뜻한다.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요즘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연구 영역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청각 경험 디자인 영역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남궁기찬 교수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UX디자이너로 일하며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처음 알게 됐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작곡가로 대중음악, 영화·드라마 OST 작업을 하다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어요. 당시 사운드 경험 디자이너가 저를 포함해 열 명도 되지 않았죠. 삼성 TV의 아이덴티티 사운드와 13개국 언어에 대응하는 대화형 인터랙션 TV의 보이스 사운드 등을 디자인했어요. TV의 보이스 사운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3년간 13개국을 방문하며 해외에 머무른 시간이 자그마치 1년 반이었어요. 덕분에 국가별 사운드 경험 디자인 사례와 음성 인터랙션에 대한 소비자의 다채로운 반응을 경험할 수 있었죠.”

▲ 남궁기찬 교수의 사운드 경험 디자인 녹음실

남궁기찬 교수는 사운드 경험 디자인 분야에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이슈인 음성 페르소나를 이때 이미 경험했다고 한다.
“당시는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시대지만 해외에서 사용자 조사를 하면 반응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단어에 성(性)이 있는 나라가 있잖아요. ‘TV가 남성명사인데 왜 여자 목소리가 나오냐’는 반응부터 ‘아나운서처럼 발화하는 TTS(컴퓨터의 프로그램으로 사람 목소리를 구현하는 음성합성 시스템)는 재미가 없으니 TV와 농담할 수 있게 해달라’ 등 음성 어시스트의 성격을 정의하는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요즘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는 젠더 이슈가 있는데요. 미국의 여성단체가 음성 어시스트의 목소리가 여자인 것을 두고 항의하면서 이제 해외에서는 중성 목소리로 만들고 있죠.” 나라별 문화에 따라 대화형 인터랙션 TV에 적용할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대화형 인터랙션 TV에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알람과 기도를 올리는 방향을 서비스했고,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대화형 인터랙션 TV에는 축구공 모양의 버튼을 리모컨에 설계해 버튼을 누르면 함성과 함께 축구 중계 시청의 몰입감을 높이는 소리를 탑재했다.
남궁기찬 교수는 해외 출장을 통해 해외의 사운드 경험 디자인 연구자들이 증가하는 것과 국가별 다채로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며 미래에는 사용자 경험이 시각에서 청각으로 확장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오감을 자극하는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발달로 청각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사용자와의 접점으로서 날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헬스케어, 도시공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그 가치가 발견되고 있다.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모든 활동이 사운드 경험 디자인

남궁기찬 교수는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네 가지로 나눈다. 기업 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이덴티티 사운드, 제품 조작 시 발생하는 피드백 사운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긴 호흡의 소리로 구성된 콘텐츠 사운드, 음성을 인공지능의 목소리로 활용하는 보이스 사운드 등이 있다. 좋은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면서도 차별화된 기억하기 쉬운 소리로 사용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 4초 안에 강렬한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아이덴티티 사운드, 한스 짐머가 만들었다.

“넷플릭스, 인텔, LG, 애플, 현대차 등은 좋은 아이덴티티 사운드를 가진 기업으로 유명하죠. 1-2초 사이의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음악으로 사용자에게 기업의 소리를 전달해요. 사람들은 흔히 ‘아이덴티티 사운드’처럼 소리를 만드는 작업만이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입으로 말하는 작업도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속해요. 국민대학교 사운드 경험 디자인 연구소는 작년 현대차와 미래 자동차 음성 인터랙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운전자는 음성으로 차량을 조작하게 되는데 이때 사운드 경험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인공지능의 대화에서 어떤 기능을 말로써 조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디자인하죠.”
인공지능이 자연어를 인식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는 인간이 하는 많은 일을 대신 해줄 것이라고 한다. 운전 중 졸음이 쏟아진 운전자가 자동차에게 ‘졸려’ 또는 ‘잠 와’라고 말한다면 인공지능은 졸음을 쫓기 위해 창문을 내린다거나 음악을 크게 틀 것이고, 더 나아가 ‘가까운 휴게실이 있는데 쉬었다 가실래요?’라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 이것 또한 가까운 미래 사용자가 경험할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다.

