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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손님이요?‘우리 아버지다’ 라고 생각하죠 아시아나항공 3년차 캐빈 승무원 최용기 (국제통상학과 08 동문) 오래 전부터 항공 승무원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돼 왔다. 한때는 승무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잘생기고 예뻐야 하며, 키도 어느 수준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물론 용모는 단정해야 하며, 친절함은 기본이다. 그런데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항공사라는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조명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오래 전부터 항공 승무원은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돼 왔다. 한때는 승무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잘생기고 예뻐야 하며, 키도 어느 수준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것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물론 용모는 단정해야 하며, 친절함은 기본이다. 그런데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항공사라는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조명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멋진 모습 이면에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항공 캐빈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용기 씨는 ‘승무원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직업’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입사 당시 그는 39명 동기 중 유일한 청일점이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를 통해 ‘승무원들의 생동감 넘치는 세계’를 엿보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창사이래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만족’이라는 경영이념으로 자체적인 인재 양성에 힘써온 항공사다. 항공 서비스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승무원 수만 해도 4,000여명, 그들 하나하나가 아시아나항공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자부심이다. 정유년 새해, 3년차 캐빈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용기 씨가 가장 강조한 것은 ‘안전’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한 고객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는 ‘목적지까지의 안전한 비행’이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인터뷰는 그가 결혼을 이틀 앞둔 날에 이뤄졌다. 놀라운 것은 그의 예비신부 역시 국민대학교 동문이자 기업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이나현 씨(중국학과•08)라는 사실이다. 전날 뉴욕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얼굴에 약간의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새 출발을 앞둔 예비신랑의 설렘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Part.1 코드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는 것, 아세요?

Q

승무원도 세세하게 따져보면 각자의 역할이 있을 듯 한데요. 최용기 씨의 경우는 어떤가요?

주된 업무는 역시 캐빈 승무원으로서 비행 업무죠. 말씀하신 것처럼 더 디테일 하게 들어가면 한 번의 비행을 위한 승무원 각자 역할이 있는데, 3년 차에 접어드는 저는 주로 기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어요. 비행 시작 전부터 끝까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모든 승무원의 공통적인 역할이죠. 그리고 각 비행 별로 각자 주어진 코드가 따로 있어서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되죠. 이를테면 선배 일수록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중 더 중요한 사항을 점검하게 되는 식이에요.

Q

‘코드’는 역할을 구분하는 방식인가요?

근무 기간에 따라 시니어, 주니어 등으로 나눠지기도 하고,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순으로 담당 공간이 나눠지기도 해요. 모든 승무원은 입사하면 기본적으로 이코노미 클래스를 거치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교육을 통해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로 올라가게 되죠. 물론 이것은 아시아나항공에 해당되는 것이고 다른 항공사의 경우는 조금씩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Q

승무원이 하는 일은 보이는 것 외에도 많을 듯 합니다.

맞아요. 우선 비행하기 전부터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 많죠.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에는 비행 약 2시간 10분 전에 모든 승무원이 모여 브리핑을 해요. 물론 브리핑 들어가기 전에 개별 승무원은 자신이 참여하는 비행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한 상태여야 하죠. 고객은 몇 분이 탑승하고, 어느 기종을 타는지,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기장님은 어떤 분인지 까지 등 그 외에도 세세한 부분을 모두 체크하는 회의를 해요. 회의 후 회사에서 인천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죠. 그리고는 다시 항공기에 들어가기 직전에 기장님들과 만나서 브리핑을 합니다. 이 때는 주로 안전과 보안에 관련된 내용이죠. 다음으로 모든 승무원이 항공기에 탑승해서 직접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하며 안전점검을 해요. 비상 장비는 제대로 작동되는지, 비행기 안에 이전 탑승 승객이 놓고 간 물건은 없는지를 하나하나 모두 점검한 뒤에 비로소 고객들께 제공될 서비스에 대한 점검을 하죠. ‘안전’은 늘 첫 번째 점검 사항이에요.

Q

목적지에 도착한 후 다시 돌아오는 일정은 나라마다 다를 듯 한데요.

