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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모스나 시에나 밀러 등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비교적 저렴한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상품으로도 멋진 모습을 선보이면서 칩 시크 스타일은 화제가 됐다. 2000년대 중반에는 칩 시크 스타일을 즐기는 이른 바 ‘프라브족’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프라브족(PRAVs, 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은 저렴하면서도 멋스러운 제품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실속파를 뜻한다. 이들의 입맛에 꼭 맞는 칩 시크 상품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 것이다.

칩 시크의 붐은 패션뿐 아니라 가구, 전자 제품, 항공, 호텔, 금융 등의 분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5년 국내 여객 수송의 0.1%를 담당했던 저가 항공(LCC, low cost carrier)은 2010년 점유율이 34.9%로 급성장했다. 또한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9.3%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루이비통 브랜드가 대표적인 LVMH와 구찌 브랜드를 소유한 PPR 등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0.7% 회복세에 그쳤지만, 중저가 패션 브랜드는 무려 25%가 증가하면서 불황에도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처럼 제품과 서비스를 불문하고 칩 시크 상품은 가격과 품질은 서로 ‘상충관계(trade off)’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깨고,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능의 피로란 한 제품에 너무 많은 기능을 제공해서 오히려 사용자들의 만족감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대다수 소비자들은 많은 기능의 고가 제품보다 필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키는 제품을 선호한다.






칩 시크로 성공한 상품을 보면 비핵심 요소를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소비자의 필수 니즈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 에어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했다. 단거리 탑승객은 무엇보다도 가격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온라인 발권, 단일 기종 운항 등으로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기내에 좌석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화장실을 없애는 노력을 들인 결과 2009년 독일 대형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제치고 국제선 서비스 부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저가 제품이더라도 핵심 가치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면,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질 수 있다. 일본의 패션 기업 유니클로는 의류 디자인 못지않게 소재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섬유 업체 도레이와 공동 개발하여 만든 발열 의류 소재 ‘히트테크’는 저렴한 가격과 보온성,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최근 수년간 겨울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가격도 싸고, 소비자가 중시하는 핵심 기능 역시 고급 제품보다 우수하게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한편, 성공적인 칩 시크 상품을 선보인 기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핵심 기능만 본사에서 담당하고 다른 부분은 아웃 소싱하는 이른 바 ‘네트워크형’ 사업 구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3분기에 북미 LCD TV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비지오는 2010년 매출이 30억 달러에 이르지만 전체 임직원 수는 200명에 불과하다. 기술이 중요한 TV 제품을 판매하지만 설계에서부터 제조, 일부 디자인까지 외부에 위탁하기 때문이다. 유통 채널도 직영 매장이나 가전 전문 유통점이 아닌 월마트,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할인점을 선택했다. 그 결과 매출 대비 판매 관리비가 업계 다른 기업의 경우 10~20% 수준인데 비해 비지오는 불과 0.7% 수준에 그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존과 동일한 상품도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활용할 경우 더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 국내 자동차 보험 시장 20%를 돌파한 온라인 자동차 보험을 들 수 있다. 오프라인과 동일한 상품이지만 온라인 채널을 유통 경로로 활용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저가로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사실 칩 시크 상품은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칩 시크 상품이 급성장해서 그 잠재성이 입증되면, 바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기존 선두 기업의 견제가 시작되고, 동일한 사업 모델로 무장한 신규 진입자가 등장하는데, 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가 않다.

최근 급 성장세를 보인 저가 항공과 온라인 자동차 보험 역시 기존 강자들이 동일한 사업 모델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200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중저가 항공사 한성항공을 시작으로 2006년 영남항공과 제주항공, 2008년 이스타항공 등이 성장세를 보이자 주류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중저가 시장에 진출했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기존 중저가 항공사와 동일한 사업 모델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에 중저가 전문 항공사들은 기존 강자의 공세 속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활로를 모색 중에 있다.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샤는 2005년에서 2007년까지 매출이 급락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인 아모레 퍼시픽이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했으며,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더페이스샵의 공세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외 진출 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비비크림과 같은 기능성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신규 출시하고,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2010년까지 4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되었던 비지오 역시 삼성과 소니의 가격 인하 공세로 점유율이 하락했으나 PC 모니터와 홈시어터, LED TV 등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저가이지만 품질과 기능, 브랜드가 경쟁 상품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을 통해, 경쟁자와의 치열한 승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중저가 상품의 특성상 R&D와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데 한계가 있는 기업은, 협력을 통한 효율적인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다. 스웨덴의 패션 기업 H&M은 2004년부터 명품 브랜드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스텔라 메카트니, 마돈나 등과 협업해 스페셜 라인업을 선보였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상품에 소비자들은 열광적인 호응으로 보답했다. 매출 신장은 물론, 브랜드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데도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와 같이 칩 시크 상품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칩 시크 상품의 핵심 포인트는, 가격과 품질은 '상충관계(trade off)'라는 오랜 편견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기존 기업들도 조직 내부의 칩 시크 부문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공급 및 유통 환경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주시하고 관찰하면서, 칩 시크 상품 출시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기존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서 새로운 중저가 비즈니스를 선보이거나, 현재의 포지션은 유지하면서 별도의 브랜드를 통해 칩 시크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꾸준한 품질과 기능의 개선,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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