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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PLUS 메타버스, 현실과 가상세계의 티키타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자인사이언스학과 박재완 교수

메타버스가 새 시대를 열고 있다. 과거 리니지, 싸이월드 등 게임과 IT 산업을 중심으로 소통과 놀이의 창구로 활용됐다면, 오늘날에는 여행, 패션, 교육, 엔터테인먼트,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어딘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메타버스. 디자인사이언스학과 박재완 교수와 함께 새 시대를 열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 살펴본다.

새로운 듯하면서도 익숙한 가상세계

메타버스는 ‘초월’의 뜻인 ‘Meta’와 ‘우주’, ‘세계’의 뜻인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1992년 미국의 SF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1992)>에 처음 등장한 이후 SF영화의 소재로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기억이 지배되고 삭제되는 가상세계가 펼쳐지는 <매트릭스(1999)>, 가상세계 속 숨겨진 미션을 푸는 <레디 플레이어 원(2018)> 등 우리는 언젠가는 펼쳐질 가상세계라는 공간에 인간의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 네이버 영화

디자인사이언스학과의 박재완 교수 역시 가상세계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롤플레잉 게임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 게임이 박재완 교수를 가상세계로 이끈 첫 경험이다. 1997년 출시된 <울티마 온라인>은 현실 세계와 흡사한 가상세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으로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현실 세계와 똑같이 먹고, 자고, 돈을 벌고, 결혼까지 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삶을 가상세계에서도 살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이 게임은 영국,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판타지 게임 팬들에게 사랑받았다.

메타버스가 올 한해 화두로 떠올랐는데 실제로 메타버스의 협의적 의미인 가상세계에 관련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권위자인 고(故)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는 1992년부터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가상세계가 미래를 어떻게 창조해 나갈 것인지에 관한 수업을 하고 계셨죠. 저는 카네기 멜론 대학원에서 가상세계를 연구하기 전까지는 주로 소비해 왔는데 대학원 수업인 BVW(Building Virtual World)를 통해 그것을 기획하고 구축하면서 이 일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가상세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관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이후 자연스럽게 가상세계의 확장된 개념인 메타버스 연구를 시작하게 됐죠.”
박재완 교수는 현재 국민대학교에서는 <VR융합디자인>, <AR융합디자인> 등 실감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업을 강의하면서 메타버스의 다양한 세계관을 관찰하고 있다. 가상세계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박재완 교수의 일과 중 하나. 그 관찰 대상 중에는 메타버스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10대도 있다.

어른들은 몰라요! 얼마나 재밌게요

코로나19로 인해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된 10대들은 아바타앱을 놀이 공간이자 대화 공간으로 삼았다. 미국에서는 로블록스(Roblox)가 유튜브를 제치고 10대들의 놀이터로 급부상했고, 네이버Z가 개발한 제페토(ZEPETO)는 전 세계 2억 명 가입자 중 80%가 18세 미만이다. 10대들은 아바타앱에서 학교에 가고, 생일 파티도 열고, 소풍도 가고, 친구도 사귄다. 아바타앱에 들어가면 음성 기반으로 대화하고, 모르는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소통하고 팔로잉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사용자가 아바타앱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 로블록스

“우리가 기존에 쓰던 메타버스 콘텐츠들은 개발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구조였어요. 하지만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유튜버의 크리에이터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슈머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라는 도구를 통해 그림과 도구들로 프로그래밍을 직관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죠. 만약 사용자가 루아(Lu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면 추가적인 기능을 무궁무진하게 개발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로블록스의 시작이 코딩과 3D 콘텐츠 등 아이들을 위한 게임 제작 교육 플랫폼이었다는 점이에요. 게임을 구성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용 플랫폼인 로블록스가 지금의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로블록스 서버에 올리고, 게임을 소비하려는 게이머가 모이고, 그 안에 게임 제작자와 개발자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확장형 메타버스 형태로 진화한 것이죠.”
실제로 아바타앱은 놀이의 공간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만드는 이는 2020년 기준 200만 명이 넘었으며, 그중 30만 명이 수익을 얻고 있다. 게임을 만들면서 코딩도 배우고 수익도 버는 구조 때문에 로블록스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앤 슈마커라는 소녀는 18세에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해 2년 동안 약 50만 달러를 벌었다.

제페토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참여 기반 서비스로 크리에이터가 직접 의상이나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제페토 스튜디오’가 있다. 제페토 스튜디오에 참여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만 6만여 명으로, 제페토 크리에이터인 ‘렌지’는 아바타 의류를 제작·유통해 월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요즘은 FQ(Financial Quotient)라고 ‘금융 지수’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중·고등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금융 이해력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데 메타버스가 몇천 원을 버는 작은 성과더라도 10대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경제관념을 갖게 할 수도 있어요..”

몰입감 높은 실감형 콘텐츠가 온다

박재완 교수는 로블록스와 제페토를 메타버스의 세계관에 가장 근접한 서비스로 꼽았다. 가상세계 안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면서도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웹과 앱 등 사람들이 가장 쉽게 쓰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아바타앱에 접속하고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는 VR, AR 관련 디바이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실감형 콘텐츠를 통해 몰입감 높은 가상세계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한다.

▲ 가까운 미래에는 몰임감 높은 VR, AR 디바이스로 확장된 가상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가상세계 등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 도구를 제공하는 회사인 유니티(Unity)나 오토데스크(Autodesk) 같은 기업이 디자인 산업과 메타버스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겁니다. 앞으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자인의 결과물 역시 달라질 거예요. 실제로 디자인의 영역은 미학적인 관점뿐 아니라 UI, UX를 고려해 설계하는 단계로 점점 확대되고 있죠. 메타버스 콘텐츠에 쓰이는 디지털 프로덕트에는 코딩 등 개발자와 함께 제작 단계까지 고려하는 공학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요. 좀 더 멀리 내다보면 디자인을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오는 단계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과거 디자인 이론은 정량적 평가보다 ‘예쁘다’ , ‘좋다’ 등 정성적 평가가 많았어요. 정성적 평가를 조금 더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수치로 분석하는 영역으로 끌어 올린 것이 바로 디자인 사이언스인데, 앞으로 나올 실감형 콘텐츠에는 몰입도 등을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디자인이 등장할 겁니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도 높은 실감형 콘텐츠가 등장하는 가까운 미래. 최첨단 기술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SF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세상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고민은 더 깊어질 거예요.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구상하려면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고민은 물론 사람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 인문학적인 접근법도 고민하죠. 메타버스 세계를 만드는 디자인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에요. 가상세계라는 공간에 어떠한 경험과 메시지, 감정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해요. 잘 만들어진 메타버스 콘텐츠가 건강하게 작용하려면 크리에이터와 사용자의 도덕적 양심도 중요하죠. 실제로 로블록스는 Civility를 핵심 개념으로 두고 자체적으로 자정 작용이 이뤄지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의 말처럼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는 지금, 이 혁신의 기술에 우리가 집중하는 이유는 그동안 인류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영역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우리의 기대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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