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이 압도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역시 2014년을 기점으로 ‘아마존고’, ‘아마존프레시’, ‘아마존스타일’ 등 오프라인 매장의 개점과 폐쇄를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 수익의 대부분이 Amazon.com에서의 온라인 판매와 광고, 수수료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아마존의 결정은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 간단한 일상용품 등을 
판매하는 아마존 식료품점, 아마존 프레쉬
 
            ▲ 아마존이 2022년 선보인 의류매장, 아마존스타일. 
고심 끝에 2023년 말 폐점 결정
                오늘날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고, 원클릭 간편결제로 모바일 쇼핑을 즐기며 검색에서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도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주목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우리는 지금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 시대에 살고 있다. 인지과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허버트 사이먼에 따르면,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의 주의(attention)는 가장 희소한 자원이고, 기업들은 이 제한된 소비자의 주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광고는 스킵되고, 메시지는 쉽게 무시된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직접 경험하며, 관계를 맺는 특별한 장으로 거듭난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디지털 시대에 복잡해진 ‘소비자 구매 여정’이다. 소비자 구매 여정이란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고, 관심을 가지고, 비교·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구매와 경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뜻한다. 오늘날 소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비선형적으로 브랜드와 상호작용한다. 광고를 통해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리뷰를 읽은 뒤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다시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식이다. 여정은 직선이 아니라 되돌아가고 점프하며 얽히는 지도에 가깝다. 이처럼 소비자 여정이 다차원적으로 확장될수록, 물리적 공간에서의 경험은 디지털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복잡한 여정 속에서 결정적 경험을 설계하는 무대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고려한 온-오프의 통합적 설계를 성공적으로 시도한 브랜드로는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기반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는 2021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며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기업의 타겟 소비자인 2030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하고,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쇼루밍 행위를 자주 한다는 소비 패턴에 주목하고 온·오프라인 경험을 하나로 잇는 ‘옴니채널 전략’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가격을 동일하게 맞출 뿐 아니라, 소비자가 온라인 보유한 쿠폰을 오프라인에서도 활용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하며, 소비자가 구매 여정 내에서 접하는 온-오프 채널간에 끊김이 없는 (seamless)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 온라인에서 주문 후 당일픽업이 가능한 
O4O (Online for Offline) 서비스, 무탠픽업
 
            ▲ 오프라인 제품 리뷰에도 적립금 지급하는 
서비스를 도입한 무신사
결국, 디지털이 강력해질수록 오프라인 매장은 더욱 정교화된다. 브랜드 정체성을 구현하는 공간, 소비자의 감정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무대, 그리고 복잡한 고객여정을 완성하는 결정적 접점으로서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잘 반영된 오프라인 매장은 비용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는 전략적 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