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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이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다

“국민대학교 글로벌인문·지역대학”

정선태 학장

문과대학과 국제학부의 체제 개편으로 2017년 새롭게 출발한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은 인문학과 지역학이라는 중심축 위에서 전통과 문화의 계승, 인문 정신과 글로벌 역량의 함양이라는 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명 시대에도 인문학의 가치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정선태 학장을 만나 현대사회 인문학의 의미와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실용주의에도 상상력은 필요해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은 학문과 지식의 토대가 되는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과 비판적 지성을 기르는 한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제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문학적, 실용적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전공 학문을 심도 있게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용교육과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사회의 인재가 될 준비를 해나갈 수 있다. 인문과 실용, 양극단의 개념이 함께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선태 학장은 인문학적 근거를 갖추고, 도구적 합리성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실용성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지난해 열린 ‘지역주민과 국민인을 위한 KMU 글로벌인문 · 지역학 특강’ 현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자본주의적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만, 자본주의를 떠나서는 살 수 없지요.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 짧은 시간에 현실을 바꾸거나 화폐가치로 환산되지는 못해도 우리 사회와 삶의 수준을 높이는 근거가 될 것은 분명해요. 인문학적 근거를 갖춘 실용주의와 그렇지 못한 실용주의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상상의 능력을 말살하고 실용적인 기능에만 집중하는 기획된 교육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이것은 비단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는 기능적 인간이 아닌 나를 이해하고 타자에 공감하는 인문학적 품성을 지닌 사람이 필요한 때라고 정선태 학장은 강조한다.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진 인재를 키우고자 합니다. 몽상이 아닌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죠. 위기를 돌파할 때 선두에 서는 사람을 결국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인간다움을 지키는 인문학의 힘

경제논리가 대학사회를 압도하며 취업이 대학의 사명이 되고 인문학의 위기론은 반복된다. 취업난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독 문과 학생들에게 더 냉혹한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부터 문과의 취업 현실이 반영된 ‘문송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 내 인문학적 자존감의 수준을 드러내는 말이다.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의 정선태 학장은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담는 인문학도들은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함이 있어야 해요. 자존감과 효능감이 전제돼야 하는 거죠. 학생들에게도 ‘너희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다’고 말해요.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토대이자 바탕이니까요. 우리 대학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예전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방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와 과학기술이 중시되는 새로운 사회라 해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능력과 소통과 배려에 기반을 둔 인문학적 역량은 인간의 삶에서 여전히 핵심적이고 중요한 가치를 띨 것이라고 정선태 학장은 역설한다.

“사람을 위해 만든 인공지능도 인문학적 상상력과 질문이 개입하지 않으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어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자본이나 과학기술이 아니라 인문학이에요.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것, 이게 우리가 인문학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만의 콘텐츠로 국민대의 힘 알리고 싶어

정선태 학장의 꿈은 마을훈장이다. 집안의 아들로서, 명문대 학생으로서 보이지 않는 ‘권력’을 누리고 살아 온 자신에겐 지식과 교양들을 환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꿈이 추가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강이 미뤄지고 온라인강의를 시작했는데 수강생 말고도 강의를 듣는 사람이 있어서 놀랐어요. 졸업생이 듣기도 하고 지인들이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주기도 하고요. 지식 환원이 이런 방법으로도 가능하구나 싶었죠.”

유튜브 영상 제작에 필요한 촬영기술과 편집기술도 독학했다는 정선태 학장은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면 다양한 인문학 강연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작년에 우리 단과대학에서 임시정부 루트 탐방을 다녀온 뒤로 문학과 역사, 정치와 철학이 만나는 학생참여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또 하나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국민대 교수들이 함께 하는 특강인데요. 예를 들어 법대나 공대 교수가 인문학적 관점에서 전공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분야에 제한은 없어요. 모든 것의 바탕인 인문학 위에서 펼쳐지는 지성의 향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민대학교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어 대학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낼 생각이다. 앞서 말한 교수특강이나 일부 강의를 공개하고, 학생들의 활동기 등 재미와 깊이를 함께 갖춘 콘텐츠를 제작해 모든 국민인이 함께 즐기길 바란다.

“‘스튜디오KMU’라고 이름을 붙여봤어요.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엔지니어, 작가, 번역, 자막 등 모든 역할을 맡아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우리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보여주는 거예요.”

스튜디오KMU가 국민대의 힘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정선태 학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 글로벌인문·지역대학이 펼쳐낸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아서’ 일부

미래의 불안에 떨기보다 현재에 충실하길

정선태 학장은 아직 대학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신입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대학생활의 목표가 취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불안과 공포의 포로가 되어 이십대 황금 시기, 청춘을 헌납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이다.

“우리 글로벌인문·지역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어요. 지금의 삶에 충실하세요. 어느 순간 우리를 엿보고 있던 기회가 왔을 때 그걸 붙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거예요.”

지금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선태 학장은 연애, 공부, 술 세 가지의 과제를 제시하며 청춘의 특권이라고 강조한다.

“사랑이란 내 주체가 철저히 깨지는 행위예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관성화된 삶의 궤적을 깨뜨리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죽어라 공부하고 지식과 대결하세요. 그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일 겁니다.”

청춘을 신나게 누리다 보면 분명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마지막으로 신입생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정선태 학장이 추천한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정신과 교양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몇 배의 삶을 산다며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지 못했던 연결고리가 이어져 다양한 책을 만나게 돼요. 어렵다고 생각했던 고전에도 도전해 보세요. 고전을 다 읽고 난 뒤의 환희를 직접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정선태 학장의 말처럼 학생들은 인문학을 통해 변화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국민대학교 글로벌인문·지역대학과의 만남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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