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매우 잘 나가는 식품매장으로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가 있다. 트레이더조스는 신선하고 믿을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은 식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 내에 결제를 하는 코너에 가면 재활용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장바구니를 저렴한 가격인 99센트에 판매한다. 그리고 자사는 reduce, reuse, recycle 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은 이런 3R에서 한 발 더 나아가 5R을 강조한다. 미국의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 회사의 슬로건은 3R이 아니라 5R이다. 앞서 말한 reduce, reuse, recycle 에다가 수선하는 repair,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reimagine이 추가된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더 생각하면 친환경 방법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집어 넣어 흥미롭다.
우리나라에도 리사이클링의 바람은 불고 있다. 터치포굿(Touch4Good)은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이용해 가방을 만든다. 각종 광고판, 배너, 현수막 제작단계에서 업사이클 마크를 부착하고 산업폐기물이었던 현수막을 게시기간이 끝나면 디자이너의 센스 있는 감각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렇게 폐현수막을 활용한 에코백은 기존의 종이봉투나 부직포 등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백이 완성된다.
이런 리사이클링은 좀더 진화하여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되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옷, 현수막 등 버려지는 원재료를 창의성을 발휘하여 쓸모 있는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이클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핀란드 회사로 글로브 호프(Globe Hope; www.globehope.com)가 있다. 핀란드 패션 디자이너였던 세이야 루깔라(Seija Lukkala)가 2001년에 패션 유행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양의 옷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새로운 재료가 아니라 안전벨트, 트럭덮개, 텐트처럼 이미 한번 사용한 것을 원단으로 다시 사용한다. 이 회사의 모든 제품에 물품의 원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보여주는 태그(tag)가 붙여있다. 그 태그의 모든 문장은 ‘나’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나는 동독 군인의 군복이었습니다.’ 혹은 ‘나’는 낙하산이었습니다.’이다. 이 회사는 미학, 생태, 윤리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이제 리사이클링에 디자인 컨셉이 접목된 업사이클링에서 다 나아가 아트와 접목된에코 아트의 하나로 키네틱 아트(kinetic art)도 생겼다. 유형 물체인데 동물처럼 움직이는 미술, 움직이는 조각을 말한다.
물리학을 전공한 네델란드 아티스트 테오 얀센(Theo Jansen)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작품의 소재로 쓰고, 썩는 비닐도 소재로 사용한다. 그는 1990년부터 공룡 모습을 한 자신의 작품을 해변에 설치하여 바람에 의해 다리의 움직임으로 이동하게 했다. 작품마다 ‘아니마리스(animaris)’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ani는 움직인다는 의미, maris는 바다를 의미한다.
해변에 설치한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망가지는데 보통은 부품을 교체하여 다시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교체해주지 않으면 동작이 아예 멈추고 파도와 바람에 의해 점차 부서져 자연으로 돌아간다. 작품의 생산, 유지, 소멸 자체가 마치 사람의 생로병사 같다.
나무는 우리 인간이 지구에서 사는데 매우 중요한 생명체다.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흡수하여 인간이 필요로 하는 산소를 내뿜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나무의 필요성은 알지만 나무 씨앗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실제로 나무를 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캐나다 맥주회사인 몰슨 캐나디안(Molson Canadian)은 삼림을 가꾸는 Red Leaf Project의 일환으로 씨가 들어 있는 맥주컵받침(Seed Coaster)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맥주집에 가면 맥주병이나 잔 아래에 놓은 컵받침이 있는데 이를 땅에 놓고 물을 뿌리면 씨앗이 발아되어 나무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컵받침이 테이블을 보호하듯 씨앗 컵받침이 지구를 보호한다는 메시지다. 이 회사는 ‘This Land is awesome” 슬로건을 내걸고 2012년에 백만 개의 컵받침을 배부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나무를 심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면 캐나다의 여러 장소에서 열리는 락 콘서트에 올 수 있는 티켓을 주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의 포카라 도시에 흥미로운 패러글라이딩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사실 패러글라이딩은 세계 어디에서나 산이 있는 곳이면 즐길 수 있는데 이 곳에 가면 매와 함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흔치 않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른바 패러호킹(parahawking)이다.
영국의 매 조련사인 스캇 메이슨(Scott Mason)이 2001년 처음으로 시작한 것으로 사람이 2인용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하여 훈련 받은 독수리, 솔개, 매 등과 나란히 하늘을 같이 난다. 매가 내비게이터 역할을 하는 셈인데,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면 매가 사람의 어깨에 앉아 미리 준비된 음식을 받아 먹는다. 매와 사람의 공생인 셈이다.
스웨덴의 아티스트인 스텐 한센(Sten Hansen)은 일찍이 1968년에 작업한 작품 (The Destruction of your genetic code by drugs, toxins and irradiation)을 통해 약, 독성물질, 방사능에 의해 사람의 유전자 부호가 어떻게 파괴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DNA의 기본 구성 요소인 코돈(codon)은 특정한 아미노산을 만드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3개조의 염기 배열을 말하는데, 이런 염기 배열 64개가 모여 아미노산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스텐 한센의 작품을 보면 이런 염기배열의 알파벳이 변형되거나 없어져 염기(nucleotide)가 파괴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알파벳을 변형시켜 환경에 의해 생명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른 바 자연의 흙•모래•얼음 등을 소재로 한 생태 아트(ecological art)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누적되어 생명공학과 같은 과학적 프로세스를 응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바이오 아트(bio art)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어차피 생활, 소비, 생산 활동을 한다. 하지만 상상력을 동원하여 환경과 접목하면 훨씬 쾌적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모두 Reimagine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