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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유레카! 법적 사례 발굴 및 해결 과정 중심 수업으로 법학도 마인드 함양

“유레카프로젝트, 법학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법학부 윤동호 교수 & 김제니, 김호진, 이승현 학생

법학부 유레카프로젝트는 미디어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건을 소재로 법의 기본원리와 체계를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이 법적 문제의 해답을 직접 찾아보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법 전문가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법적 문제 해결로 법의 원리 깨우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마주하고, 해결 과정에서 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켜본다. 때로는 그 결과에 의문을 품기도 하고, 미처 수긍하지 못해 감정적인 동요를 경험할 때도 있다. 사건 자체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학교 폭력, 미성년 성범죄, 낙태 처벌 등 논쟁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사회적 쟁점들은 대개 새로운 법적 해석 또는 입법적 대응을 요구한다.

법학부 유레카프로젝트는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법적 문제 사례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동안 민법, 형법, 헌법 등 법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을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법학부 유레카프로젝트를 설계한 윤동호 교수는 결과를 내놓기보다는 사례 해결 과정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수업이라고 설명했다.

법학부 윤동호 교수

“언론에서 쉽게 접하는 법적 문제 중에서 팀별로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였어요. 범위가 넓었지만 적합한 주제를 찾기 위해 토론하고 조사하는 시간도 학생들에겐 큰 공부가 됐을 겁니다.”

120여 명의 법학부 학생들은 총 12개 팀으로 수업을 구성, 각기 다른 법적문제를 다뤘다. 국민대 동문인 현직 변호사의 참여는 프로젝트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학생들은 선배 변호사 6명의 도움을 받아 저작권과 촉법소년, 명예훼손과 정당방위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촉법소년이 범죄행위를 했을 때 어떻게 재판하는 게 좋은지 모의재판을 열어 판결문을 써보고요. 또 동화책 구름빵의 저작권 분쟁 같은 경우에는 이미 판결이 나왔지만 그런 분쟁이 왜 생겼는지 살펴보고 표준계약서의 문제가 무엇인지 계약서를 직접 작성해보기도 했죠. 학생들의 열정적인 참여 덕에 풍성한 주제를 다룰 수 있었습니다.”

법 감정과 형량 사이 괴리를 탐구하다

우리 사회에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악독한 범죄수법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건들도 끊이지 않는다. 법학부 유레카프로젝트에서 성범죄를 주제로 한 팀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승현 학생이 팀장을 맡았던 ‘믿고보조’는 각종 성범죄 중에서도 심리적 지배를 바탕으로 하는 그루밍 성범죄를 다뤘다.

법학과 이승현, 김호진, 김제니 학생. 유레카프로젝트로 법학도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20년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만13세였던 의제강간 연령이 만16세로 상향됐어요. 피해자가 만15세로 의제강간 보호를 받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에 개정된 법에 따라 저희가 다시 재판하고 새로이 판결문을 작성해봤어요. 개정으로 인해 형량을 더욱 높게 선고하는 것이 가능했죠.”

‘믿고보조’가 선정한 또 다른 사례는 40대 남성이 만13세 소녀를 강간한 사건으로, 당시 낮은 형량 선고로 화제가 됐었다. 이승현 학생은 해당 사건 역시 다시 재판해 죄를 지은 만큼 높은 형량을 내려 보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저희 팀 멘토 변호사님께 자문을 구했는데 우리가 생각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양형기준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던 거예요.”

낮은 형량을 이유로 판결에 대한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나라 형법이 반성을 유도하고 기회를 줌으로써 재범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교화주의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12년 징역형을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이 화두에 오르며 국민 법 감정과 양형기준 간 괴리에 따른 비난 여론이 팽배했다. 김호진, 김제니 학생이 속한 ‘법소팀’은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을 매개체로 국민 법 감정에 대해 탐구했다.

법학도의 시선 갖게 돼

‘법소팀’은 국민과 사법부의 판단이 충돌하는 이유와 보완 가능성을 조사하고, 괴리를 감소시킬 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팀장을 맡은 김호진 학생은 이번 과제를 통해 법학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익혔다고 소감을 전했다.

법소팀이 제작한 팀소개 브이로그 화면

“저도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징역 12년이라는 판결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수업 초반엔 팀 내에서도 재구속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었고요. 그런데 관련 법 지식을 수집하고 사건을 복기하면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됐어요. 결과보다는 판결이 나오게 된 근거에 더 집중하게 됐죠. 법치국가의 원칙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어요.”

강한 처벌과 격리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 범죄자를 교화하는 것도 법과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걸 인정하고 깨달은 것이다. 윤동호 교수는 ‘법소팀’의 과제를 무척 흥미롭게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법 감정 주제가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토론 과정과 학생들의 태도 변화에 의미가 있는 거죠. 시야가 제한되지 않은 학생들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런 생각들이 법적 영역으로 들어오면 새로운 관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거든요.”

사례해결 결과 발표 자료

영화를 소재로 사례를 분석한 ‘법소팀’은 법학부 학생들답게 영화 제작사 측에 자료화면의 사용 허락을 구하는 섬세함을 보이기도 했다. 수업 자료로 영화를 사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저작권법 위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김제니 학생은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영화 클립을 조금 따와서 사용했을 거예요. 하지만 법학부 학생으로서 일상에서 준법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연락을 드려서 허락을 받았는데 제작사 쪽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셨어요.”

수업과 함께 미래 청사진 그리다

세 학생은 유레카프로젝트가 특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대 특성상 팀 프로젝트 기회가 적은데 팀원들과 소통하면서 코로나19로 느끼지 못한 대학생활의 즐거움도 느꼈다고 말이다. 김호진 학생은 배울 점이 많은 팀원들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김제니, 이승현 학생은 이번 수업을 통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국선변호사를 꿈꾸는 이승현 학생에게 현직 변호사와의 소통은 특히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법이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새삼 느꼈다는 김제니 학생은 교직이수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법학과 이승현, 김호진, 김제니 학생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법과 친숙해지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사가 되어서 어린 학생들이 법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유레카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법학도로서 소양을 갖추고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법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며 법학이 갖는 의미를 깨우친 것이다. 이것이 윤동호 교수가 추구한 수업 목표였다.

“학생들이 크건 작건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길 바랐어요. 또 법은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학생들도 그런 관점을 갖기를 바랍니다.”

윤동호 교수는 유레카프로젝트에서 부족한 이론과 판례 분야를 리갈마인드세미나 수업과 연계해 수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앞으로 두 개의 수업을 유기적으로 보완할 계획을 밝힌 만큼 법학부 유레카프로젝트의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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