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취업에 도전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정보 부족’에 허덕인다. 인터넷 검색이나 카페 등을 통해 얻는 취업 및 직무 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현직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우리은행에 입사해 남동공단금융센터에서 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김영진 동문은 약점보다는 은행 업무에 도움이 되는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웠다. 그것은 외국 단기 유학이나 자격증이 아니었다. 그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체득한 이른 바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그는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우리은행 공채에 합격했다.
대학교 진학 전부터 은행권 취업을 희망해서 경제학과에 입학한 것은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사촌 형이 매일 경제신문을 읽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흥미로워서 학과를 결정하게 됐죠.
경제학부 안에 경제학회가 있어요. 저는 졸업하기 전까지 학회 활동을 꾸준히 한 편이었죠. 학회에서 진행했던 토론회나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공모전보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영화관, 배달, 편의점, PC방, 판매, 과외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죠.
우선 매일 1면, 정치 면, 경제 면, 금융 면을 중심으로 경제신문을 반 년 가량 꾸준히 읽었어요.
또 <썰전>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이 굉장히 유용했어요. 이 외에 다른 금융권 취업 스터디 그룹에 속해 있지는 않았죠.
다만 시사와 논리적 화법을 배울 수 있는 시사 스터디 그룹 활동을 하면서 입사 준비를 했어요.
일단 은행원이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직무에 대해 인터뷰를 하려고 은행에 찾아가도 정보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죠.
그러면 은행 업무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요.
공채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급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류 전형에 합격하고 나서 우리은행 취업 스터디 그룹에서 친구들과 함께 준비를 했어요. 은행권 취업 준비를 했던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죠. 금융권 인턴 경험이 풍부한 친구들이 직무나 전형 절차 등에 대해 많이 알려줬어요.
또 독금사(독하게 금융권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라는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그나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점이 은행 업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를 중점적으로 썼어요. 은행원은 결국 사람 만나는 일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소 평범한 소재이지만 자기소개서에 군대생활, 아르바이트, 학회 활동 이야기들을 적었죠. 그 대신 그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상대했는지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술했어요. 특히 영화관에서 오랜 기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자기소개서에 그 부분을 많이 강조해서 썼죠. 예를 들어,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다 어린 꼬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한 덕분에 우는 아이를 달래준 적이 있었어요. 이처럼 눈높이에 맞춰서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고객 응대 방법에 대해 썼죠.
현장 분위기는 경직되거나 강압적이지 않고 비교적 부드럽게 풀어주는 편이에요.
이름, 출신 학교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10~13명 정도가 한 조로 이뤄져요.
실무면접은 사전에 준비해온 자신과 관련된 PT 면접, 시사 관련 PT 면접, 토론 면접, 롤 플레잉 방식으로 진행돼요.
총 10시간 정도 면접을 보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죠.
면접은 누구나 긴장되기 마련이에요. 저는 면접을 볼 때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감추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죠.
은행원은 사람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 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 곳만 응시하기 보다는 시선을 바꿔가면서 면접관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했죠.
목소리는 다소 떨렸지만,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편안하게 사람을 대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채용 인원의 3배수 정도는 최종 임원 면접을 볼 수 있어요. 임원 면접은 임원들 앞에서 얼굴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커요. 임원 면접 전에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 합격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임원 면접에서는 실무 면접 때보다 조금 더 정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죠. 의도적으로 더 큰 목소리로 답변을 해서 자신감 있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당시 100대 1 정도 됐어요. 매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는 분위기였죠.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나서 바로 지점으로 출근하게 됐어요. ‘연수원에서 배웠던 내용을 실무에 잘 적용해보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또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신입사원의 패기를 잃지 말자’고 다짐했죠
첫 출근을 한 지 이제 8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판매나 영업 쪽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후배들을 만나면 ‘은행원에 대한 환상을 조금 내려놓고 영업이나 판매에도 기여해야 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자주 조언을 해줘요. 그래도 같은 은행원이라도 기업 대출이나 프라이빗 뱅킹(PB) 등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맞게 일을 배워가는 재미도 있죠.
저는 개인 대출 업무를 맡고 있어요. 저희 지점은 공단에 위치해 있어서 업무량이 많은 편에 속해요. 오전 7시 10분까지 출근을 해서 결제 서류들을 준비해 놓고, 8시 정도 되면 그날의 여신, 대출 규정 같은 걸 살펴 보죠. 그리고 나서 경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신문 기사들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요. 오전 8시 반이 되면 회의를 하고 그게 끝나면 체조를 한 다음, 오전 9시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해요. 그 때부터는 고객들을 위한 시간이죠. 저는 주로 대출 상담을 진행하고, 영업 시간이 끝나면 상담 고객들의 대출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요.
그 이후 전산 작업을 마치면 하루 일과가 끝이 나죠.
솔직히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다른 업종에서 3개월 정도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비해 복지나 연봉 수준이 높으니까요. 6개월에 1번씩 3백만원짜리 복지카드가 나와요. 그 카드로 의류 구매나 자기 계발이 가능해요. 또 명절마다 보너스가 두둑하게 들어오기도 하죠. 수시로 상품권이 나오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자기 계발 휴가가 연간 5일이 주어지고 연차는 15일(신입직원 기준)을 쓸 수 있죠.
평균적으로 빨리 퇴근하면 6시 30분~7시 정도 돼요. 제가 8개월 정도 일하면서 회식은 2번 정도 있었고요. 저희 지점은 업무량이 많은 편이어서 야근을 하는 편에 속해요. 평소에도 오후 8시가 넘어야 퇴근하니까요.
은행 지점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은행이 흔히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제가 직접 일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회식 자리에서 ‘술을 못 마신다’고 솔직히 말하면 상사 분들이 음주를 강권하지도 않고, 헤어 스타일도 은근히 개성을 존중해주는 편이죠. 상사 분들과 소통할 때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우리은행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동기들과 함께. 아랫줄 우측에서 두 번째가 김영진 동문.
‘내가 왜 은행에 들어가야 되는지’, ‘왜 내가 은행 업무에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은행권 취업을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 하나 정도는 준비해서 그것을 토대로 공채 준비를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시사 상식을 꼭 쌓아두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실무 면접 과정 중에 시사와 관련된 주제 5개를 제시하고 선착순으로 주제 발표를 하는 순서가 있어요. 시사에 흥미가 없다면 저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면서 관심을 가져도 좋을 거 같아요. 최신 시사 정보가 요약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고요. 반드시 금융과 관련된 시사가 아니더라도 일반 시사 상식에 대해 잘 알아두면 유리해요. 또 자격증 취득에만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격증 취득은 은행 공채 전형에서 절대 필수 요건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저뿐만 아니라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공채 동기들이 대다수예요. 그보다 은행 업무와 연관된 자기의 강점을 찾아서 자기소개서를 많이 써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