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에서는 매 학기 서로 다른 두 전공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uniK에서는 <생애사 아트북 만들기-구술사와 공동체미술 융합수업> 수업의 김영미, 안혜리 교수를 만났다. 구술사를 연구하는 김영미 교수와 미술교육을 연구하는 안혜리 교수가 만나 정든마을 도서관 어르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그림이 있는 이야기책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업에 담은 것이다. 아트북을 만드는 과정부터 그 특별한 의미까지, uniK에 담아봤다.
안혜리 교수는 최근 몇 년간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교과목을 담당하면서 미술학부 학생들에게 공동체 미술교육을 주제로 팀 과제를 진행해왔다. 지난 학기에 개설한 <미술교수학습방법>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정릉지역 주민이나 본교 재학생 등 특정 커뮤니티의 요구를 조사하여 그에 맞는 미술 프로그램을 실제로 개발하고 기획하는 활동을 지도하였다. 이것이 이번 팀팀Class를 준비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이번 팀팀Class는 안혜리 교수의 지도 아래 미술교육전공 대학원생이 실행한 노인미술교육 사례에서 기본 골격을 갖고 왔다. “노인 미술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지도학생이 정릉사회복지관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생 이야기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책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분들이 마을 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도 진행했어요. 이 내용이 ‘생애사를 접목한 노인미술교육 프로그램 사례연구’라는 논문으로 완성됐죠.”
이 이야기를 듣고 구술인터뷰 연구를 진행하던 김영미 교수가 함께 팀팀Class 수업으로 개설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영미 교수는 “어르신들의 생생한 인생 이야기가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역사 교육이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학생들이 정든마을 도서관을 방문해서 할머님들과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요. 그 시절에 경험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도와드리고 글과 매치시켜서 그 내용을 디자인하죠. 인터뷰와 ‘어린 시절과 꿈, 사랑과 우정, 일과 가정, 정릉, 소망’ 이렇게 생애사 주기에 따른 테마로 나뉘어져서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4인 1조가 되어 한 조당 한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미술 활동을 진행한다. 어르신들의 미술작품은 학생들의 편집 작업을 통해 그림책 안에 들어가게 된다. 이밖에 어르신들의 삶이 녹아든 물건이나 사진의 이미지도 포함할 계획이다.
전우영(한국역사학과 13) 학생은 <생애사 아트북 만들기> 수업이 두 번째로 참여하는 팀팀Class다. 그는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느낀 점을 설명했다.
“지난 번 팀팀Class가 참 뜻 깊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고민 없이 신청했어요.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게 새롭더라고요. 특히 이번 수업에서는 어르신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진행했어요. 사람을 대한다는 게 일반 수업에서는 접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있는 수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술 인터뷰와 미술활동을 진행하는 여섯 개 조에는 한국역사학과와 입체미술전공, 시각디자인학과, 공간디자인학과 학생들이 고루 섞여 있다. 구술 인터뷰와 후반 레이아웃 작업까지 모두 학생들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나윤정(입체미술전공 15) 학생은 “책에서만 들었던 이야기를 직접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들으니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프로젝트 참여 의의를 설명했다.
“6.25전쟁과 같이 교과서에서나 전해 듣던 이야기를 직접 할머님의 입을 통해 접하니까 신기했어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끌어내는 게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미대생들조차도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할머님들이 그림을 그리고 재료들을 붙여서 만든 결과물을 보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어르신 인터뷰 및 미술 활동은 6주간 진행된다. 그 이후에는 조별로 생애사 아트북을 완성하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콘서트와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수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마을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김영미 교수는 이번 수업을 통해 “새로운 도시 재생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도시 재생이라고 하면 공간을 바꾸는 건축적인 것만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주민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해 결속력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도시 재생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르신들도 많은 고난을 헤치고 다양한 지역을 거쳐 현재 정릉이라는 곳에 정착하게 되신 거잖아요. 학생들은 절로 존경하는 마음도 생기고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되는 거죠.”
안혜리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한 분 한 분의 자서전을 만드는 귀한 작업”이라는 의의를 설명하며 “학생들에게도 다시 없을 소중한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미술 활동을 매개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진로와 취업을 향한 미술교육 분야의 가능성을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마찬가지로 학예사에 관심이 있는 역사과 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수업이 아닐까요.”
김 교수와 안 교수는 모두 이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마을 공동체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잊혀져 가는 기억을 되살려서 새로운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생애사 아트북 만들기> 수업. 단순히 거대한 사건이 아닌 한 명의 개인이 살아온 인생 자체가 역사로서, 하나의 연구로서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수업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구술 인터뷰부터 레이아웃 작업, 그리고 말미에 진행될 북콘서트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화합이 아름다운 공동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