장거리 비행의 같은 경우는 주로 3박4일 일정인데, 현지에 도착하고 도착 날 포함 이틀 간 온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돌아오는 비행을 하죠. 제가 어제 다녀온 뉴욕 같은 경우 역시 현지에 도착하고 다음 날 하루를 온전히 쉬고 그 다음날 돌아오는 비행 패턴이고요. 보통의 장거리 비행 패턴이 그렇습니다.

Q

하루 혹은 이틀을 온전히 쉬는 것은 일종의 근무 휴식 같은 개념인가요?

그렇죠. 근무 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근무 휴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근무 휴식은 어떤 기준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한 달에 약 10일 가량의 근무 휴식이 주어집니다.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 또 근무휴식이 주어지거든요. 그 10일에 맞춰서 휴일이 배정이 되는 식이죠. 그 외에는 스케줄 사이 사이에 쉬는 날이 정해져 있고, 가끔은 연이어 쉬는 날이 주어지기도 해요.

Q

만약 감기 등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비행을 못할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스케줄이 유연한 편이에요. 다른 보통의 회사처럼 저희도 연차가 있으니 그 연차를 쓰곤 하죠. 만약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비행 일정이 있는 경우 연차를 신청해요. 몸이 많이 안 좋아 비행하기 어려운 경우는 병가를 신청하기도 하죠. 그렇게 스케줄 변동이 생기면 다른 승무원이 투입되는데, 그래서 스케줄이 나올 때는 ‘스탠바이’라고 해서 해당 일자에 비행일정이 안 잡혀 있다가 임박해서 잡히기도 해요.

Q

비행 스케줄은 얼마나 되나요? 한달 기준으로 얘기해 준다면?

4천명에 달하는 승무원들의 비행 스케줄을 하나하나 조정하긴 힘들어요. 보통은 프로그램으로 균등하게 분배돼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통 한달 기준으로 장거리 두 번 정도에 동남아 비행이 두어 번, 나머지는 국내선을 비롯해 중국, 일본 같은 단거리 비행으로 채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아요.

Part.2 승무원의 첫 번째 임무는 ‘안전’

앞서 최용기 승무원이 언급한 바처럼 승무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안전이다. 승무원들은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고 어느 한 과목이라도 기준 점수를 못 채우면 재시험을 보게 돼 있다. 세 번 탈락 시에는 퇴사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신입 승무원의 경우 한번에 다 통과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니 어느 정도 엄격한지 짐작이 된다.

Q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안전교육은 꽤 엄격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승무원 안전교육은 주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이자 유일하게 항공교통안전기관에서 인가 받은 안전 훈련 기관으로 선정이 됐어요. 어느 항공사 승무원이든 저희 회사에서 안전교육을 받으면 정기 안전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돼요. 그래서 외부 위탁교육이 이뤄지기도 하죠. 그만큼 저희 회사가 안전교육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봅니다.

Q

그런 부분이 승무원에게 따르는 일종의 업무 부담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그리 어려운 교육이 아니에요. 모든 승무원이 매일 같이 비행에 임할 때면 거치는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라, 연차가 쌓일수록 훨씬 능숙해지거든요. 그렇다고 평가가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잘 하시니, 확실히 탈락하는 비율은 줄거든요.

Q

직접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을 듯 한데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꼽는다면?

기내에서 손님 한 분이 의식을 잃은 적이 있는데, 제가 응급조치를 취해서 다시 의식을 되찾으셨던 적이 있어요. 그분도 그렇고 같이 탑승하셨던 일행 분들도 굉장히 고마워했죠. 비행을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장거리 비행의 경우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기내식을 드시고 급체하거나, 그로 인해 의식을 잃는 경우죠. 그런 상황에 대한 응급처치법은 늘 숙지하고 있어서 바로 대처할 수 있었어요. 물론 저도 속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했어요. 보통 그런 경우 바로 매니저 승무원과 기장에게 보고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하죠. 하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급체 등 가벼운 증상이신 분들이 많아요.

Q

때로는 승객 중에 지인이나 가족이 탑승한 경우도 있을 텐데요.

