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기업이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확보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답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크라우드소싱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2006년 미국의 디지털 첨단 잡지인 와이어드 잡지(Wired Magazine)의 편집자인 제프하위(Jeff Howe)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이는 외부업체에 기업이 수행하는 기능의 일부를 위임하는 전통적인 아웃소싱과 달리, 불특정한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프리슈머와 커스트오너의 증가는 기업들이 크라우드소싱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를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월마트의 CEO인 마이크 듀크(Mike Duke)는 갈수록 심해지는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 서비스 과정에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크라우드소싱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구매자들이 자신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온라인 구매자들의 물건을 배달할 경우 구매물품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월마트는 구매자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온/오프라인 구매자들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성장이 기대되며, 배달시간과 물류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크라우드소싱의 성공사례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기업이 Threadless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후반에 미국의 시카고에 설립되어 온라인으로 티셔츠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가입한 커뮤니티 회원들이 직접 티셔츠 제작에 참여하고 구매하는 독특한 사업방식으로 경쟁사들의 매출 총이익(gross margin)의 30% 이상을 초과하는 경영성과를 거두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한 디자이너가 새로운 티셔츠 디자인을 제출하면 1차적으로 Threadless 관리자들에 의해 Q&A(Question and Answer) 검증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를 통과한 디자인은 약 1주일 동안 일반 회원들의 리뷰, 토론 및 투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최종 선정된 7개의 디자인들은 실제 제품으로 제작되어 판매된다. 2007년 기준으로 41,666명의 디자이너가 133,000개의 디자인을 제출하였으며, 이 중 802개의 디자인이 제작되어 판매되었다. 제출한 디자인이 선정될 가능성은 1%가 채 되지 않으며 설령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디자이너가 얻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은 현금 1,000달러와 소정의 상품권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들로부터 자신의 디자인 능력을 평가 받고 한계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자신의 이름 또는 브랜드네임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디자인 제작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Threadless는 티셔츠를 생산하는 과정에 커뮤니티의 일반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크게 두 가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디자이너들에게 타인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무상의 피드백을 제공하여 현재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디자이너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각각의 디자인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리뷰, 토론내용 등)을 체크함으로써 실제 제품으로 제작 시 어느 정도 팔릴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수요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셔츠의 주요 구매자들이 커뮤니티의 일반 회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디자인에 대한 반응을 토대로 한 생산계획은 생산비와 재고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Threadless는 연간 2백만 장 이상의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수익이 2천 5백만 달러에 달한다.
크라우드소싱으로 성공한 국내사례로는 ㈜아이봉이 운영하는 아이디어오디션(ideaaudition.com)을 들 수 있다. 아이디어오디션은 최근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오디션의 진행방식을 비즈니스에 도입하였다. 발명가와 디자이너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후 자신의 아이디어를 웹사이트에 등록하면 예선전에서 경합을 벌여 네티즌들의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본선진출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결선진출이 결정되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제작한 후 소비자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우승제품을 결정하게 된다. 우승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총 개발비 100%를 아이디어오디션에서 부담(우승자가 개인브랜드로 상품 출시를 희망하면 70%만 지원)하며, 생산 및 국내외 유통지원, 판매순이익의 50%(특허권 20년, 실용신안권 10년, 디자인권 15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네티즌의 참여도를 홈페이지 회원가입 시에 white star, 댓글을 5개 이상 달았을 때 yellow star, 아이디어를 올려 예선에 4개 이상 진출하면 blue star, 본선에 3개 이상 진출하면 red star, 결선에 2개 이상 진출하면 black star, 한 번 이상의 우승을 했을 때 big star의 등급으로 관리하며, 판매순이익의 20%를 제품의 평가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네티즌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은 광고제작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갤럭시노트2의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찾아라”는 이벤트를 통해 신제품의 혁신적인 기능을 홍보함과 동시에 광고영상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 대중들이 응모해 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14편(아이디어 스케치, 모닝 브리핑, S플래너 주간날씨 등)의 동영상을 제작하여 TV광고에 내 보냈으며, 소셜미디어에 공개하여 조회수 3500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나도 감독이다”는 이벤트를 통해 일반 대중들이 발견한 새로운 기능들을 영화 속 주인공들이 드라마틱한 순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했었다. 예를 들면, 살인의 추억 속에 등장하는 박두만 형사에게 S플래너 이지메모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처럼 프리슈머와 커스트오너와 같은 적극적인 참여형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크라우드소싱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시장환경에서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견하려는 노력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기존의 사업영역을 크라우드소싱이라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또 다른 성공의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