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토끼모양의 분장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을 놀라게 하고 면접 때는 유머감각을 주요 채용기준으로 삼고 있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면접관들은 잠옷이나 비치웨어를 입고 나타나며 지원자는 선글라스와 같은 액세서리를 선택하기도 한다. 바로 펀경영의 원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이다. 1971년에 설립된 저비용 항공사인 이 회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수하물 처리속도, 정시 발착, 고객 불평 건수 등 항공사 평가 부문에서 매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포춘지가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도 빠짐없이 꼽힌다. 그 이유는 펀경영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비행기의 기내에서 기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시어 날개위에서 맘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면서 보실 영화는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내리실 때는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잘 확인하시고 제발 아이들과 배우자는 놓고 가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유쾌한 유머가 붙는다. 이 항공사를 경험한 고객들은 ‘정말 즐거운 경험 이었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이처럼 사우스웨스트사의 기내방송은 이 회사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CEO인 허브켈러허는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펀 경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실제로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지금까지 32년 동안 연속 흑자를 내었고, 아직도 매년 10∼15% 정도씩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기업 아이디오(IEDO)의 대표이사 톰 켈리는 “이노베이션은 틀에 박힌 딱딱하고 괴로운 작업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기는 가운데 뛰어난 창의적 성과가 꽃피는 것이고, 회사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집처럼 사랑하고, 낡은 규칙을 깨트리며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디오의 경영방침은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닌, 직원 모두가 대학 캠퍼스의 신입생 같은 자율성을 끌어내게 유도하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했고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세심한 배려로 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신뢰와 자율과 기회를 준 것이다. 계급과 조직보다는 개인의 가치와 실력을, 관료주의보다 자율로 일을 처리하며 얻는 창의와 이노베이션의 변수를 이해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직원들은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모두가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회사의 가장 전망 좋은 공간에서 일을 한다. 아이디오 직원들은 애플의 마우스를 디자인 할 때 동네 장난감 가게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들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재미있게 일을 해 나가다가 멋진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톰 켈리는 “이노베이션은 팀·열정·테크놀로지·일터·우연·모험·재미·경쟁·비전 등이 어우러져야하며, 최고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기업문화를 회사에 뿌리내려 신나는 일터이자 진지한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한 직원을 추궁하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티를 열어주며 격려해주는 회사가 있다. 직원이 낸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지 않으면 사장이 직접 나서서 실패를 기념하기 위해 파티를 열어준다. 실패로 교훈을 하나 얻었으니 기념을 하자는 취지다. 핀란드의 벤처기업 ‘슈퍼셀’은 모바일 게임 ‘크래시 오브 클랜스’와 ‘헤이데이’로 일평균 240만 달러(약 27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는 생긴지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펀경영을 기반으로 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조직문화와 자율성에 있다.
슈퍼셀은 개발자 1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자율적으로 작업을 하는데, 각 팀이 독자적인 게임아이디어를 내놓으며 게임을 개발한다. 그리고 관계없는 다른 직원이 게임을 해보고 좋아하면 앱스토어에서 시범 판매를 시행한다. 그 후 성공을 했을 때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몇 번이고 이런 과정을 거쳤고, 4개의 게임이 실패했지만 아무도 기죽지 않았다. 슈퍼셀 최고경영자 일카 파나넨은 “모바일게임으로 돈을 벌려면 돈벌이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통해 귀한 교훈을 얻었으니 그것은 축하할 일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수익에 급급하지 않고 여유 있게 시장을 관망한 것이다.
글로벌 보안 기업 안랩은 펀경영의 일환으로 최근 직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사내 캠페인 ‘아자아자! 다이어트 클럽’을 진행했다. 약 2개월의 기간에 거쳐 전 직원의 17%가 참여했고, 약 300kg을 감량했다. 참가자 117명이 16개 팀을 이뤄 진행된 캠페인은 직원들의 건강증진 뿐만 아니라 1위 팀이 아름다운 재단에 상금 전액을 기부하며 훈훈한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불필요한 회식을 최대한 자제했고, 매일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힘겨운 다이어트를 실천했다. 회사측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내에서 피트니스센터를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고, 식당에서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도시락을 판매했다. 참가자들은 1인 평균 2.5kg을 감량하는 성과를 거뒀고, 전체 참가자의 몸무게 평균이 79.5kg에서 77kg으로 감소했다. 1위 팀은 상금 50만원, 공동 2위 팀은 각각 15만원이 지급됐다.
