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발달하고 대중의 기호가 다양해지며 방송 채널은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컨대 뉴스 전문 채널, 어린이 전문 채널, 낚시 채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와중에 성장을 거듭하는 채널이 있으니 바로 홈쇼핑이다. 쇼호스트가 직접 음식 맛을 보고 운동기구를 시연하는 TV 홈쇼핑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홈쇼핑은 세계 각국에 ‘한국식 홈쇼핑 방송’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의 눈에 우리나라 홈쇼핑 방송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한국식 쇼퍼테인먼트’로 불리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홈쇼핑계에서는 ‘한 번도 사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가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을 놓고 빠져들게 만드는 방송,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쇼호스트이다.

유동혁 씨는 독특한 경력을 가진 쇼호스트다. 국민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6세의 젊은 나이에 홈앤쇼핑 공채 1기로 쇼호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재주와 끼가 너무 많았다고 해야 할까, 욕심이 많았다고 해야 할까? 쇼호스트에서 안주하지 못한 그는 고심 끝에 승무원으로 변신했다. “쇼호스트 경력 덕분에 승무원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겸손해하는 그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로의 전직은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항공사 승무원으로 2년여가 흐른 뒤, 그는 자신이 진정 있어야 할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18세 때부터 꿈꿨고 그 꿈을 이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이룬 탓에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자리, 쇼호스트로 돌아온 것이다. 갈 ‘지(之)’ 자의 행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승무원이 되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더군요. 방송이 너무나도 그리웠고, 쇼호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을 잊을 수 없었어요.”

2015년 12월 한 번의 일탈(?) 끝에 다시 돌아온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쇼호스트의 삶을 즐기고 있다. 전과 달라진 또 하나는 10년 뒤, 20년 뒤 쇼호스트로서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열정으로 가득한 그를 매료시킨 직업, 쇼호스트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쇼호스트는 어떤 일을 할까?

홈쇼핑 방송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은 홈앤쇼핑에서 ‘홍TV’라고 해서 방송인 홍진경 씨와 함께 하고 있죠.
그 외에도 패션부터 식품, 레포츠, 생활,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을 방송 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직장인들과는 업무 시간이나 출근 시간 일하는 방식,
패턴이 많이 다를 듯 한데, 대략적인 하루 일과를 말해준다면?

쇼호스트는 인턴, 정규직을 거쳐 프리랜서가 됩니다. 저는 지금 프리랜서 쇼호스트라서 방송시간, 미팅시간 외에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방송이나 미팅이 있는 날만 회사에 출근하죠.
그 외 시간에는 방송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요. 상품을 직접 써본다거나 시장에 나가 다른 경쟁 제품과 비교해보는 거죠.

홈앤쇼핑에서 쇼 호스트로 일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총 경력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스물 여섯 살인 2011년 10월에 홈앤쇼핑 공채 1기로 입사를 해서 1년 6개월 정도 쇼호스트로 일했어요. 하지만 아직 세상 물정을 몰랐다고 할까요? 쇼호스트는 고객과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경험도 부족했고, 소통이 쉽지 않았어요. 또 프리랜서라는 점도 불안하게 느껴졌고요. 결국 고민 끝에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됐죠. 돌이켜 보면 쇼호스트였다는 경력 때문에 가능했어요. 그렇게 2년 10개월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2015년 12월에 홈앤쇼핑 쇼호스트로 재입사를 했죠. 다시 방송을 시작하니 승무원 경험이 도움이 되더군요. 쇼호스트 경력만을 따지면 총 2년 3개월쯤 되는 셈이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죠(웃음).

대한항공 승무원이라는 직업도 꽤 괜찮았을 텐데, 주변의 만류도 있었을 듯합니다.
쇼 호스트라는 직업의 어떤 매력에 끌리신 건지?

아마 쇼호스트 출신 승무원은 제가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대한항공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사회나 진행을 맡으며 많은 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사직 의사를 밝히니 모두 만류하시더군요. 여러 가지 상황이나 조건은 흠 잡을 데가 없는 직장이었죠. 저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쇼호스트라는 직업의 매력, 생방송의 희열을 한 번 맛본 터라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된 것 같아요.

억대 연봉의 쇼호스트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요. 본인의 경우는 어떤가요?

말씀 드리기 어렵네요(웃음). 쇼호스트가 상품이 많이 판매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대신 그런 성과는 다음 해 자신의 몸값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긴 하죠. 쇼호스트도 개개인마다 수입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라고 말씀 드리긴 힘들지만, 승무원 연봉에 비교해서 뒤처지진 않는 정도라고만 말씀 드릴게요(웃음).

업무 만족도를 비교해 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승무원 시절과 비교했을 때 장점, 단점이 있다면?