승무원으로서 가장 큰 혜택이 바로 저렴한 비행기 티켓이죠. 그 덕에 저도 아버지를 모시고 뉴욕에 갔던 적이 있어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그때 여권을 처음 만드셨을 정도로 해외 여행 경험이 없으셨죠. 그 비행에서 기내 방송을 담당했었는데, 아버지께서 그저 어리게만 봐왔던 막내아들의 모습을 보시고 매우 좋아하셨어요. 아들이 최고의 항공사에서 멋진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것을 보시면서 뿌듯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비행을 한다는 것이 참 뜻 깊었고, 그런 기회를 준 아시아나항공에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Part.3 깐깐한 손님은 ‘우리 아버지다’라고 생각해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보니 승무원 역시 ‘감정노동’ 직군으로 분류된다. 큰 비행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승객으로 탑승하니 그 모든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객의 까다로운 요구나 막무가내 행동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이 승무원의 본분이다. 과연, 그가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Q

까다로운 승객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가요?

그 부분은 저희 만의 고충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모든 분야가 그렇죠. 수많은 승객 분들 중에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요구를 하시는 분들이 없을 수는 없다고 봐요. 개중에는 저희가 해 드릴 수 없는 요청을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면 저는 ‘우리 아버지다’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까다로운 요청을 하셔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요. 또 손님의 입장에서는 모처럼 적잖은 돈을 투자한 설레는 여행 길인데, 기분 좋게 가고 싶으실 거잖아요. 기왕이면 더 많은 서비스도 받고 싶으실 거고요. 그런 분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요. ‘우리 부모님이라면, 나라면 승무원이 어떻게 응대했을 때 기분이 좋아질까’를 고민하죠. 정 들어드릴 수 없는 요청의 경우에는 화를 내셔도 우선은 말씀을 들어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말씀을 들어드리다 보면 이내 누그러지시더라고요.

Q

여전히 승무원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
특히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일 듯 한데요?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행동 규정이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구두와 유니폼, 머리 등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회사를 대표하는 셈이니까요. 한 승무원이 일탈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승무원의 문제로 보여지는 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의 문제로 보여질 수 있거든요. 간혹 승무원들이 공항에 대해 잘 알거라 생각하고 길을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그래도 최대한 친절하게 안내해 드리려고 해요.

Q

오늘날 승무원에게 요구되는 여러 가지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력이에요. 매번 시차가 바뀌고 간혹 새벽에 일찍 일어나거나, 밤을 새서 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체력이 안 받쳐주면 힘들어져요. 또 짐이나 가방 등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관절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죠. 그 다음으로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손님이 안전규정을 위반하는 것,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신다거나 할 때 괜히 일을 크게 만들까 싶어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거든요. 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는 고객들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한다는 책임감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지막은 사회성이 아닐까 싶어요. 매번 전혀 모르는 승객들을 모셔야하고, 승무원들도 매번 같은 멤버끼리 비행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 사회성은 필수죠. 다른 문화권 고객을 대하는 센스, 커뮤니케이션 능력, 눈치 같은 것도 사회성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승무원이 되기 전, 그 역시도 해외여행 경험 한 번 없었다고 한다. 입사 한 후에야 여권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승무원 으로서 세계 각국을 다니는 나날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또 다른 장점은 부모님 등 직계 가족들이 항공권을 구입할 시에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직원 복지 혜택인 셈이다. 여행 경비 중 항공권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매력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입사 당시도 청일점이었던 것처럼 남성 승무원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래서 더욱 서로 간에 관심을 가져주고 챙겨주는 문화도 그가 장점으로 꼽는 것 중 하나다. 남성 승무원은 200명이 채 안 된다니, 전체 승무원의 5% 정도인 셈이다.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으니, 그 답이 명쾌하다.

Q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도 입사했을 때 선배에게 들은 말이에요. “단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장점을 이야기하라면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는 거죠. 물론 개인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제 경우는 워낙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거든요. 또 항공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잖아요. 앞으로도 승무원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승무원을 지망하는 분들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준비했으면 해요. 단, 너무 승무원만 생각하고 다른 분야는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우려가 됩니다. 시야가 좁아질 수 있거든요. 여러 분야를 고려하며 그 중에 하나의 목표를 승무원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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