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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이라는 단어의 연관 검색어라면 바로 ‘여행’일 것이다.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담은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목적 있는 일탈’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아직 ‘체’라는 이름을 얻기 전, 에르네스토 게바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라는 이름의 젊은 의학도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둔 상태에서 친구인 알베르토 그라나다(로드리고 드 라 세르나)와 여행을 떠난다.

낡아 빠진 500cc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그들. 게바라의 여행 목적은 “책으로만 알고 있던 라틴 아메리카 탐험”이다. 여기서 게바라는 일기장에 여행이라는 일탈이 주는 본질에 대해 쓴다. “뭔가를 뒤에 남기고 떠난 듯한 우울함.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흥분과 기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해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로 이어지는 여정. 그들은 고장 난 오토바이를 내팽개치고 트럭 짐칸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며, 텐트가 바람에 날아가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재워주기를 간청한다. 그러면서 땅을 빼앗긴 민중들과 일행이 되고, 나환자들의 삶을 목격하고, 라틴아메리카는 하나임을 확인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충격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는 일탈의 시간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의사로서 보장된 안정된 삶을 거부하기로. 무심코 저지른 일탈이 위대한 혁명가를 낳은 각성으로 변하는, 마치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듯한 기적의 순간. 영화는 그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내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가 막 피어오르는 청춘의 일탈 찬가라면,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의 마지막 결단이다. 에드워드(잭 니콜슨)와 카터(모건 프리먼). 피부색부터 사회적 지위와 재산까지 온통 다른 그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같은 병실의 환자라는 것.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 1년도 남지 않은 삶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한부 인생을 정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에드워드와 카터는 일탈을 선택한다. 그것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희생되었던 인생에 대한 작은 보상이기도 하다. 부자인 에드워드 덕에 프랑스, 이집트, 중국 등 전 세계를 누비지만 그들의 버킷 리스트는 반드시 큰 돈이 드는 건 아니다. 용기가 없어서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미뤄왔거나 하지 못했던 일들. 평생 짐으로 안고 죽을 수도 있던 일들을, 그들은 일탈이라는 이름으로 실천한다. 그러기에 가장 아름다운 일탈은 에드워드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키스하기”라는 리스트를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이다. 그는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딸과 만나, 손녀의 볼에 뽀뽀를 한다.

 

위의 두 영화가 흐뭇한 일탈의 예라면 <파이트 클럽>은 좀 더 과격하다. 이 영화의 잭(에드워드 노튼)과 타일러(브래드 피트)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일격을 가한다. 소비주의에 빠져 지내는 잭의 무료한 일상은, 우연히 만난 타일러에 의해 ‘파이트 클럽’을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비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타일러. 비누의 재료는 지방 흡입 결과 만들어지는 의료 폐기물이다. 알고 보면 타일러는 지방을 원료로 비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폭탄을 제조해 자본주의 사회에 불만을 담은 테러를 감행한다.

그 과격한 무정부주의적 톤을 행동으로 옮겨 보라고 권하기 쉽진 않지만, <파이트 클럽>은 도시 문명으로 대변되는 퍽퍽한 일상의 어두운 이면을, ‘폭력’을 매개로 보여준다.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피가 튀고 살이 뭉개지는 폭력 밖엔 없다는 메시지는, 일탈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하다.






‘일탈’이라는 키워드로 도서 검색을 했을 때 가장 눈에 뜨이는 제목은 <똘기충만 일탈백서>였고, 책 내용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훌륭한 ‘일탈적 격조’를 지니고 있었다. ‘잉여인간 또라이짱’이라는 블로그의 주인인 저자 또라이짱의 일탈은 그 버라이어티함이, 그 성격은 다르지만 <흥부전>의 ‘놀부 심술부리는 대목’을 연상시킨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고 튀고, 업무 시간에 몰래 맥주 마시거나 미드 보고, 성인 용품 가게 들러 보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하루 즐겨 보고, 한 달 월급을 쇼핑하는 데 질러 보고, 지하철에서 만난 킹카 무조건 따라가 보고….

일탈의 철학도 나름 확고하여 “실제로 행할 마음은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끼는 그런 때, 바로 그런 때가 우리가 흔히들 말하고 소.원.하.는. ‘일탈을 꿈꾸는 것’” “어제가 아닌 오늘이기 때문에 뭐든 도전해볼 수 있는 거고, 제약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볼 수 있는 거고, 따분한 인생은 사양이기 때문에 나는 과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탈을 한다” 같은 ‘잠언’(?)들이 이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일탈은 젊음의 특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30대를 넘어 이른바 기성 세대라 불리는 40대에 접어들면, ‘개길 권리’보다는 ‘책임질 일’이 많아지는 것이 서글픈 현실. 젊은 시절 왕성했던 혈기와 호기심은, 연륜이나 노련미 혹은 원숙함 같은 듣기 좋은 말로 퇴색되고, 점점 삶은 화석처럼 굳어진다. <똘기충만 일탈백서>는, 일탈해도 괜찮을 연령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소박한 도발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방은 곤란한 일. 모름지기 일탈은 독창성이 생명이다.

