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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구: 면역 최전선의 전사,
몸속의 숨은 슈퍼히어로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곽현정 교수)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며, 그 중심에는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가 있다. 호중구는 선천 면역의 핵심 세포로서 신속하고 강력한 방어 기작을 수행한다. 혈액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약 50~70%)을 차지하는 백혈구로서, 감염 부위로 빠르게 이동하여 병원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호중구는 골수에서 생성되어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며, 병원균 침입이 감지되면 즉시 출동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주성(chemotaxis)’이라는 기작을 통해 감염 부위로 이동하고, ‘탐식작용(phagocytosis)’을 통해 병원체를 삼켜 제거한다. 필요할 경우 강력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를 생성하여 병원균을 공격하거나, ‘호중구 세포외 덫(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NETs)’을 형성해 병원체를 포획하는 전략도 사용한다. 마치 응급 구조대처럼 즉각적으로 출동해 감염 부위에서 병원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호중구의 강력한 방어 능력은 양날의 검과 같다. 호중구가 지나치게 활발하면 아군까지 공격할 수도 있어, 마치 폭주하는 로봇이 아군과 적군을 구분 못 하는 상황과도 같다. 너무 열심히 싸우다 보면 아군까지 다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염증 반응이 발생하면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패혈증(sepsis)이나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과 같은 병리적 상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호중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며 면역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중구의 기능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건강한 면역 반응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최근 연구에서는 호중구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호중구는 단순한 탐식세포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전략가로서의 역할도 조명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대사질환, 면역질환, 암에서 호중구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

호중구는 단순한 병원균 사냥꾼이 아니라 면역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면역 세포다. 과거에는 선천 면역의 최전선에서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최신 연구들은 호중구가 우리 몸의 두 가지 면역 체계, 즉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1차 방어선인 '선천 면역'과 병원체를 만나면서 학습해 강화되는 '적응 면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호중구는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라 전략적 사고까지 겸비한 면역계의 지휘관 같은 면역 조절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호중구의 기능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이 밝혀지면 암, 대사질환, 염증성 질환이나 면역 관련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면역계의 용맹한 전사이자 전략가인 호중구! 현명하게 조절하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곽현정 Ph.D
전북대학교 분자생물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졸업하고가천대학교, 경기대학교를 거쳐 2023년 국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경력 으로는 하바드 의과대학, 보스톤 아동병원,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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