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트리오’, 최근 음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용어로 고추장, 된장, 간장의 우리의 발효식품을 의미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 트리오는 우리의 일상식에서 다양한 맛과 풍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는데, 특히 고추장은 최근 글로벌 식품트렌드인 ‘매운 맛’을 이끄는 주요 소스로 주목받고 있으며 ‘매운 맛(spicy)’과 ‘달콤한 맛(sweet)’이 결합된 ‘맵달(swicy)’ 소스로 해외 시장에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에서는 2025년 주요 트렌드 중 3위에 한식을 선정하고, 대표적인 음식으로 고추장을 소스로 활용한 닭갈비, 비빔밥 등을 사례로 꼽았다. 이러한 한식에 대해 소비자들은 독특한 식재료와 풍미, 그리고 건강측면에서의 효익이 크고, 서양 음식과도 고추장 소스가 잘 어울리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글로벌 외식브랜드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고추장을 활용한 버거, 양고기 요리, 타코, 파스타 등 다양한 형태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고추장은 메줏가루에 고춧가루와 소금, 엿기름과 함께 전분성분인 쌀가루 등을 섞어 발효시킨 것으로 한자어로는 주로 苦椒醬(고초장)으로 표기하는데 전분 성분의 재료에 따라 고추장의 종류가 결정되었다. 옛 문헌 중 「규합총서」에는 꿀을 섞은 고추장 만드는 법과 「증보산림경제」에는 볶은 깻가루를 넣는 방법도 나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예로부터 집안에서 장을 담그는 일은 한 해 농사를 짓는 것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였다. 장 담그는 날은 늦가을 콩을 삶아 메주를 빚고, 겨우내 정성껏 띄워 이듬해 음력 정월부터 삼월까지 좋은 날을 골랐다. 장을 잘 담그기 위해서 부정한 행동을 삼가고, 당일에는 목욕을 재계해 선하고 깨끗한 마음과 몸 상태를 유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장을 담근다. 장 담그는 일은 한 집안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행사였는데, 조선시대에는 전란이 일어나면 임금이 갈 피난처에 장 담그는 일을 관장하는 합장사(合醬使)를 미리 보내놓았을 정도로 우리의 장 담그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으며, 특히 고추장은 조선시대 영조의 선호 음식에 늘 꼽힐 정도로 재료가 귀하고 중요하게 여겨진 음식이었다.
2024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한국 전통 발효식품의 가치가 더욱 조명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식문화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공동체 정신이 깃든 소중한 유산임을 의미한다. 고추장은 우리에게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전통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재료이며, 퓨전요리에 적합한 특성과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전통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소스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