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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만족 야구장과 AI

(스포츠산업레저학과 이승환 교수)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마침내 출범 42년 만에 1000만 관중 시대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한때 여가 시간을 놓고 야구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영화와 비교했을 때 야구의 판정승이다. 프로야구 관중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영화 관람객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더디다.

그렇다면 프로야구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젊은 세대의 유입을 들 수 있다.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면서 프로야구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에게 야구는 스포츠이자 가성비 좋은 오감 만족 콘텐츠이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체험하는데 오감은 중요한데, 특히 소비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소비자는 오감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은 그렇지 못한 체험에 비해 소비자의 접근 행동을 유인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더욱이 오감 가운데 가능한 많은 감각에 소구할수록 소비자는 이를 보다 잘 기억한다.

야구장은 관중의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으로 가득 찬 오감 만족의 용광로이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경기장 건축 및 색깔, 경기장을 둘러싼 멋진 경관, 보기에 즐거운 전광판,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팀 관련 상징물 및 장식물, 경기장 분위기를 띄우는 응원문화 등은 관중의 시각을 자극한다. 경기장을 압도하는 음악 및 응원 함성, 팀 응원가, 개별 선수 응원가, 장내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멘트 등은 관중의 청각에 어필한다.

경기장의 편안한 좌석, 다른 관중과의 접촉을 통한 응원문화 참여 등은 관중의 촉각에 소구한다. 경기장의 독특한 냄새, 경기장 음식 냄새, 싱그러운 잔디 냄새 등은 관중의 후각을 자극하며, 이러한 냄새는 즐거웠던 경기장 관련 추억을 소환시킨다.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는 마치 피크닉에 와서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이는 관중에게 일상의 고단한 짐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오감을 통한 야구장 체험은 ‘센서리스케이프 (sensoryscape)’라고도 불리며, 경기 관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팀 동일시, 팀 로열티, 팀에 대한 유대감 및 기쁨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렇다면 관중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야구장은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는가. AI(인공지능)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도출하는데 유용한 기제이다. 앞서 언급한 경기 관람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팀 동일시, 팀 로열티, 팀에 대한 유대감 및 기쁨에 대한 오감을 통한 야구장 체험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검증되었지만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미각적 체험을 유발하는 경기장 자극물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학계 및 현장 모두에서 미진한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시각적 체험을 유발하는 주요 자극물인 매력적인 경기장 건축 및 색깔은 어떠한 방식으로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이다. 청각적 체험의 유발 요인인 팀 응원가 및 개별 선수 응원가와 관련해, 관중이 선호하는 최적의 응원가 및 음악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장의 독특한 냄새는 관중의 후각적 체험에 소구하는 주요 자극물이지만, 어떤 냄새가 독특한 냄새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관중과의 신체적 접촉은 촉각적 체험의 주요 구성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접촉은 불쾌감을 줄 수 있으며, 따라서 불쾌감은 최소화하면서도 응원문화를 최대한 즐기기 위한 다른 관중과의 신체적 접촉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역시 부족하다.

이러한 이슈를 다루는데 빅데이터와 AI의 활용은 유용할 것이다. 따라서 프로야구팀들은 오감을 통한 야구장 체험 관련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AI의 활용을 통해 오감 만족을 위한 야구장 자극물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적의 시나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프로야구팀들은 종전보다 진일보한 오감 만족 야구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AI가 미래 스포츠에 미치는 영향력을 현재로선 정확히 예단하기 쉽진 않지만, 야구장이 AI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누가 알겠는가. AI의 도움을 통해 미래 야구장이 카멜레온처럼 변색 가능할지. 다시 말해, 미래 야구장의 외관과 내부는 AI의 도움을 받아 현재보다 업그레이드된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통해 팀의 역사와 전통 혹은 지역 특색을 투영한 모습으로 변형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버전의 변형 또한 가능할 것이다.

※ 이 컬럼은 필자의 저서 「야구와 AI」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레저학과 이승환 교수
고려대학교 학사, 웨스트텍사스 A&M 대학교 석사,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박사를 졸업하고, 2015년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스포츠산업레저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스포츠소비자행동론, 스포츠브랜딩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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