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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국민인 2017년 수능이 접하게 한, 전과 다른 순간들

수능 연기·모친상 겪은 뒤…“타인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 되고 싶어”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18학번 강민지 학생

우리는 살면서 전혀 예기치 못한 순간을 수도 없이 맞이하게 된다. 그중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건 삶의 궤적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행복과 불행’을 두고 ‘마치 콩밥의 콩과 쌀의 비율 같다’고 하는 이도 있다.
어쩌면 슬픔의 시간을 통과하고 이전과는 다른 순간을 맞이하는 게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목적일지 모른다.
쉽게 상상하지 못할 여러 일을 동시에 겪어내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아니, 우리 모두는 그렇다. 타자와 모든 순간을 공유하지 않을 뿐, 우리는 각자 격렬한 드라마를 가지고 있다.
오늘 소개할 국민대 학우,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18학번 강민지 학생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그녀가 겪은 수능 이야기를 소개한다.

11월 16일 예정이었던 수능

강민지 학생은 2017년에 수능을 봤다. 그해 수능은 11월 16일에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날 장례식장에 있었다. 2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강민지 학생에게 그날은 아직도 어제 같은 날이라, 떠올릴 때마다 ‘멀미’ 같은 감각까지 느껴진다.

이야기는 수능 이전으로 더 거슬러 가야 한다. 강민지 학생은 재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모친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암이었다.

강민지 학생은 ‘나랑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 꼭 모든 상황이 좋아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여름이 되자 모의고사 성적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예정된 수능 전날인 11월 15일 예비소집일. 집 근처 학교가 강민지 학생의 고사장으로 정해졌다는 발표를 듣고, 몇몇 친구와 함께 마지막 복습을 했다.

D-Day 1… 지진으로 연기된 수능

공부를 마친 뒤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바로 다음 날이 수능이라 병상의 어머니를 보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험 잘 치르고 기쁜 마음으로 엄마 만나러 가자.”
강민지 학생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집에 도착했다.

집엔 고모들이 와 있었다. 어머니를 대신해 수능을 앞둔 조카의 시험 준비를 돕기 위해서다.

함께 저녁을 먹고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8시경, 배경음처럼 흐르던 뉴스가 속보 하나를 전하면서 모두의 눈길이 TV로 향했다.
포항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수능이 23일로 미뤄졌다는 소식이었다.

강민지 학생이 수능을 하루 앞둔 11월 15일 오후 2시경, 경북 포항 북쪽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관측 이래 우리나라에선 2016년 경주의 규모 5.8 지진 다음가는 규모였다.
118명의 사상자와 846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일으킨 포항 지진은 2017년도 수능 예정일마저 미뤄버렸다.

정신없이 뉴스에 집중하고 있을 때 딸이 걱정된 강민지 학생의 부친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떡하니…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버지의 음성에 그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요! 일주일 더 준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했잖아요.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수능도 미뤄졌겠다, 접어두었던 어머니 걱정이 다시 떠올랐다. 날이 밝으면 병원부터 갈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그러던 새벽, 고모가 갑작스레 강민지 학생을 깨워 택시에 태웠다. 영문도 모른 채 집을 나선 강민지 학생을 기다린 건 11월 16일 새벽, 어머니가 그녀의 곁을 떠났다는 부고였다.

연기된 수능 날까지 강민지 학생은 여러 생각에 휩싸였다. 가장 많이 떠오른 건 후회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7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분명히 회복 중인 것 같았고, 그렇게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약속된 7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 강민지 학생과 가족의 곁에서 먼 곳으로 떠났다.

강민지 학생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부한다고 어머니 옆에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되고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어머니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지 못했으니까요. 뒤늦게 다른 가족들에게 ‘아프다’고, ‘딸이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 걸 알게 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재수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습니다. 가족 말고 더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시험을 보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어쨌든 저는 어머니와 이 수능을 맞바꾼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잘 끝내야만 했습니다.”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을 텐데도 수능 성적은 평소 모의고사 실력대로 나왔다. 그렇게 합격한 학교가 바로 ‘국민대학교’다. 힘든 시간 끝에 입학한 만큼 그녀에게 국민대학교는 정말 소중하다.

딸이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라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학교에 다니다 보니 벌써 3학년이 됐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장 힘들 때, 정말 위로가 필요할 때 힘을 보태줬던 이들을 항상 기억하게 됐다.
강민지 학생은 교육 봉사, 인터넷 강의 사이트 멘토, 과외 등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학교생활과 함께하고 있다.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시간이 그녀가 이전과 다른 순간을 맞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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