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물건은 선수 이름이 등에 적힌 티셔츠다. 같은 티셔츠지만, 어떤 이름이 적혀 있는가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이 차이는 티셔츠의 원가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티셔츠를 두고도, 팬과 일반 소비자는 전혀 다른 가격을 받아들인다.
2025년 8월 현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들의 티셔츠를 예로 들어보자.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3루수이면서 1600만 불의 연봉을 받는 “Matt Chapman”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에 팔리고 있고, 팀의 주축 투수인 “Logan Webb”의 티셔츠는 39달러 99센트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현재는 팀을 떠나 Los Angeles Angels로 팀을 옮긴 “Jorge Soler”의 티셔츠는 19달러 99센트로 크게 할인되어 있었다. 디자인과 소재는 동일하지만, 선수의 현재 위치와 팬의 관심도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핵심 선수인 이정후 티셔츠의 가격이었다. 이름이 알파벳으로 표기된 “J.H. Lee” 티셔츠는 44달러 99센트였는데,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이정후” 티셔츠는 가장 비싼 49달러 99센트였다. 같은 팀, 같은 선수, 동일한 디자인임에도 가격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판매 결과였다.
“J.H. Lee” 티셔츠는 아직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정후” 티셔츠는 이미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가격이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한글 이름이 적힌 제품을 먼저 선택했다. 비슷해 보이는 티셔츠이지만, 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의 물건이었던 셈이다.
놀랍게도 KBO 리그에서는 반대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의 경우, 영문 표기 “Erick Fedde” 티셔츠는 39,000원에 판매되었지만, 한글로 “페디”라고 적힌 티셔츠는 45,000원에 판매되었고 한글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먼저 품절되었다. 영문 표기 제품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있었다.
티셔츠의 가격 차이는 실용성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한글 이름은 팬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 선수가 한국 야구의 일부가 되었다는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반면 영문 이름은 정보에 가까운 표식이다. 같은 제품이지만, 감정의 밀도가 다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지불의향 가격이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실제로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이 지불의향이 제품의 객관적 가치보다, 소비자의 경험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팬에게 선수 티셔츠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응원의 표현이고, 소속감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반대로 일반 소비자에게 티셔츠는 합리적 비교의 대상이 된다. 디자인과 가격이 먼저 비교되고, 선수에 대한 감정적 연결이 없다면 높은 가격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같은 제품이지만,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격이 형성된다.
야구 티셔츠 한 장은 이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의미를 산다. 그리고 그 의미가 클수록, 지불의향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것이 마케팅이 가격을 다루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