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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컬렉팅의 논리와
시장의 본질적 변화

(국제통상학과 김재준 교수)

그림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근본적으로 무엇인가? 많은 컬렉터들은 미술품 속에 숨겨진 ‘특별한 가치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희열’에서 출발한다. 이 희열은 일시적 만족이 아니라 지속적인 영감과 자기 인식의 깊이를 더해준다. 단순히 작품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컬렉터들은 예술과의 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는 소유의 개념에서 존재의 개념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컬렉터들이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크게 네 가지 핵심 축을 따른다. 첫째, ‘미적 완성도’로서 이는 물질적 형태의 탁월함과 기술적 정교함을 포함한다. 둘째, ‘개념적 깊이’는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의 중요성이다. 셋째, ‘감정적 보편성’은 작품이 지닌 공감의 힘으로, 다양한 관람자들과의 소통 가능성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가치 예견’은 작품이 문화적, 경제적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간파하는 통찰력이다. 캔버스 위 미세한 색채 변화에서 느껴지는 숨결이야말로 작품의 지속 가치를 판별하는 열쇠가 된다.

최근 미술시장의 근본적 구조 변화는 이러한 가치 판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작가와 화랑이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작품의 가치를 판별하고 보존하는 컬렉터가 중심축이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제적 흐름의 변화가 아니라, 가치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한 존재론적 전환을 포함한다.

이러한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MZ세대의 등장이었다.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 젊은 세대 컬렉터들은 기존 미술 시장의 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미술 생태계를 민주화하고 있다. SNS와 모바일 경매 앱의 활용으로 인해 시장 참여의 기회가 모든 이에게 열리고, 이는 곧 시장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들은 팬덤처럼 작가와 직접 소통하고, 라이브 스튜디오 투어를 공유하며 한정판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한다. 그 결과 미술 시장은 폐쇄적 독점 구조에서 열린 참여적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NFT라는 기술적 혁신은 예술품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며, 기존 미술품 거래의 불투명성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했다. NFT는 작품의 거래 기록을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적으로 기록하며 위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단지 기술적, 경제적 현상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 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서울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의 신진 작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는 미술 시장 전체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베테랑 컬렉터들은 이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지나친 열정이나 트렌드 추종은 시장의 진정한 가치를 놓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예술 컬렉팅이란 열정과 절제가 어우러진 균형의 실천이다.미술품의 가치는 단지 시장 가격으로 환원될 수 없다.

예술 컬렉션은 결국 개인의 실존적 여정을 반영하며, 그 과정에서 시장과 문화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림은 벽에 걸 수도 있지만 책장에 세워 놓을 수도 있다.

김재준의 일민 미술관 강의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김재준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국민대 박물관장과 도서관장을 역임하고, 화가·컬렉터·오디오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인문학·수학·기술 등의 융합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AI와 미래 레지던시의 연구와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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