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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국민인 취업 후 대학 진학 다시 시작하는 도전

“도전과 성취에서 재미 찾았어요”

국민대학교 기업경영학부 18학번 김민지 학생

친구들과의 언어 장벽 경험, 외국어 관심 갖게 해

김민지 학생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밟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지 학생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일본어를 사용해온 탓에 한국 유치원에선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한국어에 익숙해지면서 친구가 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당시의 경험 때문에 언어가 가진 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중학생 시절 그는 각 지역별 청소년 수련관에 설치된 청소년 참여기구인 ‘청소년 운영위원회’에서 봉사 시간을 채우게 됐다. 이 기관에선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 김민지 학생은 이 시기에 뭔가를 기획하고 사람들과 함께 실행에 옮기는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흥미가 생기니 고등학교 졸업까지 6년이나 했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자 그의 어머니는 외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기숙 고등학교를 추천했다. 부모 아래에서 벗어나 독립심을 길러보라는 뜻이었다. 이후, 특성화 고등학교인 한국관광고등학교에 입학해 관광중국어통역을 배웠다.

▲ HSK 5급 자격증을 취득할 당시 중국어 교육 책자

중국어통역을 전공하면서 HSK(한어수평고시. 외국인 대상 중국어 능력 시험) 5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고 나니, 전공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기획해보고 싶어졌다. 그는 함께 활동할 친구들을 모집해 중국어 교육을 위한 멘토링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 기획한 내용을 바탕으로 PPT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찾아다녔다.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각 지역마다 설치된 복지 기관이다. 이들은 ‘종로중앙지역아동센터’의 승인을 받아 이 곳에 다니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중국어 멘토링 활동을 했다. 김민지 학생은 “이때의 봉사활동으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 중국어 멘토링 봉사활동 중인 김민지 학생

내가 원하는 진로를 위한 ‘선 취업, 후 진학’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알게 되자 그는 스스로 진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대학에 진학하는 건, ‘타인이 정한 길만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가 다녔던 특성화 고등학교에선 일반 고등학교 보다 다양한 교내외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김민지 학생은 졸업 후 학교 밖에서 겪게 될 경험을 생각하며 ‘선 취업, 후 진학’을 결정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지만, 그의 부모님도 딸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허락했다.

그는 대입 전형 중 ‘특성화고 재직자 전형’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경력자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김민지 학생은 ‘언어’와 관련된 사회 경험을 쌓은 뒤에 대학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중국 여행상품 기획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주)하나투어에 입사했다. 전공인 관광중국어통역을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회사생활 초반에 근무한 부서는 중국항공팀과 재무관리본부로, 애초에 기대했던 업무를 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의 기획력은 빛을 발했다. 재무관리본부 근무 당시, 그가 제안했던 업무 효율화 방안이 전산 시스템에 반영됐다. 이후 사내 프로젝트였던 차세대 시스템 개발 실무 담당자에 지원해 IT팀과 해당 시스템을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김민지 학생은 이 시스템의 베타 버전(테스트와 오류 수정에 사용되는 버전) 오픈 즈음에 또 다른 목표를 갖고 휴직을 했다.

▲ '사내 공식 전문 면접위원'이 되기 위해 공부했던 교육 책자

그는 (주)하나투어의 독특한 채용 시스템인 ‘사내 공식 전문 면접위원’이 되기도 했다. 이는 일반 직원에게도 면접관이 될 기회를 주는 시스템으로, 김민지 학생은 이를 통해 인사 관련 교육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선발 이후 일반 사내 강의보다 밀도 높은 인사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답했다. 또, 인턴에게 실무를 교육하는 지도사원이 되어, 인턴이 정규직 면접을 보기 전 3~4개월간 신입사원 교육도 했다.

그렇게 (주)하나투어에서 근무한지 3년이 되었을 즈음, 김민지 학생은 국민대학교 기업경영학부에 입학했다. 기업경영학부에선 회사 운영의 전반을 배울 수 있고, 이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외국어 지식을 전수 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외국어 지식을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단순한 언어 교육과 다른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대학교에 입학한 뒤엔 회사와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걸 목표로 삼고 거침없이 달려왔다. 이후 사내에서는 대리로 승진했고, 직군 전환시험에 합격해 4년제 대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종합직으로 전환됐다. 고등학교 졸업자 자격으로 입사해 전문직으로 근무했지만, 외국어능력과 인사평가, 필기시험, 임원 면접을 거쳐 대학교 졸업자와 동등한 종합직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3학년이 된 김민지 학생은 현재 기업경영학부 부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도 열심히 해 내년에 한 학기 조기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업과 직장 생활을 동시에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김민지 학생도 한 학기가 지날 때마다 이를 견뎌낸 자신을 자랑스럽고 뿌듯해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학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게 내내 아쉬웠다.

‘동방명주의 꿈’ 좌절됐지만, 다시 시작하는 도전

그는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1년간 휴직을 결정하고,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민대학교 국제 교류 프로그램인 중국 상해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같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8월에 있을 중국 북경 제일펑타이 기업 인턴에 지원할 자격을 얻기 위해서였다. 학교 프로그램이라 (주)하나투어 소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는 상해에서 한 달 정도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랜드마크인 동방명주를 봤을 때를 꼽았다. “처음엔 그저 ‘관광지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을 뿐 별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동방명주를 마주하니 추운 것도 잊어버린 채 눈을 뗄 수가 없었죠.”

▲ 상해 어학연수 당시의 김민지 학생. 왼쪽의 높은 빌딩이 동방명주다.

휘황찬란한 동방명주를 중심으로 양 옆에 늘어선 고층 건물들이 엄청난 규모의 금융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이었다. 김민지 학생은 그날 이후 중국기업에서 금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때쯤 코로나19가 터졌고, 결국 올해 국제 교류 활동의 대부분이 중단됐다. 당연히 여름 방학에 가려했던 중국 북경 제일펑타이 기업 인턴 기회도 사라졌다. 그러나 김민지 학생은 만료된 HSK 5급 자격증 시험을 다시 봐서 갱신하고, 올해 5월부터 공인회계사시험도 준비하는 등 여전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실무에서 느꼈던 부족한 점을 학교 수업과 독학으로 채울 수 있는 지금이 정말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답한다.

▲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 중인 김민지 학생

“주변 사람에서 저를 보며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많이 묻습니다. 저도 사실 공부하는 것보다 노는 게 편하지만 ‘편안한 것이 무조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보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게 좋아요.”

김민지 학생은 마지막으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어 문장을 소개했다. ‘행운은 우연히 오지 않고, 노력한 자에게 온다(幸运不是偶然的,它是属于努力的人的, 행운불시우연적, 타시속우노력적인적)’는 글귀다.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발걸음을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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