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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U SCIENCE

“내 몸을 지키는
내가 최강의 약?”

- 세포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

(바이오발효융합학과 손보람 교수)

“약을 먹으면 어디로 갈까?”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가진 궁금증입니다. 흔히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는 혈액을 타고 우리 몸 곳곳을 돌며 작용하지만, 원하는 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 부작용의 걱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을 체외에서 합성해 넣는 대신, 내 몸속 세포 자체를 바꿔 병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요? 이것이 바로 세포치료제(Cell Therapy)라는 새로운 치료법의 시작입니다.

나만을 위한 맞춤형 군대, CAR-T 세포

면역세포 중 ‘T세포’는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감시를 피해 숨어버리면, 치료가 어렵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T세포에 ‘인공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달아 암세포만을 찾아 공격하게 했습니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꺼내 CAR를 장착해 다시 넣는 이 치료법은, 마치 ‘내 몸속 맞춤형 군대’를 만드는 것과 같아 현재 혈액암 치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항암을 넘어, 세포치료제의 새로운 길

CAR-T 세포 치료는 주로 항암 분야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 기술의 활용 가능성은 훨씬 넓습니다.

예전에는 줄기세포나 단백질 치료제로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려 했지만, 최근에는 T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재설계해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조직을 보호하며, 회복을 돕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저는 지난 한 연구에서, 중증 감염으로 인한 과도한 면역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고 조직 손상을 줄이기 위해, 치료 펩타이드를 지속적으로 분비하는 특별한 T세포를 개발했습니다. 이 세포는 몸속 염증 부위에서 보호 신호를 보내 염증과 혈관 손상을 감소시키고, 동물 실험에서 생존율을 크게 높여 미래 조직 재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CAR-T처럼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과 달리, 이런 ‘기능성 T세포’는 손상된 조직 환경을 조절하고 회복을 돕는 ‘생체 내 바이오팩토리’ 역할을 합니다.

세포치료제는 미래 의학의 혁신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포츠 분야에서 새로운 도핑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선수의 부상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근육량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기술은 기존의 금지 약물과 달리 ‘유전자·세포 도핑’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도핑의 급속한 확산은 스포츠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국제 스포츠 기구와 반도핑 기관들은 이에 대해 경계와 함께 엄격한 규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포치료제 기술은 의료계에 혁신적인 혜택을 주는 동시에, 치료 목적을 넘어 악용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윤리와 책임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은 늘 혁신과 책임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세포치료제가 의료 현장을 넘어서 스포츠계 도핑이라는 새로운 윤리적·법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투명하게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세포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현재 세포치료제는 일부 항암 분야에서 상용화되었으나, 여전히 높은 제조비용과 면역 반응 부작용 등의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포치료제는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약과 받는 수술 외에 ‘내 세포 자체가 치료제가 되어 병을 이겨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앞으로 세포치료제는 암 치료뿐 아니라 난치병 치료, 장기 이식 대체, 운동선수 회복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전망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도 던져지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언제나 놀라움과 책임을 함께 가져옵니다. 한 세포 속에 담긴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여정 끝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병을 이기고, 몸을 회복하며, 삶을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내 세포가 나를 고치는 시대’를 함께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손보람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박사를 졸업하고 2024년 국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바이오 발효융합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주요 활동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원,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하버드의과대학 및 보스턴어린이병원 방문연구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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