수많은 소설들이 일탈의 삶을 그리지만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이야기들은 꽤 아기자기하다. 국내에 번역된 책 제목들만 봐도 그의 보헤미안 기질은 금방 알 수 있다. <유쾌한 자살 여행>, <저승에서 살아남기>, <토끼와 함께 한 그해>, <웃는 암소들의 여름>, <하늘이 내린 곰>….

이 중 <토끼와 함께 한 그해>를 집어 들면, 소설의 주인공 바타넨은 반복되는 일상과 짜증나는 마누라와 별 의미 없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정말로 어느 순간 무작정 벗어나, 국경을 넘는 여행을 시작한다. 사고처럼 만난 토끼 한 마리는 우연한 동행자.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할 때 비로소 샘솟는 호연지기는, 이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감성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보르헤스의 소설들이다.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지만 의외로 많이 읽히진 않는 그의 소설은, 정교한 거짓말로 우리를 이성 중심적인 사고에서 해방시키고 사실과 역사를 유희하듯 다룬다. 뇌가 물렁물렁해지는 느낌? 그 어떤 보르헤스의 소설을 집더라도 접할 수 있는, 환각적인 경험이다. 혹시나 아직 보르헤스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면, 올 봄 독서 리스트 한구석에 이름을 올려 봄이 어떠실지….


 


 



월터 셀러스 감독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
23살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엉뚱한 생화학도이자 마음 맞는 친구 알베르토와 함께 4개월간 전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 이야기. 만만치 않은 여행을 통해 지금껏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을 깨닫는다.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꿈과 열망을 현실화해 나가는 청춘을 그려낸다.

롭 라이너 감독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버킷 리스트’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는 의기 투합해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 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등. 목록을 지워가고 더해가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에 대해 통찰하게 된다.

데이빗 핀처 감독 <파이트 클럽> (1999)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일상의 무료함과 공허함 속에서 늘 새로운 탈출을 꿈꾼다. 출장행 비행기 안에서 만난 독특한 친구 타일러 더든과 우연찮은 계기로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은 ‘파이트 클럽’이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한다. 이 조직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던 어느 날 타일러는 갑자기 종적을 감춘다.

또라이짱 <똘기충만 일탈백서>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는지를 반문하는 또라이짱. 지루한 쳇바퀴 속에 자신을 가두는 현대인들에게 일탈을 외치는 자칭 ‘관악구 손예진’ 또라이짱이 당신의 멱살을 잡고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이야기한다. ‘일탈이 꼭 거창한 거야?’라는 질문을 던지는 또라이짱의 일탈 스토리. 조금만 생각을 비틀면 우리 모두 ‘또라이’가 될 수 있다.

아르토 파실린나, <토끼와 함께 한 그해>
무기력한 삶에 지친 주인공 바타넨과 차가운 도시인이, 귀엽고 앙증맞은 토끼 한 마리를 통해 탄탄한 유대를 맺게 되는 이야기. 소설가가 되기 이전 벌목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신문에 글을 기고했던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바타넨은 파실린나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유사점이 많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책을 너무 많이 읽어 눈이 먼 20세기 라틴 문학의 대표 작가. 기호학, 해체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20세기 지성사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정의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정통 리얼리즘이 갖는 협소한 상상력의 세계를 허문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 세계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무한의 상상 세계가 잠재되어 있다.


 




 


김종욱 찾기 : 첫사랑을 찾아나선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의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 '창작뮤지컬의 신화'. 'No.1 창작뮤지컬'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지닌 이 공연은 한국뮤지컬대성, 더뮤지컬어워즈 등 각종 뮤지컬 시상에서 화려한 성적을 냈다. 현재까지 약 10만 명의 관객이 사랑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현재 오픈 런 공연 중.  

김재범, 성두섭, 곽선영, 최주리 외 출연 | 2007년 10월 23일~OPEN RUN | 대학로 예술마당 1관 | 문의 02-501-7888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 지금 다시 시작하는 드로잉 지망생들을 위한 마인드& 실전 실습서. 실제적인 그리기의 테크닉과 드로잉, 소묘의 실제 그리기 기법, 그리는 이의 마인드와 창의적 상상력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맞춤 실습 팁을 제공한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즐겁고 의미 있는 다양한 그리기의 세계로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안내한다. 

오은정 저 |  안그라픽스  | 2011년




뮤지컬 쇼 <All that Jazz> : 용산아트홀 대극장에서의 강렬함 그대로, 보다 감각적인 뮤지컬로 변신한 뮤지컬 쇼 ‘All that Jazz’는 젊음과 열정을 말한다. 매혹적인 재즈 안무와 감미로운 재즈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는 이 공연은 뮤지컬 <아이다>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했던 배우 문종원과 감수성 어린 보컬의 최수형이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문종원, 최대철, 전수미 외 출연 | 2011년 4월 22일~10월 20일(Open Run) | 대학로 SH아트홀 | 문의 02-3141-3025




최정원의 연극 <피아프> :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한 여인의 삶을 보여주는 연극 <피아프>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열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연극은 ‘프랑스의 목소리’라 불리는 전설적인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살다간 47년간의 세월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완성해나간다. 관록 있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처절한 연기와 호소력 있는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2011년 4월 30일~6월 5일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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