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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수영은
제 건강과 인생을 바꿨습니다

(성곡도서관 학술정보팀 김정문 선생님)
성곡도서관 학술정보팀 김정문 선생님은 도서 구입과 자료 선정 업무를 담당하며, 국민대학교 특성화 분야와 생성형 AI 시대에 맞는 도서관 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정문 선생님이 어릴 때부터 이어온 수영은 허리 건강 회복은 물론,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한강 횡단, 제주도 한 달 살기 등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완벽함보다 내려놓음과 유연함을 배웠고, 앞으로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성곡도서관을 학습·문화·연구를 지원하는 데이터 활용 거점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어릴 적 허리 건강을 위해 시작한 수영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 유치원 때부터 대학 수영동아리, 인명구조요원, 한강 횡단, 제주도 한 달 살기까지. 물속에서 비로소 ‘나’를 마주하게 됐다는 성곡도서관 학술정보팀 김정문 선생을 만나, 사서로서의 삶과 물이 가르쳐 준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025년 국민대학교에 입사해 성곡도서관 학술정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정문입니다. 광진구립 광진정보도서관 사서와 한국도서관협회 정책기획팀을 거쳐, 지금은 성곡도서관 사서로 새로운 1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Q2. 공공도서관과 한국도서관협회 등 다양한 도서관 현장을 경험하셨습니다.
지금 성곡도서관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A. 도서 구입과 등록, 통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선정해 구입하고 등록하는 일인데요. 연 단위 도서 구입비 예산을 계획하고, 이용자가 희망 신청한 도서와 신간·전공 도서를 검토해 선정하거나, 이용률이 높은 인기 도서를 추가로 구입하는 등 도서관에 들어오는 모든 도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도서구입비와 서가라는 조건 속에서 학생·연구자·교수·교직원 등 국민인에게 꼭 필요한 자료를 알맞게 수집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개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도서관의 ‘도서구입선정기준’을 손보고 있습니다. 전공·신간 도서를 선정할 때 KMU VISION 2035:EDGE 중장기발전계획의 특성화 분야(디자인&콘텐츠, 모빌리티, 양자, AI+X, 로봇, 첨단소재·반도체, 바이오, 물·에너지·환경)를 집중 수집하도록 기준을 바꿨고요. 특히 생성형 AI를 무단으로 활용해 펴낸 전자책이 국민인에게 무분별하게 제공되지 않도록 선정 제외 기준을 새로 마련해 검토해오고 있습니다.

Q3. 유치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수영을 해오셨는데,
처음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 저는 무척 내성적이었고, 여느 남자아이들과 달리 달리기나 구기 운동을 싫어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수영 강습을 등록해 주셨는데, 다른 운동은 싫어도 물에서 노는 것만큼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는 학교 대표로 수영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중·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로 꾸준히 배웠습니다.

그러다 군 복무 중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을 만큼 허리가 크게 아팠는데, 수영이 허리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학 시절 더욱 수영에 빠져들었습니다. 지금도 허리가 뻐근하면 무조건 자유 수영을 하러 가는데, 신기하게도 수영한 날은 허리가 씻은 듯이 풀립니다. 직장인 만인의 고통, 허리! 수영으로 극복하세요!

사진 - 김정문 선생님

Q4. 그렇다면 수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오히려 ‘내려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영을 좋아하지만, 정작 수영대회에서 상을 타본 적은 없습니다. 아마추어 대회에도 꽤 나가보고 수영팀에서 대회 준비도 해봤지만, 그 시간은 참 힘들고 버거웠습니다.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이려 악을 쓰고, ‘왜 나는 남들만큼 못할까’ 늘 걱정하고 비교하며 자신을 몰아세웠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차츰 그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물속에서 오는 편안함, 분주한 나를 내려놓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죠. 선수가 아니어도, 빠르지 않아도, 오래 하지 않아도, 수영과 물은 언제나 제 삶의 일부일 거라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이 마음은 삶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생각이 많고 늘 분주하며 ‘최선을 다해 완벽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강했던 저에게, 수영은 삶을 대하는 ‘내려놓음’을 가르쳐 줬습니다.

