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학과 장윤지 교수
고령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건강한 노년이다. 건강함을 결정짓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영양을 갖춘 균형 잡힌 식사가 아닐까. 노년기 건강을 좌우하는 영양 섭취의 중요성과 실버푸드 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장윤지 교수에게 들어봤다.
지난해 통계청은 2020 고령자 통계를 발표,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12만 5,000명으로 인구의 15.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엔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다. 급격한 노인 인구 급증으로 각종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건강관리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료비 재정과 젊은 층의 부양 부담을 생각하면 공동체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대다수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2018년을 기준으로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 비율은 51%로 절반을 넘는다. 그야말로 유병장수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노화현상과 관련된 만성질환은 조기 발견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 및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엔 무엇이 있을까? 식품영양학과 장윤지 교수는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이 주요 원인인 만성질환은 식습관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식생활을 통한 예방활동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 있는 식단이 중요해요. 혈압을 낮추기 위해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고요. 꾸준한 운동과 함께 신선한 과일, 채소 섭취에 신경 쓴다면 대사증후군 관리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도한 포화지방 섭취 역시 피해야 한다고 장윤지 교수는 당부한다. 동물성 지방인 포화지방은 혈청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혈관을 막아 혈압 상승은 물론, 동맥경화의 위험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화지방을 염려해 육류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단백질은 노년층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육류의 단백질에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단백질 및 지방 섭취가 부족은 근육량 감소로 이어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가능한 매끼 탄수화물, 단백질, 섬유소를 골고루 포함한 식사를 해야 합니다. 대사증후군에 채식이 좋다는 생각으로 단백질을 피하려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럴 경우 근육 감소로 인한 체력 저하,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돼요. 게다가 불포화지방은 충분히 섭취하는 편이 건강에 좋으니, 적절한 양의 단백질을 챙겨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윤지 교수는 돼지고기에 비타민B가 풍부하다며 지방이 많지 않은 돼지고기 부위와 불포화지방이 많은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할 것을 권장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식단구성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함께 만든 식품구성 자전거를 참고할 것을 추천했다. 식품구성 자전거는 5가지 식품군을 자전거 바퀴에 배분한 형태로 균형적인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통한 비만 예방 개념을 나타낸 모형이다.
현대사회를 영양과잉시대라고 하지만 노인층의 영양 불균형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백질 말고도 비타민, 무기질 등 미량원소 섭취가 부족한 실정이다. 장윤지 교수는 섭취량이 부족한 미량원소 중 노인세대에게 중요한 영양소로 칼슘, 비타민B군, 비타민C와 A등을 꼽았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선 비타민C 섭취가 도움이 돼요. 비타민B군은 물질대사와 지질대사에 작용하기 때문에 중요하죠. 또한 무기질 중에서 아연은 에너지대사에 깊이 관여해 부족할 경우 식욕부진을 유발하는데요. 식욕이 떨어지면 다른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량원소는 말 그대로 미량이지만 건강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소들을 영양제 섭취로 대신할 수는 없는 걸까? 장윤지 교수는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식사 행위에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작 운동으로 인한 뇌기능 활성화와 치아 건강 증진, 거기다 배부름은 심리적 포만감과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불러온다고 말이다. 올바른 영양 섭취에는 양질의 식사가 선행돼야 하며 영양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골다공증이 있어 칼슘이 많이 필요한 경우엔 영양제가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영양제를 많이 먹는다고 몸이 전부 흡수를 하는 건 아니에요. 때에 따라서는 몸속에 쌓여 석회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 과도한 섭취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령층에서 영양 불균형이 나타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떨어지는 소화 기능과 후각·미각의 저하로 인한 식욕 감퇴, 약해진 치아 등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노화는 식사량 감소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 또 노인들은 단조로운 식단으로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적절한 영양 섭취는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이는 실버산업에서 식품영양학 분야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흔히 실버 푸드라고 일컫는 노인 연하식·연화식 시장은 대기업들의 참여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버푸드는 노인들이 먹기 좋게 부드러운 특성이 있는데 환자식과의 차이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강화됐다는 점이에요. 또 노인들의 소화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농축된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실버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R&D과제, 기반구축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등 국가정책 상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식품, 의료, 요양 등 각종 산업에서 고령층을 위한 시스템 개발 및 도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식품 분야는 특히 발전 가능성이 크다. 식품 안전과 효율적인 가공에 대해 강의하는 장윤지 교수는 노인성 질환 치료와 바이오 제재 개발 분야에도 주목한다.
“장내균총을 조절하는 조절제 개발 등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산업이 무척 성장을 하고 있어요. 이는 장내균이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우리 대학에서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실제로 박테리오파지 기반의 장내균총 조절제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단순한 에너지 보충의 수단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등에 대한 바람은 나이가 든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장윤지 교수는 생선류부터 디저트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식품군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식품가공, 위생안전 등 세부 연구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