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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만난 가장 처절한 시험(엄밀히 말하면 시합) 이야기는 <천국의 아이들>이었다. 영화는 주인공 소년 알리가 동생 자라의 신발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가난해서 새 신발을 살 수 없기에, 알리와 여동생은 신발 한 켤레를 나눠서 신어야 한다. 오전반인 자라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후반인 알리는 전력 질주로 학교까지 뛴다.
이때 전국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3등 상이 바로 운동화 한 켤레다. 매일 달리기로 단련된 알리는 학교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고, 1등도 2등도 아닌 오로지 3등을 위해 달린다. 너무 앞서나가는 듯하면 페이스를 조절해, 정확히 3등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려 애쓰는 알리. 차라리 1등을 하라면 하겠는데, 3등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시종일관 마음 졸이며 보게 되는 이 영화의 페이소스는 1등이 그리 기쁘지 않은 특수한 상황 자체다. 알리는 단순한 성취감으로 대회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처절한 ‘삶의 이유’ 때문에 달렸고, 그 아이에게 3등은 곧 1등이다. 그러기에 ‘3등 획득’에 실패한 후 흘리는 닭똥 같은 눈물은, 대회의 우승자임에도 불구하고 패자의 분루보다 몇 갑절 더한 슬픔을 전한다. 아이러니라고? 동생의 신발을 건 시험 앞에 선 한 소년의 절박한 현실이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는 인생에서 시험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순간인지 보여준다. 하버드 로 스쿨에 입학한 제임스(티모시 바텀스). 그는 악명 높은 킹스필드 교수(존 하우스먼)의 ‘계약법’ 강의를 신청한다. 킹스필드는 소크라테스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수는 끝없이 질문하고 학생들은 끝없이 대답해야 하는 수업 시간.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내기 위한, 엄청난 양의 학습이 없으면 내내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잔인한 방법이다. 매 수업 시간이 팽팽한 긴장감의 시험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제임스가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잠입하는 신이다. 허락을 받아야 볼 수 있는 도서관 한 구석의 자료, 그것은 교수들의 학창 시절 메모와 필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제임스는 킹스필드 교수의 자료를 보고 싶어 밤에 몰래 숨어든다. 이런 도둑질을 통해서라도, 그는 이 수업의 승자가 되고 싶다. 기말 시험이 다가오자 제임스는 친구와 함께 호텔 방에 3일 동안 처박혀 자신의 모든 집중력을 발휘한다. 드디어 다가온 시험. 교실에 들어선 그는 혼잣말로 다짐한다.

“그래, 시험 한 번 치러 보자고!”(Okay. Bring on the test!) 학기가 끝나고 A 학점이 적힌 성적표가 배달되지만, 제임스는 열어보지도 않은 성적표를 종이 비행기로 만들어 날려 버린다. 이미 그는 학점 이상의 더 큰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얻었느냐고? 그는 학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킹스필드 교수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정말로 교수님의 수업을 즐겼습니다.”




 
<이그잼> 아마도 시험에 대한 가장 살벌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느 기업의 입사 시험장. 방엔 8명의 응시생뿐이며 그 중 한 명만이 선발된다. 그들 앞에 놓인 시험지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다. 문제 없는 시험. 제한 시간은 80분. 그 시간 안에 문제를 풀기는커녕,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한정된 상황에 캐릭터를 몰아넣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릴러 장르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그잼>은 입사 시험이라는 통과 의례를 통해 ‘조직의 쓴맛’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시험 감독관이 차가운 어조로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머지않아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숱한 입사 시험을 거쳐야 할 젊은이들에겐 잔인한 진실이다. “여기(밀실 같은 시험장)까지 오시게 한 점, 사과하진 않겠습니다. 이러한 압박과 고통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쿨 하게 첫 인사를 던진 감독관. “이 정도 시험도 못 견디면 직장에서도 못 견딥니다”라고 말한 후 그는 핵심적인 명제를 전달한다. “여기서 통하는 규칙은 우리의 규칙뿐입니다.” 시험이라는 것은 어떤 조직의 규칙에 개인을 끼워 맞춰야 하는, 자신을 말살시키고 지워나가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왠지 섬뜩한 현실이다.