소리를 만드는 작업만이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입으로 말하는 작업도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속해요.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불필요한 소음을 없애기도 한다. ‘사운드 스케이프 디자인’이라고 하는 음향공학을 사운드 경험 디자인 분야로 끌어온 것이다. 뉴욕의 미드타운 53번가 고층 빌딩 사이에 있는 팰리 파크라는 작은 공원은 사람과 소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사운드 스케이프 디자인의 좋은 예다. 팰리 파크의 양 측면에는 나무로 벽을 만들었으며, 공원 안에는 약 6m 높이의 인공 폭포를 설치해 도시의 실외 소음을 줄였다.
“방음벽을 세우는 1차원적인 방법은 디자인이 아니잖아요? 포토샵에서 레이어를 마스킹하듯이, 소음을 마스킹한 것인데요. 물소리는 차 소리와 같은 저주파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사람을 안정시키는 알파파를 발생시킵니다. 소리를 마스킹하거나 다른 소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소리를 제공하는 것도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서 하고 있어요.”

인공지능에 귀를 달아준다면?

국가별 사운드 경험 디자인이 발달한 산업은 각각 다르다. 독일은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청각 경험 콘텐츠가 발달했고,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도시공학에 사운드 스케이프 디자인을 적용해왔다고 한다.
“앞으로 나올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는 자연스러운 발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요. 박물관 옆을 지나가는 운전자가 ‘메르세데스, 저 오른쪽 박물관에서 지금 무슨 전시를 하고 있어?’라고 물으면 인공지능이 박물관 전시에 대해 설명한 후 ‘예매를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요. 메르세데스-벤츠뿐만이 아니라 독일 자동차 기업의 사운드 경험 디자인 사례는 자동차 산업에서 레퍼런스로 꼽힐 만큼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에 탑재될 MBUX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장소에 대한 정보 제공은 물론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서 척척 제공한다.

사운드 경험 디자인은 현재 사람의 말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인공지능이 핵심기술인 미래에는 주변의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라고 남궁기찬 교수는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공지능에 귀를 다는 거예요. 한 예로 스마트홈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계속 사람의 말을 듣고 있잖아요. 만약 이 인공지능이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사람의 발소리나 말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집안에 불을 스스로 켜고 끌 수 있을 것이고, 현관문도 열어줄 거예요.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과 어르신에게는 정말 유용하게 활용될 텐데요. 보청기는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소리가 섞여 작동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는데 인공지능 보청기는 필요한 소리는 알아서 볼륨을 더 키우거나, 필요 없는 소리는 볼륨을 줄이거나 끄고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거예요. 소리로 상황을 판단해서 알아서 척척 솔루션을 주는 것이지요.”
또 현재는 방향감, 거리감, 공간감을 지각하는 입체음향이 헤드폰 상에서만 구현되지만, 현재와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메타버스,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사람 등 연결이 가능한 초연결 시대에는 더 다채로운 입체음향을 적용한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의 대기업들은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고급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요. 강렬한 몰임감을 주는 넥플릭스의 아이덴티티 사운드와 BMW 전기차의 인공 엔진음은 영화 작곡가로 유명한 한스짐머가 만들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사운드 경험 디자인의 기획은 UX디자이너가 하고, 제작은 음악가가 하고 있는데요. 이 분야에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 만큼 소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UX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다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UX디자인도 브랜딩, 서비스, 인터랙션 등 각각의 전문 분야가 있잖아요. 그 분야에 사운드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고 보면 돼요.”

소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미래지만 청각에 집중한다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사운드 경험 디자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소리가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새로운 요소를 더해 시대에 맞게 완성될 소리는 어떤 음으로 들릴까? 사운드 경험 디자인에 귀를 ‘쫑긋’하고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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