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88학번이자 현재 일반대학원 교학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홍대 부장입니다. 입학관리팀을 비롯해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고, 구 평생교육원, 지금의 미래인재교육원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30년 가까운 재직기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그곳에서 보냈으니 제 직장생활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죠. 현재 일반대학원에서는 입학과 학적, 장학, 졸업 등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총괄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일과 개인적인 삶을 딱 잘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일하며 시작한 공부가 취미가 되기도 했고, 좋아서 배운 것이 다시 업무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산도 꾸준히 다녔고, 요리와 제과·제빵, 영어, 귀농·귀촌, 집수리, 전통주 등 관심이 가는 분야를 하나씩 배워왔습니다. 돌아보니 다른 사람의 공부를 돕는 일을 하면서 저도 어느새 꽤 오랫동안 ‘평생학습자’로 살고 있더라고요.
Q2. 취미와 배움의 영역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본격적인 시작은 평생교육원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니 서류나 강의계획서만 보고서는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특히 요리나 제과·제빵처럼 실습이 중요한 분야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기술교육원이나 여성발전센터, 평생학습기관, 전문학원 등을 직접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시설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하면 수업도 직접 들었고요. 교육을 마친 뒤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으로 실제 연결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한식과 양식, 제과와 제빵을 배우고, 필요한 분야에서는 자격증에도 도전했습니다. 강좌를 기획하던 직원이 어느 순간 직접 실습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이 된 셈이죠.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배워보니 강좌를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은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는 것도 그때 많이 느꼈습니다.
Q3. 업무를 위해 시작한 공부가 어느새 취미가 된 셈이겠습니다.
A. 맞습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일을 잘하기 위해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직접 배우다 보니 제 생활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고, 귀농·귀촌과 집수리, 전통주까지 관심 분야가 점점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공부들이 퇴직 후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꼭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만 배우는 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당장 제 생활부터 달라졌으니까요.
예전에는 관심 없이 지나쳤던 분야가 눈에 들어오고, 또 하나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그다음 분야가 궁금해졌습니다. 결국 평생교육원에서 다른 사람의 공부를 돕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고민하다가 저 역시 자연스럽게 평생학습자가 된 것 같습니다.
Q4. 여러 취미 가운데 산행도 빼놓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100대 명산’을 완주하셨다고요.
A. 국민대학교 교직원 산우회 동료들과 꾸준히 산을 다녔고, 그렇게 100대 명산을 완주했습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걸으면 됩니다. 처음부터 정상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는 없고 결국 한 걸음씩 가야 하는 거죠.
저는 직장생활도 그와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30년 뒤를 내다보고 일한 것은 아니었어요. 맡은 일을 하고,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시행착오가 생기면 고쳐가면서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한 걸음씩 간다’라는 표현이 저한테는 꽤 잘 맞는 것 같아요. 산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기보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꽤 먼 곳까지 와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Q5. 요리부터 제과·제빵까지 직접 배운 경험은 업무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A. 확실히 직접 배우기 전과 후에는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강좌를 만드는 사람과 실제로 그 수업을 듣는 사람의 입장은 같을 수 없더라고요.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어떤 시설과 장비가 필요한지, 실습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수강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훨씬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수업이 끝난 뒤’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겁니다. 학위를 받은 뒤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격증을 취득하면 어떤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까지 관심이 생겼어요. 단순히 하나의 강좌를 잘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취업이나 창업, 새로운 진로로 이어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이후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도 많이 반영됐습니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시설을 성인 학습자에게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죠.
Q6.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전통주에서는 또 어떤 재미를 발견하셨나요?
A. 전통주를 배우면서는 ‘기다리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쌀을 씻고 고두밥을 찐 다음 누룩과 물을 섞는다고 곧바로 술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필요한 재료와 환경을 갖추고, 술이 제대로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사람을 키우거나 새로운 제도가 자리를 잡는 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냥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요. 술이 잘 익도록 온도와 환경을 살피듯,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좋은 제도를 하나 만든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니까요. 필요한 여건을 갖추고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속 살피는 일이 중요합니다. 취미로 배운 전통주인데, 결국 거기에서도 제가 해온 일과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Q7. 이렇게 보면 부장님에게는 ‘일’과 ‘취미’가 꽤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는 것 같습니다.
A. 그런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일과 개인적인 삶을 완전히 분리하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것 같아요. 학교에서 보낸 시간도 제 삶이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도 제 삶이고, 좋아서 시작한 공부도 모두 지금의 저를 만든 시간입니다.
평생교육원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직접 수업을 듣게 됐고, 그 경험이 또 다른 공부로 이어졌습니다. 산을 다니면서 느낀 것들이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고, 전통주를 배우면서 사람과 조직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이건 업무이고, 이건 취미다’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그 모든 경험이 서로 연결되고 쌓이면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아서 했던 일도 나중에는 업무에 도움이 되고, 일을 하다가 만난 경험이 새로운 취미가 되기도 했던 셈이죠.
Q8. 계속 무언가를 배우게 하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평생교육원에서 정말 다양한 학습자들을 만났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분도 있었고, 새로운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 경력 단절을 딛고 사회로 돌아가려는 분,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학점은행제를 통해 필요한 학점을 하나씩 쌓으며 학위를 준비하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대학 공부나 새로운 배움에는 꼭 정해진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각자 살아온 과정도 다르고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달랐지만, 새로운 목표를 갖고 한 단계씩 나아간다는 점은 같았거든요.
저 역시 그런 환경에서 다른 사람의 공부를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속 무언가를 배우게 됐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생교육원이라는 공간이 제 일뿐 아니라 생활방식에도 꽤 큰 영향을 준 셈입니다.
Q9. 앞으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취미나 배우고 싶은 분야도 있나요?
A. 요즘은 새롭게 AI 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씩 직접 사용해 보니 업무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참 많더라고요. 특히 예전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던 자료 조사나 데이터 분석도 AI의 도움을 받으니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앞으로 AI가 우리 생활과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바꿔놓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즐거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퇴직한 뒤에도 배우는 생활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산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고, 영어책을 펼쳐놓고 있을 수도 있고, 쌀을 씻어 삼양주를 빚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교육원에서 시작된 공부가 지금까지 이어졌듯 그다음에 무엇을 배우게 될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오히려 꼭 정해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관심이 생기는 것을 하나씩 배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처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바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저 역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족을 돌보고, 맡은 일을 책임지고, 조직에서 제 몫을 하는 일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도 결국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바라는 삶은 오히려 전보다 소박합니다. 건강을 지키고, 가족을 돌보고, 좋은 사람들과 오래 만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배우며 살고 싶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고요.
동료 직원들도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배우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삶은 훨씬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