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다양화되며 기존 TV와 신문, 잡지에 국한됐던 언론매체는 IT기기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그 영역을 넓혀왔다. 덕분에 요즘은 ‘인터넷 언론사’가 당당히 언론 매체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다양한 인터넷 언론사 가운데서도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언론의 태동기인 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다”리는 컨셉으로 창간됐다. 그런 오마이뉴스 사회부 소속 기자라는 자부심을 가슴에 품은 유성애 씨는 보건복지와 여성,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그녀에게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언론고시 공부에 몰두하고 있을 즈음 상상하기 힘든 사고를 경험하며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뇌출혈 전조 증상으로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고시원 4층 베란다에서 떨어진 그녀는 두 다리와 한쪽 팔이 부러지고, 턱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생명은 건졌지만 무려 1년여의 병상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기자라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힘겨운 병상생활과 재활훈련을 이겨냈다. 시련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고 이제 그녀는 “지난 아픔의 경험 조차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말 한마디에도 남다른 고민과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묻어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절로 귀 기울여졌다.
사회부 기자라고 하지만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로 취재하고 있어요. 아직 신입이다 보니 많이 배워야 해요(웃음). 선배들에게 다양한 취재 지시를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은 보건복지, 여성, 환경 분야죠.
일단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지난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밤 늦게 성명 발표를 한 적이 있었어요. 다음날 오전까지 빨리 취재해서 써야 했으니 집에서 기사를 쓰고 출근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처럼 이슈에 따라 취재를 할 때도 있고 때론 저희가 이슈를 끌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24시간 대기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때는 보건복지나 교육, 노동 등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분야의 현안에 대한 기사 기획을 해요. 최근에는 전교조가 법외노조화 됐을 때 전교조 소속 분들과 소속되지 않은 교육계 분들, 다양한 시민사회의 이야기를 들었죠. 단순히 보도자료를 가지고 정리하는 기사는 거의 없어요. 오마이뉴스는 현장기사를 중시하거든요.
기자를 준비할 때는 기자만 되면 취재도 잘하고 기사도 잘 쓸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선악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 일이 그렇게 무 자르듯 명확하지 않더군요. 어떤 논쟁이 있을 때 그 내막을 취재하다 보면 흑과 백이 명확하지 않으면서도 양쪽의 논리는 분명히 있어요. 저희는 취재한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죠. 아직 배우는 입장에서 함부로 판단을 내리기가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느 쪽은 맞고 어느 쪽은 틀렸다고 결론 짓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고생한 취재가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는 인턴기자 과정을 거쳐 입사한 케이스인데, 그때 제가 발제를 해서 취재를 했던 기사 주제가 ‘휠체어를 타고 하루 동안 대중교통 이용하기’ 였어요. 예전에 크게 다쳤을 때 경험이 작용했죠. 강남에서부터 종로까지 오는 코스를 직접 휠체어를 타고 체험하며 기획기사로 취재했어요. 굉장히 어렵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죠. 혼자 사진 찍고 휠체어를 탄 채 환승역을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참 고생스러웠어요. 독자들이 많이 본 기사는 아니었지만, 보신 분들의 피드백은 남달랐죠.
솔직히 인턴기자를 지원할 때는 망설임이 있었어요. 인터넷 언론매체로서 나름 입지를 다진 오마이뉴스 이기에 기득권에 안주한 조직이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일정 부분은 관성화된 측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그 일원으로서 느낀 모습은 아직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 노력하고 있고, 여전히 비주류에 속하는 모습들이 많은 젊은 조직이더군요. 사실 그런 점이 불안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자체가 젊은 매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지금은 제 20대를 보내도 될 만한, 여전히 가능성을 가진 역동적인 언론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넷 매체이다 보니 신속성이 중요해요. SNS을 비롯해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 빠른 소통과 피드백이 이뤄지고 있어요. 보고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에 두 번씩 하죠.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마다 팀장과 계속 소통을 한다는 편이 맞을 거예요. 회의 같은 경우는 다른 언론사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다같이 모이는 자리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어요. 문득 선배가 하는 말 중에 ‘우리는 일간지도 아니고 초간지’라는 말이 떠오르네요(웃음). 초 단위로 기사가 바뀌는 것을 두고 하는 말 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속보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빨리 보도를 하되 내용은 충실해야 하거든요. 사실 그런 점들이 아직 제게는 익숙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승진이나 업무평가방식은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1년에 한번씩 팀장이 부서원을 평가하고 그 위에 국장이 팀장을 평가하는 방식이고요. 매월 특종상을 본인이 추천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추천할 수도 있게 돼 있어요. 또 매해 우수사원을 선발하기도 하고요. 근무환경은 복지측면이 특히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육아휴직제도는 그 중에서도 잘 정착이 됐는데, 예를 들어 제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육아 휴직을 어렵게 말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육아 때문에 출근이 쉽지 않다면 재택근무로도 일 할 수 있어요. 대체휴가제도도 잘 정착이 돼 있어서 주말에 당직을 서면 그 다음주에 하루를 쉴 수 있고, 주말 취재 역시 대체휴가가 가능해요.
일단 중요시하는 것은 제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에 대한 사전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인하는 것이에요. 또 현장에 가서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감정 이입을 해서 듣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최대한 공감을 표시하면서 듣는 거죠. 보통은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다만 제가 약한 것은 취재원의 말을 잘 못 끊는다는 거예요(웃음). 전화로 이야기를 할 때도 적정선에서 이야기를 끊어야 하는데, 아직 그걸 잘 못해요. 제보하시는 분들의 특성이 자신의 모든 스토리를 다 이야기하려고 하시거든요. 저희 입장에서는 핵심을 파악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 목적인데다, 시간은 한정 돼 있거든요.
