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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으라고요?

(식품영양학과 정상진 교수)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좋을까요? 파프리카에 좋은 영양소가 많다고 하던데,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면, “아니요, 골고루 적절한 양을 균형 있게 드세요. 특정 식품만 먹으면 안 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는 다시 ‘골고루 균형 있게 먹는 게 정확히 뭘까?’라는 의문을 품지만, 그저 밥에 채소 조금 곁들여 먹고, 좋아하는 고기와 과일을 잔뜩 먹으며 ‘오늘은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었으니 잘했어’라고 스스로를 만족시킨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오늘 뭐 먹는다고 내일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맛있게 먹는 것이 남는 거지.’라며 위안 삼는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과 만성질환에 관한 뉴스를 보면, ‘이래도 괜찮을까? 나도 여기저기 이상 신호가 오는데...’라며 다시 고민에 빠진다.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답은 식사구성안의 권장식사패턴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식품구성 자전거’, 6가지 식품군, 식사구성안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들어봤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면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있고 들어봤더라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사람의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영양소의 적정 섭취 수준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제시되며 이를 ‘영양소 섭취기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제·개정하고 있는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개인들의 영양소 필요량 평균에 여유분(2x표준편차)을 더한 ‘영양소 권장섭취량’을 통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영양 결핍을 겪지 않도록 기준을 제시한다.

하지만 일상의 매일 식사에서 영양소 섭취량을 정확히 계산, 인지하고 이를 권장섭취량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가 되도록 이를 식품군의 종류와 양으로 전환해 개발한 것이 바로 식품구성자전거와 식사구성안에 따른 권장식사패턴이다.

식사구성안에 따른 권장식사패턴은 개인이 섭취하는 열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고 실천하려면 우선 자신의 필요 열량을 파악해야 한다. 필요 열량은 체격, 성별, 나이, 활동량 등에 따라 다르며, 간단히 계산하는 방법 중 하나는 보통 체격에 보통 활동량을 가진 경우 자신의 체중에 25~30kcal를 곱해서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중이 65.5kg인 성인이 29kcal를 곱하면 하루에 약 1900kcal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1900kcal에 해당하는 하루 권장식사패턴을 예로 들면, 성인, 청소년 등에 따라 곡류군 3회, 고기·생선·달걀·콩류 3.5~4회, 채소 7~8회, 과일 1~2회, 우유 1~2회, 유지·당류 4~5회로 구성된다. 1회에 해당되는 양은 각 식품군 또는 식품마다 다르며 곡류의 경우 밥 1공기(210g), 고구마 중간 크기 2개(210g), 과자 90g 등이 1회에 해당한다. 고기는 60g, 생선은 70g(한 토막), 달걀은 60g(1개), 두부는 80g(1/4모)이 1회이다. 채소는 70g, 김치는 40g(약 1접시), 과일은 100~150g(1개), 우유는 200ml(1팩), 유지와 당류는 5g(1티스푼)이 1회이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권장식사패턴의 하루 권장 횟수에 맞춰 필요량을 계산한 후, 이를 실제 섭취량과 비교해보면 내가 얼마나 골고루 섭취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끼니별로 가능한 비슷하게, 각 식품군 내에서 가능한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균형식을 위한 기본 원칙이 될 것이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 1900kcal 섭취하는 사람의 예를 계속 들어보자. 식당에서 점심에 1인분(180g)의 고기를 먹었다면, 이는 이미 한 끼에 3회를 섭취한 것이므로 나머지는 하루권장횟수에서 0.5-1회만 남아 아침과 저녁에 고기·생선·달걀·콩류를 섭취할 여지가 별로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점심에 상추를 5장만 먹었다면 이는 0.5회에 불과하므로, 하루에 8회를 채우기 위해서는 다른 끼니에 7.5회의 채소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내가 채소를 적게 먹었구나”, “고기나 밥을 너무 많이 먹었구나”와 같은 점을 인식하게 되고, 이렇게 권장식사패턴에 따라 식품군의 비율을 맞추려는 노력이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식품군을 생각하기 어렵다면 곡류, 지방, 당류는 다른 식품을 먹다 보면 대체로 저절로 섭취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므로 우선 내가 일단 과일이나 유제품 하나를 먹었는지를 검토하고 근력을 위해서는 고기·생선·달걀·콩류를 과다하지 않게 섭취하되 최소량을 먹었는지,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채소류를 권장량이상을 먹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하나의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권장식사패턴을 매일 완벽하게 지키기도 어렵고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당장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일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려는 노력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과학적인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보편적인 노력과 함께 개인의 건강 상태, 질병, 체중 감량, 기호, 특정 영양소의 필요성, 유전체, 장내미생물 등이 고려된 개별화된 맞춤 영양 관리의 중요성이 인지되고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추후에는 더욱 개별화된 식생활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상진 교수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학사·석사,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박사를 졸업하고 2006년 국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주요경력으로는 2017년 영양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고 현재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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