사진 - 김정문 선생님

Q5.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앞서 말한 ‘내려놓음’의 계기가 바로 수영대회 준비였습니다. 대학 시절 수영에 한창 빠져들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헤엄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전국 대학 수영 연합동아리 ‘스트로커(STROKER)’와 관악구민체육센터 수영 모임 ‘먼저가세요’에서 동시에 활동했습니다.

대회 전문 훈련팀이었던 스트로커에서는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훈련부장 아래에서 정말 치열하게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토요일마다 정기 훈련에서 드릴(영법의 특정 동작을 따로 떼어 반복 연습하는 것)을 다듬고, 인터벌(정해진 시간 안에 수영과 휴식을 묶어 반복하는 훈련)을 쉴 새 없이 돌다 보니, 너무 힘들어 실제로 구토를 한 적도 있습니다. 끝내 입상은 못 했지만, 기록은 크게 단축했고 실력도 부쩍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영으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었고요.

또 하나는 ‘먼저가세요’ 모임입니다. 지금도 자유수영을 가는 관악구민체육센터에서 강습을 들었는데, 열정 넘치는 강사님들의 진두지휘 아래 강습 회원들이 다 같이 수영대회에 나가게 됐습니다. 재밌게도 한 분이 단체로 수영모자를 맞추면서 ‘먼저가세요’라고 새겼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모임 이름이 됐죠. 모토는 ‘대회는 열심히 준비하되, 성적은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놀자’였습니다. 10대부터 무려 70대까지 남녀노소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으쌰으쌰, 맛있는 간식을 챙겨 가며 혼계영(릴레이 수영 종목)을 연습했어요. 당연히(?) 메달은 못 땄지만, 다른 팀이 부러워할 만큼 똘똘 뭉친 시간이었습니다.

수영에 최선을 다한 그 시간들, 비록 결과는 남기지 못 했지만, 과정에 후회가 없었기에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수영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누구나 빠를 수는 없잖아요? ‘먼저 보내는’ 대신 나를 지키고 돌아보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단체 사진 - 김정문 선생님 포함

Q6. 한강 건너기 대회에 참여하고 인명구조요원 자격증도 취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목표에 계속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도서관 사서’가 아닌, 그냥 ‘나’로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서가 꿈이었습니다. 초·중·고 내내 도서부 부장을 맡았고,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해 사서가 됐죠. 오롯이 사서가 되기 위해 달려온 삶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책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삶을 꿈꾸며 공공도서관 사서가 됐지만, 막상 ‘일’로서의 도서관은 쉽지 않았습니다. 도서관과 사서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도서관협회로 옮겨 현장을 바꿔보려 애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요. 게다가 갑작스레 한 부서의 팀장을 맡으면서, 그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과 압박이 컸습니다. 다른 팀장님들보다 한참 어렸던 제가 기댈 수 있는 건 시간밖에 없었죠. 그렇게 4~5년을 매일 야근하다 건강에 이상이 왔고, 결국 모든 걸 내려놓고 퇴사를 택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사서라는 꿈마저 접고 싶을 만큼요.

‘이제 나는 뭘 하지?’ 고민 끝에, 도서관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내가 좋아하는 걸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학업과 일을 핑계로 미뤄뒀던 인명구조요원 자격 과정을 무턱대고 신청했는데, 공교롭게도 전 직장 퇴사 바로 다음 날 입교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특수부대 출신 교관님들의 매서운 훈련 속에서 매일 8시간 넘게 물에 있다 보니 추위에 벌벌 떨기도 했고, 피구조자 탈출 연습을 하다 교관님께 목이 졸린 적도 있습니다. 입영(立泳, 물에 선 채 버티는 동작)을 하다 다리에 쥐가 나 물에 빠진 적도 있고요. 그래도 고생 끝에, 대학 졸업 이후 처음으로 딴 자격증을 손에 쥐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다시 할 수 있다’고요. 나를 ‘사서’라는 한 가지 틀, 내가 만든 고정관념으로만 정의할 필요는 없다는 걸, 그렇게 또 한 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직장 생활에 치여 미뤄뒀던, 수영과 관련된 도전들을 하나씩 다시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살아보고 싶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고, 더 깊은 물에 들어가 보고 싶어 프리다이빙 자격증도 땄습니다. 학창 시절에만 나가봤던 한강 건너기 대회에도 다시 참가했고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한강 건너기 대회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영을 조금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기록 경쟁 없이 ‘완영’이 목표인 대회거든요. 실제로 수영을 배운 지 4개월 된 분도 완주에 성공하셨습니다. 최근엔 서울시의 ‘쉬엄쉬엄 한강 수영’ 대회도 있으니, 물에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Q7. 그렇다면 수영이 일상이나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A. 잡념을 정리할 수 있는 ‘고요함’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도 걱정도 많아지고 이런저런 계획도 세워야 하지만, 정작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어렵잖아요.