저희 회사의 장점 중 하나가 선후배 간 소통이 자유롭다는 거예요. 언론사는 보통 상하관계가 엄격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자유롭게 제 의견을 이야기하는 편이죠. 어떤 사안에 대해 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선배에게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에요. 다른 매체의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마이뉴스는 특히나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시간적으로 늘 쫓기지만, 그럼에도 쪼개 쓰려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주말을 이용해 한 권이라도 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또 중국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언론사 입사가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보통 토익 점수와 학점이 높아야 하고 어학연수도 갔다 오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전 기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 갔을 때 ‘기사를 만들어 올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죠.
아니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공고한 학벌체계로 뭉쳐져 있어요. 오마이뉴스는 그런 면에서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학교 출신들이 있고, 토익 점수 같은 것을 지원 자격에 넣어 제한하지도 않아요. 고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거든요. 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기사를 스토리텔링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선배들 중에는 시민기자로 기사를 쓰다가 채용이 된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더욱 학벌이나 스펙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필수적인 지원자격이 있다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을 해서 기사를 하나 이상 써야 한다는 정도에요.
이력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이 ‘오마이뉴스 2020’라는 글이에요. 미래의 오마이뉴스가 어떤 모습이 될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쓰는 거죠. 오마이뉴스라는 회사를 공부하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오마이뉴스의 특성을 알아야 기자로 일 할 수 있고 지금 돌아가고 있는 온라인, 신문, 방송 등 언론사 체계 전반에 대해 알아야 오마이뉴스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서류전형을 거치고 나면 필기시험을 봐야 해요. 상식과 영어, 작문논술로 3교시가 진행되죠. 그 다음 과정이 본격적인 기사쓰기에요. 제 경우는 시민기자 한 분을 인터뷰해서 바로 기사를 작성 하는 것과 그 다음주에 진행할만한 기획기사 2건의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특징적인 과정이 어떤 주제를 주고 현장기사를 취재하라는 것인데,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하고 당일 밤 12시까지 완성된 기사를 보내는 것이 조건이었죠. 그렇게 선발된 인원이 마지막으로 임원 면접과 사장 면접을 보게 되요.
당연히 있죠(웃음). 신문도 있었고, 방송도 있었어요. 저는 지역 방송사를 가고 싶었어요. 한번은 제주 지역 방송사를 가서 시험을 봤던 적도 있었죠(웃음). 초기에는 필기에서 떨어져보기도 하고 자기소개서에서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런 것은 경험이 쌓이면서 통과가 됐어요. 하지만 저는 유독 임원 면접 같이 거의 마지막에 가서 번번이 떨어지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너무 억울했어요. 시켜주기만 하면 잘 할 수 있는데 ‘왜 내 자질을 못 알아볼까’하는 원망이 들 정도였죠(웃음). 지나고 보면 그 경험 조차도 제가 일하는데 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취업도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니, 오마이뉴스 전형과정에서 예전에 준비했던 것들이 적지 않게 나왔거든요(웃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거요(웃음). 제가 아침 잠이 많은 편이었는데 신기하게 벌떡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또 어떤 사안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무엇인지 알아보게 되고,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취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매일매일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지금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체크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이슈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선배들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세요(웃음).
학교에 다닐 때는 정말 다양하게 경험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람 만나서 이야기 듣는 것을 재미있어 했어요. 강연 같은 것도 최대한 많이 들으려 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국민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엠베서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었어요. 해외 대학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2007년 무렵 1기로 참여하게 됐어요. 친한 친구를 설득해 ‘새싹비빔밥’이라는 팀을 꾸리고 저희 과 이창현 교수님께 지도를 부탁 드리기도 했죠. 결국 지원 팀 중에 선발이 돼서 일본 동경대학교를 방문하고 8박 9일 동안 일본 학생들, 환경단체 사람들과 만난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그 외 또 다른 것을 꼽자면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하는 청소년교류프로그램에 지원해서 활동한 일이에요. 당시 저는 학교에서 흑백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아시아 10개국 학생들이 인도네시아에 모여서 문화교류를 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사진 담당으로 갔던 기억이 나요. 역시 다른 나라 많은 학생들과 교류했던 기억이 오래 남더라고요.
‘대학내일’이라는 주간지가 있었는데, 거기에 학생 리포터로 활동을 했어요. 원래는 학보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1학년만 선발하는 탓에 2학년이었던 저는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같은 또래의 다른 학교 학생 리포터들과 만나서 한 주의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도움이 되는 듯해요. 당시에는 학보사에 들어가지 못해 택한 차선책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훨씬 더 큰 세상을 경험한 것 같아요. 전국의 대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다루는 일이었거든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우리학교와 다른 학교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도 됐죠.
호주로 10개월간 교환학생을 갈 기회도 있었어요.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정부지원을 받아 정부장학생으로 가면 사회단체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당시에 그걸 잘 몰라 무작정 공부만 하고 왔다는 것이 아쉬워요. 물론 방학 중에 아르바이트는 해봤지만 현지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일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죠.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려볼 수 있었을 거예요.
지금 후배들을 보거나 제 친구들을 봐도 요즘은 그렇게 쉽게 취업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솔직히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늘 좌절해 있을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는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즐기면서 버티라는 거예요. 제 주변에서도 취업하기까지 오래 걸린 친구가 있어요. 저도 쉽게 취업이 된 건 아니고요. 오히려 개인적으로 큰 사고도 있었고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래도 자기가 원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찾아갔던 사람들은 취업에 성공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