1위를 차지한 팀원 중 한명은 “다이어트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직원의 노력과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팀을 이뤄 체중 감량에 성공함으로써 유대감도 강해졌다.”라고 밝혔다. 안랩은 앞으로도 ‘아자아자! 다이어트 클럽’의 좋은 결과를 발판삼아 ‘아자아자! 금연 클럽’ 등 직원의 건강증진 및 즐거운 일터만들기의 일환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안랩은 세계적으로 정보보안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1988년부터 쌓은 안티바이러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보안 분야를 개척해 왔다. 김홍선 대표는 ‘위기 의식의 공유’와 ‘펀경영’을 강조하면서 5년째 안정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직장인 네티즌 10명 중 7명은 회식을 야근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회식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꿔버린 기업이 있다. 바로 웅진코웨이개발이다. 이 기업은 모든 팀원들이 을지로의 한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이색 회식자리를 가졌다. 통상적으로 진행해왔던 술과 노래방을 대신해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팀장부터 막내사원까지 염색과 퍼머 등으로 스타일을 바꾸며 핸드마사지를 받았다. 웅진코웨이개발의 직원들에게 많은 직장인이 앓고 있다는 ‘회식 스트레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헤어스타일도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딱딱하고 무거운 직장인의 이미지를 벗고 회색, 보라색 등의 염색과 퍼머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패션이나 화장품 회사가 아닌 정수기, 공공 청정기, 비데 등의 가전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업계로써는 매우 특별한 시도다.
광고파트의 한 직원은 “술 마시고 노래방으로 가는 것에서 벗어나 팀원들과 특별한 변신을 하며 즐길 수 있는 회식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팀워크도 강화된 것 같아 즐거웠다. 상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할 생각을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펀 경영의 일환으로 CEO와의 대화를 위한 호프데이, 그리고 4인1조로 팀을 구성하고 국가와 기간 주제를 제시하고 심사를 통해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WAA (Woongjin Advance Abroad)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의 펀경영은 한마디로 ‘즐거운 일터 만들기’다. LG전자, LG화학, LG CNS 등 10여개 계열사와 함께 직원이 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LG다운 문화’를 만들고자 강조하고 ‘일등답게, 재미있게’라는 두 마디 말로 함축했다. 재미있는 회사를 위해서는 끈임 없는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임 임원 환영 만찬을 과거와 달리 부부동반으로 오페라를 관람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환영하고 환영 받는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LG화학은 각 공장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수시로 기획 운영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울산공장의 ‘게릴라 이벤트’다. ‘신바람 나는 공장 만들기’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 이벤트는 말 그대로 시간, 장소, 내용 등을 전혀 알리지 않고 갑자기 여는 게릴라식 행사다. 주로 팀 단위로 참가해 팀워크를 발휘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푸짐한 상품도 걸려 있어 많은 이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이 행사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해지기 쉬운 생산 현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LG CNS는 본사 대강당에서 펀펀(Fun & Fun) 퀴즈대회를 개최했다. 기업 임직원 7,000명을 대상으로 펼친 온라인 퀴즈대회 최종 정답자가 40명이 참가하며, 진행방법은 KBS TV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 방식을 따랐다. 온라인 현장 중계와 오프닝 축하공연 등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여 단합을 다지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마거 상원의원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봅 돌은 평소 심술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얼굴에서 나오는 이미지 자체가 그랬지만 제럴드 포드와 일하면서 싸움꾼의 이미지를 얻고 조지 부시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딱딱한 이미지만 심었다. 그래서인지 빌 클린턴과의 대선에서 좋은 이미지로 탈바꿈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캘리포니아 유세에서 봅 돌이 단상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쑥스러웠던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마카레나 춤을 연습해 본 것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한마디 유머는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꿨다.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변하게 만드는 데 유머만큼 좋은 것이 없다.
기업도 이제는 변하고 있다.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를 벗고 조금 더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간의 즐거운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펀경영은 직장 내 긍정에너지를 끌어내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건강을 지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긍정의 힘’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잘 놀고 잘 쉬어야 일의 능률도 오르며 이것이 결국 매출 증진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것이 펀경영 철학이다.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고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는 펀경영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한다. 이런 이유로 펀경영은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신입사원을 채용함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최우선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005년 ‘세리 CEO’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는 ‘유머가 풍부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싶다’는 항목에 설문 참여자 631명중 50.9%가 ‘그렇다’라고 답했고, 26.5%가 ‘매우 그렇다’고 답해 유머가 채용 여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대답이 77.4%에 달했다. 우림건설 김종욱 상무는 “면접시에 심사위원들의 배꼽을 잡을 정도로 풍부한 유머나 개인기 등을 보여준 응시자들은 그렇지 못한 응시자들보다 면접점수가 후할 수밖에 없다. 입사 후에도 이런 사원들이 조직적응력이나 업무성취도가 뛰어나 유머가 있는 사원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펀경영은 앞으로 더욱 진화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내 직장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찾는 펀경영’이 바꿔 갈 미래 기업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면접시 가장 커다란 비중을 두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자세와 표현이다. 면접관들은 대부분 응시자가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지 세세하게 파악한다. 왜냐면 회사는 개인이 아니고 조직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맞장구 전략을 잘 펼치는 사람을 최고의 인재라고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