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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은 전혀 적성에 맞지 않는 패션 잡지 편집장의 비서가 된다. 그 곳의 편집장은 악마보다 더 지독하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나오지도 않은 <해리 포터> 새 시리즈를 내놓으라고 하고, 위치도 전화번호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어떤 음식점을 찾아 놓으라고 한다. 이 모든 불합리한 횡포를 1년만 견뎌내면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 매우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하나 밖에 없는 친구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대학 시절에 만난 친구는 좀 특별하다. 특히 대학에서 함께 학업을 시작한 친구란 이기적이지 않은 이유로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마지노 선일 터다.
일이 많아질수록 성공은 점점 가까워지지만, 대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멀어진다. 하지만 대학 때부터 만난 친구와의 중요한 약속마저 저버려야 한다면 자기 삶의 가치관을 돌아보는 편이 낫다. 대학 생활 자체가 성인이 된 이후 인생의 시작점인 셈. 이 시절의 기억들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 순간마다 우리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물론 일 때문에 바쁘고 그 바쁜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경우도 있다. 최근 라이브 앨범과 DVD로 함께 나온 <I am..... world tour>의 비욘세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여자 중 하나다. 1년 내내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고,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앨범 준비에 들어간다. 파파라치가 쉼 없이 따라붙고,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도 언론에 의해 크게 부풀려진다. 그럼에도 비욘세가 끊임없이 활동하는 건, 오직 노래만이, 무대만이 채워줄 수 있는 무엇 때문일 것이다. 비욘세가 그의 명곡 ‘Halo’를 부르자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모든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런던, 바르셀로나, 시드니, 그리고 서울. 노래 한 곡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감동하고, 공연장에서 그들 모두가 한 사람을 위해 환호하는 건 비욘세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한 스팅이나, 곧 공연을 할 에릭 클랩튼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명곡을 멋지게 소화한다. 공연장 전체를 힘차게 울린 스팅의 목소리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많은 로커들이 나이와 함께 목소리와 몸이 무너지는 것과 달리, 스팅은 여전하다. 그건 자신이 무대에 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한 증거다. 그 대가로 타국인 한국의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다. 단지 돈뿐이라면, 성공뿐이라면 일에서 오는 그 모든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다. 친구만큼이나 자신의 일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들어간 학교, 또는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은 무엇인가. 그 그림을 그려야 그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의 출연자들이 늘 새로운 ‘거리’를 찾아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오락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하루를 촬영하지만 ‘남자의 자격’ 출연자들은 일주일 내내 쉬지 못한다. 때론 도배나 중장비 운전 자격증을 따야 하고, 태권도장에서 아이들과 태권도를 배운다. 얼마 전에는 시골에 가끔씩 가서 생활하며 농사할 집도 얻었다. 제작진의 요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는 “요즘은 출연자들이 알아서 자격증도 더 따려고 하고, 이것저것 준비 한다”고 한다. ‘남자의 자격’이 그들에게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생을 한 번쯤 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때문이다. 평균 연령 40이 넘는 사람들이 밴드를 하며 악기 연주를 배우고, 마라톤을 뛰는 과정은 참 힘들다. 하지만 바쁜 방송 스케줄에 얽매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작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한다. ‘국민약골’이라는 별명과 함께 어딘가 지쳐 보이던 이윤석도 밴드 활동과 도배 자격증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경규도 스마트 폰과 트위터, 디지털 카메라에 도전하면서 고집쟁이 아저씨의 모습에서 점차 다정하게 소통할 수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이든 시작한다는 건 어려움과 위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그 시작점이, 자신이 내린 선택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할 기회가 된다. 김동률의 5집 <모놀로그>에 삽입된 곡, ‘출발’도 그러한 심경을 노래한 것이 아닐까.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시작하고 출발하는 건 두렵다. 하지만 결국 어디로 가든, 그 과정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남긴다.
전람회와 솔로 앨범까지 거치며 다양한 행보를 걸었던 김동률의 음악은 <모놀로그>에 이르러 한결 편하고 여유로워졌다. 이전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출발’이나 곡 전체의 기승전결에 크게 개의치 않고 낭만적인 멜로디를 반복하는 ‘아이처럼’은 김동률의 새로운 출발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는 경쾌한 자전거 벨 소리로 앨범을 시작하는 <베란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시작이라는 건 어쩌면 ‘여행’과도 같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는 건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 가면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 때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떠나지 않으면, 그 모든 고민들은 단지 미지의 영역에 남겨질 수밖에 없다. 미국 드라마 <글리>에서 치어리더, 또는 합창단에 들어간 학생들은 매회 새로운 곡을 배운다. 노래를 배우고 응원 연습을 하는 사이 학교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들은 결국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복잡하고 골치 아프지만 안 할 수 없는 것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 그리고 알게 되는 것들. 이 모든 건 단지 자신이 거기에 소모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이 일이나 학업에 지친 자신에게 위로가 되듯, 때론 일이나 학업에서 얻은 것들이 다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을 요구 받기는 하지만, 아무런 선택조차 하지 않는 인생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보고, 알고, 느끼게 될 것이다. 시작하면, 최소한 작년과 올해는 달라진다.



데이빗 프랭클 감독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젊은 여성을 주요 독자로 하는 칙릿(Chick Lit) 장르의 대표격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주연 | 메릴 스트립, 앤 헤서웨이, 개봉 | 2006년

비욘세 <I am... world tour>
팝의 여왕 비욘세의 라이브 실황 앨범으로, 대표 히트곡인 'Litsen'과 'Single Ladies', 'Crazy in Love', 故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Halo' 등의 곡이 수록돼 있다.

에릭 클랩튼 
<Wonderful Tonight>, <Tears in Heaven> 등의 명곡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영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 2007년 이후 4년 만에 세 번째 내한 공연이 2월 2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KBS 2TV <해피선데이>의 소 코너로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이정진, 윤형빈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볼만한 것들을 체험하자는 컨셉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동률 5집 <모놀로그>
13만장의 음반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는 김동률의 5집 <모놀로그>는 2008년 1월 발매되었고 그해 골든디스크상에서 디스크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타이틀 곡명은 '다시 시작해 보자'.

<글리>
2010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코미디 부분 수상작. 미국 오하이오 멕켄리 고등학교의 폐지 위기에 놓인 뮤지컬 클럽 GLEE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선생님과 오합지졸 고등학생들이 그려내는 뮤지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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