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에서는 2018년 1학기부터 ‘알파프로젝트 교과목’을 신설했다. 이는 팀 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정규 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강의실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교내·외, 온·오프라인 등 언제 어디에서나 수행할 수 있다. 알파프로젝트는 3인 이상의 팀이 모여 지도교수와 함께 자기주도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다. 알파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양한 팀들 중,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project-X 팀을 만났다. 경영정보학부에서 만드는 챗봇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자신만의 알파학기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하여 정규학점으로 인정받는 교육과정.
- 기존의 형식과 틀을 깬다.
- 알을 깨고(破) 세상에 나온다.
- 대학에서 제공해주는 교육에 자신만이 추구해서 설계하는 '더하는 교육(+α)'.
- 우수한 인재(α)로 거듭난다.
project-X는 CX/UX(Customer Experience(고객 경험), 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를 연구하는 경영정보학부 학회 X-Ville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정보학부 13학번 전관우 학생의 제안으로 마음 맞는 학생들이 모여 project-X 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X-Ville이라는 학회의 지도 교수인 박도형 교수가 project-X 팀의 지도도 맡게 됐다. project-X의 팀장 황은혜 학생은 “평소 챗봇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며 알파프로젝트 참여 동기를 전했다.
“챗봇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학과 공부와 챗봇 공부를 병행하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부족했죠. 하지만 알파프로젝트는 학점 인정은 물론, 학교의 지원 아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어요. 평소 갈망하던 분야라 팀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도형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가 기업과 연계되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평소 X-Ville 학회에 도움을 주던 기업 비즈인원과 업무 협약도 진행했다. 비즈인원은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회사로, 여러 사업 분야가 있지만, 가장 주력하는 것은 화장품 사업이다.
코딩 파트를 맡고 있는 전관우 학생은 “첫 미팅을 갔을 때 그 규모가 참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시 한 번 굳은 다짐을 되새겼다.
“챗봇이 그냥 학생들끼리 재미삼아 해보는 게 아니라 비즈인원 홈페이지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프로젝트 참여에 어깨가 무겁고,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계속해서 도전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project-X는 6월 말쯤 챗봇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팀원들은 2주에 한 번씩 박도형 교수의 연구실에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이외에 궁금한 사항이나 막히는 부분은 서봉군 대학원생 조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project-X와 업무 협약을 맺은 비즈인원과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미팅을 진행한다.
project-X팀은 코딩과 챗봇 개발팀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프로젝트 운영을 위해 세 가지 과정으로 세분화했다. 그 첫 번째로 바우만테스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바우만테스트란 자신의 피부를 테스트하는 방법 중 하나로, 16가지의 피부타입으로 본인에게 알맞은 화장품을 추천해준다. 지루한 바우만테스트를 재미있게 변경한다. 현재 이 바우만테스트의 단계별 질문지는 챗봇으로 만들어졌고, 서버만 완료하면 된다.
두 번째는 온라인에서 챗봇과 대화하는 것이다. 박도형 교수는 “누구나 한 번쯤 의류·화장품 매장에 방문했을 때 말을 건넨 점원이 부담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담없이 전문적인 지식을 구하고 싶을 때 온라인에서 챗봇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지식이 필요하다. 화장품 보고서나 잡지 기사 등의 지식을 문서화해서 챗봇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토대로 삼고 온라인 점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다.
세 번째로는 프로세스를 셋업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챗봇을 구상할 때는 정보의 범위를 결정하고 이를 체계화 및 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정보는 챗봇이 알 수 있는 규칙으로 전환하는데, 이때 사용자가 챗봇을 어떻게 사용할지 의도를 분석하고,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갈지 디자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가이드 형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프로세스 셋업 과정’이다.
박도형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과정을 세 가지로 나눈 이유는 “많은 사람이 하나의 과정에만 몰두하면 무임승차하는 꼴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챗봇 완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사실 팀원들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하는 거라 어려운 부분이 발생하기도 한다. 황은혜 학생은 “한글로 된 자료가 없어 영어 자료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일에 많이 힘을 쏟았다”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다들 개발과 코딩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이런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처음이라서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조금씩 결과물이 보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현아 학생은 “이공계 학생들이 아닌 경영정보학부 학생들도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프로젝트의 의의를 더했다.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해야만 코딩이나 개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잖아요. 그만큼 해당 분야가 일반인이 공부하긴 어렵고요. 그래서 저희가 먼저 공부를 해서 일반인들이 더 쉬운 방법으로 개발·코딩을 접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표도 있어요. 나름 사명감이 있죠. (웃음)”
project-X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리고 자신도 몰랐던 열정을 알파프로젝트라는 과정에서 수행해내고 있다. 경영정보학부 학생들이 IT를 깊이 접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경쟁력 있는 인재가 탄생한 것은 아닐까. 개발과 코딩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챗봇이 상용화되는 날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