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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U SCIENCE

식혜와 막걸리, 보리차와
맥주의 차이점은?

열 일하는 미(美)생물의 세계

(바이오발효융합학과 박용철 교수)

필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답할 수 있다. 답은 식혜와 보리차는 음료, 막걸리와 맥주는 술이다. 그럼, 이 두 가지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발효’라고 답할 수 있고 이 알코올 발효를 하는 것은 효모(yeast)라는 미생물이다.

미(微)생물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라고 정의되지만, 우리 인간에게 많은 행복을 가져주는 예쁜 미(美)생물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을까? 여러분이 모르고 있지만, 여러 분야에서 열일하고 있는 미생물의 현장속으로 들어가보자.

우선,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배추 및 무, 고춧가루, 소금, 당분, 각종 부재료 등에 김치유산균이 작용하여 독특한 한국인의 김치가 만들어진다. 그럼 질문하나! 배추와 무를 소금에 절이지 않으면, 김치소에 소금을 넣지 않으면, 김치를 버무린 후에 남은 액체를 넣고 꾹꾹 누르지 않으면 김치 발효가 어떻게 될까? 정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김치가 되지 않고, 부패된 채소를 보게 될 것이다.

이유는 일반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인 염분이 높고 공기가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랄 수 있는 미생물이 ‘김치유산균’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노출된 재료에 있는 다른 미생물은 자랄 수 없다, 포도주 발효를 책임지는 효모는 높은 당농도와 무산소에서 자라나며 높은 알코올 농도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미생물이다. 가히 발효식품은 미생물이 능력을 발휘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최고의 먹거리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분야는 어떨까? 2차 세계대전은 많은 아픔을 전 세계에 끼친 불행이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미생물은 열 일을 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병사들이 숨졌지만, 실제 전쟁을 통해서 사상한 병사의 숫자보다는 부상에 의한 미생물 감염 사상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연합군 국가는 부상자를 살리기 위해서 연구를 거듭했고, 페니실리움이라는 곰팡이가 페니실린 항생제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결국 페니실리움 곰팡이의 발효공정개발로 대량생산된 페니실린 항생제를 연합군에 공급하여, 상처와 병마로부터 회생한 병사를 전장으로 다시 보내서 연합군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유명한 스토리가 있다. 지금도 거의 모든 항생제의 원료는 미생물 발효로 생산하고 있다. 첨단 의약품의 시초라는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 인간성장호르몬, 인류를 구한 코로나백신 등도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미생물 발효 기술의 만남으로 생산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 주름 개선용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원료인 히알루로닉산 또한 미생물발효로 생산한다.

자동차 연료와 플라스틱 분야 또한 열일하고 있는 미생물의 직업군이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랜터카에 연료를 넣기 위해서 주유소에 들리게 되는데, 모든 휘발유 주유장치에 보면 작은 글씨로 ‘E10’이라고 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문자 E는 에탄올(Ethanol)의 약자로 E10은 휘발유 90%, 에탄올 10%로 이루어진 가솔린차량용 바이오연료이다.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에탄올 주정이 환경개선을 위한 자동차연료로 사용되고 있고,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분해성플라스틱인 폴리젖산(PLA)은 젖산을 원료로 높은 정제 기술과 화학 기술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젖산은 식품 여기저기에도 있다: 김치와 요거트에. 젖산균(=유산균)이 발효하는 모든 곳에. 유산균이 생산하는 젖산은 맛있는 김치를 만들 뿐 만 아니라, 지구 환경개선의 전도사인 폴리젖산의 원료라니. 효모 미생물이 당분을 이용하여 발효로 만드는 알코올(=에탄올)은 맥주, 와인의 주요성분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바이오연료의 주요 성분이라니! 참 미생물은 열일을 하고 있네요.

그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열일하고 있는 미(美)생물은 앞으로 또 무슨 일을 벌일까? 인류 탄생의 동반자이자 인류 발전의 전도사인 어밴져스 미(微)생물의 활약을 모두들 기대해보자.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박용철 교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생물화학공학전공 석·박사를 취득하고, ㈜진로 및 ㈜오리온 연구소를 거친 이후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과정을 마치고 2009년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에 교수로 부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인력양성사업 화이트바이오과정과 환경부 eco-생물소재 고급인재양성특성화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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