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채오병 교수 & ‘소시올로지’팀 김상현, 김시은, 윤준혁, 이정제, 홍예린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유레카 프로젝트는 현장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사회현상의 직접 관찰과 경험’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해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기초 지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현장 학습 체험으로 한층 더 성장한 사회학도들을 만나보자.
사회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질수록 사회학적 분석력과 통찰력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진다. 결국 변화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들만이 미래의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는 유레카 프로젝트를 통해 1학년 학생들이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사회학과 1학년 4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수업엔 3명의 전임 교원이 참여했다.
“팀별 수업으로 진행했어요. 교수 3명의 전공 분야에 맞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 냈죠. 최종적으로는 그동안 분석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조별 발표를 했습니다.”
수업의 첫 번째 주제 ‘개인화와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세계화)’ 파트를 담당한 채오병 교수의 설명이다. 채 교수는 현대 사회의 근대성을 짚어 내기 위해 이와 같은 주제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사회학의 기초를 통해 배웠던 이론들은 지금 시대와 동떨어진 부분도 있고, 우리가 경험한 근대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도 있어요. 현대 사회가 가진 변화의 특징을 뚜렷이 나타내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바로 개인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을 들 수 있죠.”
사회학과 유레카 프로젝트 수업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 체험 중심이라는 점이다. 현장 체험을 통한 사회 트렌드 분석은 크게 ‘개인화와 글로벌리제이션’ 파트와 ‘유레카 방랑’ 파트로 나뉘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의 수업 동안 총 4번의 현장 학습을 경험하며, 사회의 작동 원리와 사람들의 행동,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현장 학습에서 대형 서점과 미술관, PC방 등 다양한 장소를 방문한 학생들은 관찰과 인터뷰, 설문조사 방식으로 개인화를 체험했다. 김시은 학생은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개인화의 양상을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고시생으로 가득한 노량진은 으레 개인화가 팽배할 거란 예상에서 비롯한 선택이었다.
“뻔하다고 생각할 만큼 노량진은 개인화 체험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방문했을 때 이어폰을 끼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식당에서는 혼밥족을 위한 세트 메뉴를 팔기도 했지요.”
하지만 김시은 학생은 그곳에서 진행한 시민 인터뷰를 통해 노량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 오랜 수험생활로 지친 고시생들이 가까운 이웃처럼 정을 쌓아가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 의외의 차이를 경험한 것은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정제 학생은 유레카 프로젝트가 그동안 배웠던 이론과 실제 사회를 접목하는 기회가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현장 학습으로 경험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회의 일면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사회학의 역할을 다시금 깨닫는 특별한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개인화 체험에 이어 ‘글로벌리제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의 탐방을 위해 다양한 지역을 방문, 우리 사회를 직접 관찰하고 경험했다.
무작정 현장에 간다고 해서 사회학적으로 의미 있는 관찰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당연시하던 것에 의문을 갖고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김상현 학생은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자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글로벌리제이션 체험으로 이태원을 갔을 때 이슬람 사원을 봤어요. 평소 같으면 ‘외국인이 많은 곳이니 이슬람 사원도 있을 만하지’라면서 넘어갔을 텐데, 현장 학습의 영향인지 ‘이슬람 사원이 왜 여기에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호기심에 전후 관계를 찾아봤어요. 용산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태원에 외국인 거리가 생겼고, 70년대 초 산유국들과의 우호를 위해 이곳에 이슬람 사원을 지었더군요. 이 내용을 알게 된 후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회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채오병 교수는 이런 시선들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작은 일들이 역사라는 큰 구조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유레카 프로젝트와 함께 학생들은 자연스레 사회학적 개념과 이론을 체득해 나갔다. 홍예린 학생도 이전과 다르게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쳐 지나가던 일상과 현상에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재밌었던 수업 덕에 전공에 대한 흥미가 커졌습니다.”
사회학과 유레카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의 트렌드와 미래 예측’을 주제로 하는 조별 발표로 마무리 됐다. 한 학기 동안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이 팀을 이뤄 그간의 경험을 풀어냈다. 이렇게 결성된 소시올로지 팀의 최종 발표 주제는 ‘V-log(브이로그)의 사회학’이었다. 김상현 학생은 “개인은 여전히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안정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V-log가 활성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채오병 교수는 소시올로지 팀의 발표는 수업 내용은 물론 지난 학기 수업에서 배운 이론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융합’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들의 발표 결과가 보여주듯, 사회학과 유레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체험하고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