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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 놓인
나의 작고 소중한 뇌

- 줄기세포에서 오가노이드를 거쳐 인공장기까지 -

(바이오발효융합학과 손보람 교수)

누구나 ‘줄기세포’라는 것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피부세포, 근육세포, 신경세포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글을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세포들은 이미 역할 분담이 끝난 세포인데,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직장에서 베테랑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격이다. 이에 비하면 줄기세포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 아니 어쩌면 이제 막 대학 전공을 선택하려는 청년 정도가 되겠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는 말 그대로 줄기가 되는 세포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줄기세포에 관심이 많다. 뭐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 그 매력 포인트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우리는 줄기세포를 잘 만져서,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신경세포도 넉넉하게 만들고 싶고, 노쇠한 심장의 근육도 해마다 바꿔 달고 싶어 하곤 한다. 하지만 줄기세포에 어떠한 조작을 가해 정확히 원하는 세포로 변하도록 하는 기술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마술’이라고 부르고 싶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왔지만, 줄기세포가 완벽한 신경세포 그중에서도 시각 신경세포로 변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정교한 기술은 아직 미비한 현실이다. 파릇파릇한 청춘에게 미래를 정해주고 그것이 되도록 옆에서 아무리 간섭한들 자신의 길은 스스로 말고는 알지 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다.

최근 이러한 줄기세포 분화연구에서는 ‘나무 대신 숲을 보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이전까지 줄기세포를 특정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 세포 단위로 자극을 유도했었다면, 이제는 세포가 놓인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 유도하기 위해, 실제 우리 몸 안의 ‘뇌’와 같은 환경을 줄기세포에게 제공해주고 배양하는 노력을 수행한다. 우리 뇌는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세포처럼 접시에 납작하게 한 겹으로 존재하지 않고 3D 형태로 덩어리져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이에 착안해 줄기세포를 뭉쳐 뇌처럼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더 잘 분화된 것은 물론이고, 덩어리 전체적으로 뇌를 이루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가 생성되면서 결과적으로 작은 뇌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미니어쳐 장기는 ‘기관’을 뜻하는 ‘organ’에 ‘유사하다’라는 의미의 접미사 ‘oid’를 붙여 ‘오가노이드(organoid)’라고 부른다. 오가노이드는 비단 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현재 간, 폐, 심장, 췌장, 피부 등 다방면에 걸쳐 존재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오가노이드가 계속해서 발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오가노이드 연구 분야도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작은 뇌’가 만들어졌다고 표현했지만, 기능적으로 얼마나 실제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지 탐구하며 그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자들은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뇌 오가노이드’와 같은 특정한 종류의 오가노이드에서는 최근 ‘인지 능력’과 관련된 연구가 함께 진행되면서 인간 또는 동물이 아닌, 제 3의 존재인 인간 유래 뇌 오가노이드 대한 윤리적 이슈도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명 미니어쳐 기관인 오가노이드는 그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이미 우리의 실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껏 신약 개발 분야 및 화장품 연구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동물실험이 유럽연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금지되어 가는 추세이다. 이에 맞추어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전임상 플랫폼으로 영미권에서는 이미 오가노이드를 선택해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오가노이드 기술을 충분히 성숙화하면, 기술적으로는 인공장기로의 활용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오가노이드 연구는 인간의 발생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와 현재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유전병 치료에 적용 가능한 과학의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공학을 넘어서 과학기술 전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 연구’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국민대학교 바이오발효융합학과 손보람 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박사를 졸업하고 2024년 국민대학교 과학기술대학 바이오 발효융합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주요 활동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원,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하버드의과대학 및 보스턴어린이병원 방문연구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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