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에게 영화 속 ‘디테일(Detail)’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곧바로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자주 보고 듣는 친숙한 단어 ‘디테일’은 TV의 해상도 또는 4K 영상과 사진이 얼마나 촘촘한 픽셀(Pixel)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고전 한국 영화들을 4K로 복원하여 유튜브에서 무료로 보여준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전에는 안 보였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음악도 고해상도 음악을 들으면 전에 안 들렸던 악기의 소리가 들린다. 예술 속 ‘디테일’은 단순한 해상도가 아니라, 못 보던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테크닉을 말한다.
출처:(주)미디어캐슬
그동안 일본 영화에 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한국 영화의 수준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8번 출구’가 프랑스 칸느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장편 실사 영화가 칸느에 초청을 받은 것은 최초라고 한다.
흥행 프로듀서 출신 카와무라 겐키 감독의 영화는 한마디로 일본 영화의 ‘컴백(Comeback)’을 외칠 정도로 놀라웠다. 워낙 유명한 PC게임이었고 게임을 한때 즐겼던 나로서도 과연 게임이 재밌다고 해서 대중 영화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감상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공포영화 장르로써 사건만 기대한다면 답답할 수 있으나 예술 영화에서나 묘사하는 시간, 공간, 시점을 게임 원작 영화에서 아주 훌륭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출처:(주)미디어캐슬
출구 없이 무한 반복되는 ‘8’ 자 타임 루프 지옥 안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것은 인생의 ‘디테일’을 찾는 것이다. 주인공은 무한반복 지하도를 걸으며 미세한 ‘디테일’들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 그 안에서 무료하게 반복되는 시간은 새로운 감동을 가져다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극한 디테일의 변주 정도는 아니지만 상업영화로서 우리가 좌절할 때 인생을 버티는 방법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볼레로와 주인공의 분노 가득 찬 눈빛에서 한국 영화에 밀려있던 넥스트(Next) 일본 영화의 ‘디테일’을 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