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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에 가는가?

(소프트웨어학부 윤종영 교수)
『왜 대학에 가는가』는 대학의 역사와 현실을 돌아보며, 대학이 지식과 취업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국민대학교의 건학 정신 역시 개인의 배움을 공동체의 가치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학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를 되짚으며, 오늘의 국민인들이 함께 만들어갈 국민대학교의 새로운 100년을 이야기합니다.
사진 - 왜 대학에 가는가?

올해 국민대학교는 개교 80주년을 맞았다. 1946년 9월 1일 해공 신익희 선생을 비롯한 상해 임시정부 요인들이 해방 후 최초의 민족사학을 세운 지 여든 해가 지났다. 그 시간의 무게 앞에서 우리 대학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이 지식의 많은 부분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지금, 대학의 존재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질문 앞에 서 있다.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는 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다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앤드루 델반코 교수가 2012년 펴낸 『왜 대학에 가는가』는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책이다. “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이었고,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부제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다

사진 -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사실 대학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 애비게일 애덤스는 1776년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서 교수들이 공적 활동에 바빠 강의를 소홀히 하며 교육은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썼고, 그로부터 한 세기 뒤 스탠퍼드대 총장도 학부 저학년생에 대한 관심 부족을 미국 고등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영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우려를 나열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우려가 이토록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은 오늘의 대학 위기론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게 한다.

미국의 대학은 원래 공동체에서 출발했다. 17세기 청교도들은 신앙 공동체의 이상을 대학에 옮겨, 지성과 신체와 영혼을 함께 기르고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리를 찾는 곳으로 대학을 세웠다. 그런 가운데 1862년 제정된 모릴법(Morrill Act)은 이러한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미 연방정부가 각 주에 토지를 배정해 농업과 기계 기술 교육을 위한 대학을 세울 수 있게 한 이 법은 미국 고등교육에 대한 첫 연방 차원의 지원이었고, 이후 주립대학 체제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이 일부 계층만의 배움터에서 더 넓은 사회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나아가는 데도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모릴법 이후 대학이 급증하면서 고등교육의 무게중심은 교양교육 중심의 ‘칼리지’에서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옮겨갔다. 과학과 학문의 발전을 이끈 값진 성과가 있었지만, 교양교육과 ‘배움의 공동체’라는 본래의 색깔은 그만큼 옅어졌다.

사진 - 왜 대학에 가는가?

그리고 지금의 대학

대학은 점점 취업 준비 기관으로만 이해되고 있다. 전공은 전망으로 평가되고, 수업은 효율로 따져지며, 대학의 가치는 취업률과 연봉으로 환산된다. 이런 기준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델반코 교수는 대학이 여기에만 머물 때 더 중요한 것을 잃는다고 말한다.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습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 삶의 방향을 스스로 따져보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학은 정답을 빠르게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오래 붙들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준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이 책은 바로 그 시간을 대학 교육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대학을 장밋빛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기회의 공간’이라는 말 뒤에는 불평등이 놓여 있다. 입시 준비 환경, 학비 부담, 정보 접근성에서 출발선이 이미 다르고, 좋은 대학일수록 자원이 많은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학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배움터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의 격차를 다시 확인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 모순을 비켜 가지 않는다.

많은 이에게 대학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경쟁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동시에 작동한다. 자유가 시작되는 곳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실은 비슷한 기준과 속도에 맞춰 움직이고 있을 때가 많다. 델반코 교수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대학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대로 무용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학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효율과 경쟁의 논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대학은 학생이 자기 삶을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다른 시대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만나 자기 생각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은 전공과 무관하게 필요한 경험이다. 기술과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다시 배우는 힘은 오래 남기 때문이다. 대학은 바로 그 힘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사진 - 왜 대학에 가는가?

개교 80주년, 국민대가 서 있는 자리

국민대학교가 개교 80주년을 맞은 지금,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대학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존재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지켜왔고 무엇을 새로 그려갈 것인지에 있기 때문이다. 『왜 대학에 가는가』는 대학을 그저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다시 고민해야 할 화두로 삼게 한다. 대학이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국민대학교는 나라를 세우는 일과 대학을 세우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17세기 청교도들이 신앙 공동체의 이상을 대학에 담았다면, 국민대는 20세기 중반 그 자리에 민족 공동체의 이상을 새겼다. 대학이 나를 발견하고 그 앎을 공동체로 넓혀가는 곳이라면, 델반코의 대학론은 국민대의 건학 정신과도 뿌리가 닿아 있다. ‘해방 후 최초의 민족사학’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지나간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북악 자락을 걷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자부심이다.

전공과 학점, 취업 준비에 앞서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것이 대학이 학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 모른다. ‘국민인’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걸어가는 걸음마다 80년의 시간은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이제 다음 100년의 길은 지금 이 캠퍼스에서, 오늘의 국민인들로부터 시작된다.

윤종영 교수 프로필 사진 -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윤종영 교수
스탠포드대학교 석사를 졸업하고 2016년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소프트웨어 전공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활동으로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기업에서 15년 넘게 IT아키텍트로 커리어를 쌓았으며, 국민대학교가 운영한 서울시 AI양재허브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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