어떤 운동이든 몰입하면 잡념이 사라지지만, 수영은 물속에서 이뤄지다 보니 바깥의 소란한 소리까지 사라집니다. 들리는 건 오직 물소리와 내 마음의 소리뿐이죠. 그래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복잡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기 좋습니다. 요즘엔 골전도 방수 이어폰도 잘 나와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잡념을 정리하고 또 흘려보내는 재미까지 생겼고요.

또 하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의외로 ‘생각을 덜 해도 되는’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상대의 수를 읽고 매 순간 전력을 다해야 하는 운동도 있지만, 수영은 속도도 자세도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동작이 몸에 익으면 내 페이스대로 얼마든지 시간을 늘려갈 수 있죠. 저는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제 생각과 내일을 가만히 정리하곤 합니다.

요즘은 헬스도 병행하다 보니 짬을 내서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출근 전 아침 자유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지는 않고, 그저 물에서 놀 듯이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피곤했지만, 오히려 늦게 자는 습관도 고쳐지고 가볍게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하면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사진 - 김정문 선생님

Q8. 제주도 한 달 살기도 빼놓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A.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전 직장을 퇴사하고 무작정 인명구조 자격증을 딴 뒤, 취득 바로 다음 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숙소조차 정해두지 않고,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지냈죠. 인생의 모든 문제를 잠시 내려놓고 매일 바다수영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한결 건강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신입직원 연수 때, 절친한 입사 동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따금 여행처럼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들이 있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거라고요. 그 추억을 곱씹고 또 떠날 날을 그리며 힘든 일도 버텨낸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엘리자베스 킴의 『만 가지 슬픔』에 나오는 구절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은 세상에 만 가지 기쁨과 만 가지 슬픔을 남겨두고 갔다. 당신이 슬픔 하나를 겪을 때마다, 그대에게 기쁨 하나가 남아 있을 것이다.” 저 역시 그 기쁨을 떠올리며 살아가려 합니다.

끝으로 6월의 제주시 구좌읍 코난 해변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꽤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조용히 바다를 즐기기 좋은 곳이에요.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쉬어 갈 수 있죠. 저도 매년 그때를 기다리며, 사서로서의 삶을 좀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Q9. 도서관에서 업무, 그리고 수영을 함께 이어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A. ‘물 같은 삶’입니다. 강처럼 유연하게 흐르고, 바다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는 삶이요. 예전의 저는 완벽주의가 강해서, 일도 운동도 사람도 늘 제 기준에 맞추려 했습니다. 그 고집 덕에 성장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지쳐버린 나와 떠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지금도 그런 면이 남아 있지만, 앞서 말한 여러 경험을 지나며 조금씩 내려놓고, 나와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다름’은 결국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곁에 동료가 있고 상대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더군요. 그렇게 흐르고 받아들이는 삶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입사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앞으로 직장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국민인에게 정말 필요한 성곡도서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학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자료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과 문화생활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연구자와 학교에 필요한 연구를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정제해 모으는 기관인 만큼, 생성형 AI 시대에는 도서관이 데이터 활용의 거점이 되고, 사서가 그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의외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성곡도서관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자책 중심의 수서 정책으로 자료 수집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전자정보 교육과 연구성과 분석 같은 연구지원을 통해 국민대학교가 ‘연구를 더 잘하는 대학’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국민인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희망도서를 더 많이 신청해 주시고, 도서관 프로그램과 이벤트에도 많이 참여해 주세요. 여러분의 ‘필요성’이 곧 도서관의 방향을 정합니다. 성곡도서관, 많이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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