각종 시험을 위한 수험서와 참고서의 홍수 속에, 정작 시험 자체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두 권의 심심풀이 퀴즈 책을 소개하자면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이하 <호모 사피엔스>)와 <당신은 빌 게이츠의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가?>(이하 <빌 게이츠>)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세상이라는 시험’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생겨 버린 고정관념들에 딴지를 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서이자 진단서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다양한 문제(라기보다는 설문)를 통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지닌 통념과 비논리성을 드러내고, 우리의 생각이 어느 정도 자유로운지, 어느 정도의 도덕적 판단을 지녔는지, 어느 정도 금기에 도전적인지, 어느 정도 가식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볍게만 느껴지진 않는 건, 그 철학적 베이스 때문이다. “온통 농담만으로도 철학적 작업을 훌륭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를 받드는 필자는, 농담 대신 퀴즈를 통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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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를 읽고 경직된 사고에 젖어 있던 뇌가 조금은 물렁물렁해졌다면, 심화 단계인 <빌 게이츠>로 넘어가도 좋을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면접 시험 문제를 중심으로 45개의 기상천외한 문제를 엮은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이면서 동시에 퀴즈 북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겐 수험서다.

“맨홀의 뚜껑은 왜 둥글까?” “아이스하키 링크에 있는 얼음의 무게는?” “후지산을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빌 게이츠의 욕실을 설계하라” 등, 이 질문들만큼이나 당황스러운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이 문제들을 풀고 입사했다는 사실! 논리력부터 주의력과 설득력까지 체크할 수 있는 빌 게이츠의 문제들은, 입사 동기나 어학 실력이나 묻는 판에 박힌 면접에 익숙한 우리에게 작은 충격을 던진다.

하지만 인생의 진짜 시험은 시험이라는 이름을 감춘 채, 예고 없이 다가온다. 그것은 해결해야 할 ‘인생의 위기’이며, 거대한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할 ‘저항할 수 없는 리스크’다. 자기 경영 전문가인 공병호의 <벽을 넘는 기술>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상황을 전제로 한 인생 전반에 대한 리스크 관리서다.

경제학 전문가이긴 하지만, 저자의 오지랖은 매우 넓다. 재무적인 분야에서 시작해 직업의 선택과 결혼 및 부부 생활 그리고 자녀 교육까지, 험한 파도 같은 세상에서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사안들은 상식적이면서도 귀 담아 들을 만하다. 항상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는 준비 정신. 그럼에도 언제나 위기는 발생하고, 그것은 끊임없는 인생의 시험처럼 당신을 괴롭힌다. 여기서 이 책은 말한다. 삶은 리스크라는 벽을 뛰어넘는 허들 경기라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시험을 치러야 할 숙명의 존재인 인간. 지금, 여기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무장으로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 <천국의 아이들>(1997)
동생의 신발 한 켤레를 잃어버린 오빠의 눈물겨운 달리기 3등 도전기. 가난하지만 순진무구함을 잃지 않는 오누이의 성장기를 그려낸 이란 영화. 1999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관객상, 파지르 국제 영화제 그랑프리, 뉴포트 국제 영화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싱가포르 국제 영화제 실버 스크린 어워드 수상.

제임스 브리지스 감독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1973)
철저한 이해와 응용을 요구하는 킹스필드 교수의 강의를 따라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혈기, 로맨스를 그려낸 영화. 학생들을 압도하는 킹스필드 교수 역의 존 하우스만은 아카데미 뿐 아니라 뉴욕 영화 비평가 협회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킹스필드 교수의 딸인 수잔 역은 <소머즈>로 유명한 린지 와그너가 맡았다.

