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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K VOL.11 2012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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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이슈 | 트렌드와 시사 경향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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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스펙트럼 | 정진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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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컬쳐



이용주 감독의 영화 <건축학 개론>은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한 편으론 ‘집’에 대한 이야기다. 정릉에서 태어나, 정릉에서 자란 건축가 승민(엄태웅)에게, 낡고 쇠락한 정릉 집은 벗어버리고 싶은 지긋지긋한 가난과 동의어다. 수십 년간 순대국밥을 팔아왔던 동네 시장이 재개발부지로 편입되자, 가게 판 돈을 유학자금으로 쥐여주는 홀어머니에게 승민은 소리친다. “이 돈을 왜 나한테 줘? 엄마 들어갈 아파트라도 사지 않고. 엄마는 이 집이 지겹지도 않아?” 늙은 어머니는 담담하면서도 무심하게 대답한다. “집이 지겨운 게 어디 있어? 집은 그냥 집이지….






낡은 것들이 대개 지겨워짐에도, 가장 낡은 사랑인 첫사랑이 언제나 그리움을 동반한다는 것은 역설이다. 가장 ‘낡은 집’인 고향 집이 항상 향수(鄕愁)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6월 3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 ‘Home within Home(집 속의 집)’을 갖는 서도호(50)는 첫사랑과 닮은 고향 집의 속성을 영리하게도 포착해 낸 작가다. 전시회의 중심 작품인 <서울집/서울집(Seoul Home/Seoul Home)>(2012)은 작가가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낸 서울 성북동의 한옥이 모델. 서도호는 1974년 부친 산정(山丁) 서세옥 화백(서울대 명예교수)이 창덕궁 연경당(演慶堂) 사랑채를 본떠 지은 성북동 한옥을 청색 은조사(銀造紗)를 재단해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서까래, 대들보, 기둥, 창살, 기왓장 등 한옥의 건축적 요소를 일일이 바느질해 만든 이 작품의 크기는 가로 14m, 세로 7m, 높이 4m.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바닥에서 2m 이상 떨어진 허공에 매달린 이 집은 신기루처럼 뿌옇게 일렁이며 관람객들이 저마다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고향집’의 이미지와 만나게 한다.





1991년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한 서도호는 “집을 떠나니 역설적으로 집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이 ‘집’ 작업을 시작한 이유”라고 말한다. 편의상 ‘집(home)’이라고 부르는 미국집과, 그의 마음 속에 진정한 ‘집’으로 남아있는 서울집과의 간극이 너무나도 컸던 것. 어느날 그는 쿨하게 결심한다. “그리운 곳으로 못 돌아간다고 질질 짜느니, 차라리 그 공간을 가지고 가 버리자." 그는 언제라도 슈트케이스 안에 차곡차곡 개켜 넣어 들고 가 버릴 수 있도록 천으로 된 집을 구상했고, 성북동 집의 한옥 두 채 중 남동생과 그가 기거했던 작은 한옥을 청색 은조사로 형상화한 <서울 집/L.A 집>을 1999년 미국 LA 한국문화원 전시에 내놓으며 ‘집’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서울 집/서울 집’은 부모님이 생활했던 큰 한옥을 작품화한 것. 지금까지 그의 ‘한옥’은 L.A. 런던, 시애틀, 볼티모어 등 세계 방방곡곡을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집처럼 떠돌아다니며 전시됐지만 정작 ‘서울 집’이 실재하는 서울에서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도호의 ‘집’이 첫사랑의 기억처럼 애틋한 설렘을 불러일으킨다면, 미국 화가 윈슬로 호머(Winslow Homer, 1836~1910)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1863)은 고향에 대한 통렬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이 그림은 잡지 ‘하퍼스 위클리’의 삽화가로, 남북전쟁의 종군기록화를 그려 명성을 얻었던 호머가 1863년경에 그린 유화이다. 전쟁의 포화(砲火) 속 푸른 군복을 입은 북군(北軍) 보병(步兵) 두 명이 막사에서 멀리 두고 온 고향집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등장인물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허리에 한 쪽 손을 올린 앞쪽 병사의 제스처, 상자에 걸터 앉아 턱을 괸 뒤쪽 병사의 자세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 두 병사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병사들은 지금, 연대(聯隊)의 악단이 연주하는 ‘즐거운 나의 집’, 곧 ‘홈, 스위트 홈’을 듣고 있는 중이다. 영국의 작곡가 H.R.비숍이 1923년 미국 극작가이자 배우인 페인의 가사에 맞춰 작곡한 이 곡은, 비숍의 오페라에 등장한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널리 불려졌다. 남북전쟁 당시의 군악단은 ‘성조기여 영원하라’, ‘아메리카’, ‘컬럼비아 만세’처럼 애국심을 자극하는 노래를 연주하며 전의(戰意)를 다지다가도, 마지막엔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고향에 대한 열망에 가득한 병사들을 하나로 모았다. 1861년과 1862년 전방을 방문했던 호머는 향수에 가득 찬 지친 병사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넣었다. 그림 속 모닥불 위엔 자그마한 냄비가 끓고 있고, 땅바닥의 양철 접시에는 건빵 몇 조각이 놓여 있다. 차가운 건빵과 아마도 맛없는 군용 음식이 담겨 있을 냄비…. 화가는 이를 통해 노스탤지어에 빠진 그림 속 병사들이 ‘즐거운 나의 집’과는 너무나도 먼 곳에 있으며, 어쩌면 그 ‘즐거운 곳’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역설적 상황을 표출해 냈다.





고향을 떠나 전세계를 떠도는 유목민형 예술가에게도, 전쟁터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병사들에게도 가장 익숙한 ‘집’의 이미지는 아마도 아서 휴스(Arthur Hughes, 1832~1915)의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옴(Home from Work)>(1860~1861)일 것이다.



19세기 영국을 풍미했던 라파엘 전파(前派•Pre-Raphaelite Brotherhood)의 일원인 휴스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한 집안의 가장(家長)이, 잠옷 바람에 맨발로 뛰쳐나온 어린 딸의 입맞춤을 받는 다정한 장면을 따스하게 묘사했다. 가장의 옷차림은 허름하고 볼품없는 데다가, 바닥의 망태기에 든 수확은 별볼일 없을지라도, 가족이 따스하게 맞아주는 내 집으로 돌아왔으니 지금 이 순간의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노래 ‘즐거운 나의 집’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도 다음과 같다. ‘Be it ever so humble, there's no place like home(아무리 초라하더라도, 내 집 만한 곳은 없네)’.



앞서 언급한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대학 신입생 땐 ‘압서방파(압구정•서초동•방배동 거주자를 이르는 말)’를 동경하던 서연(한가인)이 30대 중반에 이르러 제주도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