스튜어트 하젤딘 감독 <이그잼>(2010)
시험 시간은 80분, 단 하나의 해답이 존재할 뿐이며 규칙을 어긴 사람은 바로 실격 처리되는 세계 최고 기업 입사 시험장. 서로 다른 성별, 인종, 외모를 가진 엘리트 응시자들이 이 곳에 모인다. 정확히 80분의 러닝 타임으로 관객을 조여오는 독특한 설정의 스릴러 영화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경쟁자로 제거해나가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은유한다.

줄리언 바지니, 제러미 스탠그룸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웅진지식하우스)
전 영국에 ‘철학대중화’ 바람을 일으킨 괴짜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와 제러미 스탠그룸이 자신들이 발간하는 웹진 <필로소퍼스 매거진>에 올렸던 도발적인 퀴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퀴즈에는 십대 블로거부터 전문 철학자까지 무려 10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바 있다. 우리가 얼마나 일관성 없고 모순 가득한 사고를 하고 사는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책.

카지타니 미치토시, <당신은 게이츠의 시험에 합격할 있는가?>
MS사의 면접에 출제된 기이하고 낯설고 황당하기까지 한 45가지 문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법을 명쾌히 가르쳐주는 책. 치밀한 풀이로 창의적 발상과 논리적 사고를 배워나가며 스스로의 생각하는 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빌 게이츠와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등 경영자 5인의 성공 스토리도 수록되었다.

공병호, <벽을 넘는 기술>(21세기북스)
자기계발 컨설턴트이자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공병호 소장이 낸 ‘위기를 넘어 인생을 제대로 경영하는 법’에 대한 책. 인생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위기와 리스크들을 패턴화하여 그것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위기들을 관리하고,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가는 방법까지 친절히 소개한다. 








러브메이커 : 보다 막강한 재미와 감동으로 무장한 초절정 로맨틱 판타스틱 뮤지컬 ‘러브메이커’가 다시 돌아왔다. 엘리트 팀장 천사 민의 지도 아래, 어리버리 신입 천사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러브매칭 스토리. 지금 사랑하고 싶은 솔로나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라면 백발백중,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엉뚱발랄 천사들의 사랑만들기에 주목해보자.  

김태훈, 김종일, 민정기, 김성수 외 출연 | 2011년 6월 3일~ 8월 31일 | 대학로 르메이에르 씨어터| 문의 1566-7027




인사이드 잡 :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기억할 것이다. 피해액만 20조 달러 이상이었던이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면? 영화 <인사이드잡>은 이 같은 일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금융 업계가 만들어낸 범죄라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금융위기, 그 진실은 무엇일까. 적나라한 문제적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은 2011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했다. 

찰스 퍼거슨 연출, 맷 데이먼 나레이션 | 5월19일 개봉




벤폴즈 내한 공연 : 피아노 록의 대부 벤폴즈(Ben Folds)가 내한한다. 벤 폴즈는 존 메이어, 루퍼스 웨인라이트 등이 벤 폴즈의 팬임을 자청할 정도로 세계적인 뮤지션. 영국의 유명작가 ‘닉 혼비’의 가사에 벤 폴즈가 곡을 쓴 앨범 [Lonely Avenue]는 BBC, CNN 등 유수의 언론들에게 2010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찬사를 들었다. 6월, 전 세계 싱어송라이터들을 매료시킨 그의 매력적인 음색을 직접 느껴보자.

2011-06-09 | AX-KOREA




<자유> : 2010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전해지는 화제의 도서 <자유>를 만나보자. <자유>는 3대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장편 소설이다. 자유와 책임, 세대간 갈등, 사랑의 본질 등 복잡 다변화되는 우리 시대의 초상을 통렬하게 묘사한다. 스스로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될 <자유>는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3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조너선 프랜즌 저 | 은행나무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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