이 질문은 제가 승무원 시절 동료들, 쇼호스트 동료들에게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당연히 장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니고요. 그저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승무원의 최대 장점은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드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죠. 항상 전 세계의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며, 좋은 관광지를 다닐 수도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항공권 할인 혜택도 빼놓을 순 없죠. 반면 쇼호스트의 장점은 즉각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예요. 생방송을 준비하며 그에 맞는 콘셉트와 역할로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고객과 즉각적인 소통으로 매출을 올리게 되죠.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고객에게 잘 전달되냐에 따라 달라지는 매출기록을 보며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두 직업의 단점이 같다는 거예요. 체력적인 부담이 크죠. 승무원은 시차와 상관없이 비행 스케줄을 맞춰야 하고 쇼호스트는 밤낮없이 생방송을 해야 하니까요. 두 직업의 단점이 비슷하기에 저로서는 익숙한 편이에요(웃음).

프로라고 해도 카메라 앞에 설 때는 긴장 될 것 같은데요.
방송 직전 심정을 말해주신다면?

떨리죠(웃음). 10년 차 되는 선배에게도 물어봤는데, 선배 역시 방송을 앞두고 있을 때는 긴장이 된다고 하시더군요. 생방송의 긴장감은 연차에 상관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방송이 시작하면 또 즐기게 되죠.

말씀하신 것처럼 홈쇼핑은 생방송이라는 특성이 있는데요. 돌발사고는 없었나요?

식품 방송을 하다가 라면에 들어있는 킹크랩을 먹었을 때였어요. 킹크랩의 살이 뜨거운 라면 국물을 머금고 있는 상태로 면발과 함께 먹었는데, 순간 너무 뜨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카메라가 제가 먹고 있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있는 상황이라 뱉을 수 없었어요. 정말 이를 악물고(웃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방송이 끝난 후 보니 입안이 다 데였었죠.

이제까지 판매했던 물건 중 특이해서 고민이 됐던 것도 있을 듯한데요.

해먹 판매 방송이었어요. 몰디브나 하와이 바닷가에 가면 있을 법한 해먹이었죠. 그 전까지 홈쇼핑에서는 해먹 판매 방송을 한 적이 없었던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평일 새벽 5시에 방송이 잡혀 있어서 걱정이 됐죠. 하지만 왠지 저는 그 해먹이 마음에 들더군요. 캠핑이나 여행을 즐기는 터라 저 같은 사람들은 꼭 방송을 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제 생각이 맞았어요. 새벽 5시부터 60분간 목표 매출을 훨씬 뛰어넘었죠. 쇼호스트와 상품 간에도 궁합이라는 게 있거든요. 걱정은 했지만 해먹과 제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쇼 호스트 분야에서도 연차가 있나요? 선배와 후배 식으로 호칭을 하는지?
연차 별로 맡는 방송이 다른지 궁금하네요.

똑같아요. 팀장님, 과장님이라고도 부를 때도 있지만 보통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죠. 그리고 연차가 높을수록 고가의 상품이나 비중이 높은 방송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방송하기 때문에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방송을 통해 시연을 해 보이고 고객들에게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야 하는 입장에서 쇼호스트의 자기관리 노력은 대단하다. “쇼호스트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다양한 상품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여름 제품을 소화하기 위해 태닝을 하기도 하고, 식품 방송을 잘 해내기 위해 유튜브 ‘먹방’을 연구하기도 한다. 레포츠 제품을 위해서는 몸매 관리도 필수다.

쇼호스트로 진출하는 방법은?

쇼 호스트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듯한데, 
어떤 경로가 있는지? 또 본인은 어떤 방식을 택했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학원을 다니며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죠. 정보도 얻고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 외에도 개인적인 연습이 많이 필요해요. 혼자서도 수없이 말하고, 거울 앞에 수없이 서보고, 자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현직의 쇼호스트와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죠. 홈쇼핑을 드라마 보듯 봐야 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특히 홈쇼핑을 많이 시청하시는 어머니나 여성분들께 보여드리고 평가를 들어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제 경우는 아무것도 몰랐던 초기에 발음을 교정하고 발성을 배우기 위해 아나운서 학원을 다녔죠. 또 개인적으로 공채 일정을 계속 체크했어요. 혼자서 신문도 소리 내어 읽어보고, 제가 좋아하는 선배 쇼호스트 분들을 롤 모델로 삼아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쇼 호스트로서 필요한 자질,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경험, 자신감, 긍정 에너지 등 많은 게 필요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센스’입니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생방송이라도 센스만 있다면 얼마든지 방송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죠.

성과가 바로 보이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매출에 대한 압박감도 상당할 듯한데요.

물론 모든 일에는 결과물이 있어야죠. 쇼호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가 좋아야죠. 하지만 그건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과에 압박을 받아 없는 정보를 만들어내서 고객을 현혹시키는 건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죠. 당장 눈앞의 성과만 보고 과장된 방송을 한다면 고객은 그 다음부터 저를 믿지 않을 테니까요.

대학생들 중 쇼호스트를 꿈꾸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자기만의 색깔을 나타내야 해요. 성공한 쇼호스트는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 스타일에 맞는 상품과 방송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죠. 일단은 홈쇼핑 방송을 많이 보고, 프로 쇼호스트의 스타일과 방송진행 과정을 적어가며 공부하세요. 롤 모델을 정하고 따라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면 자신의 장점을 더해보세요.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자신만의 색깔이 나오게 될 겁니다.

쇼 호스트로서 냉정한 조언을 해 준다면?

겉 보기에는 화려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만큼 외롭고 힘든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쇼호스트로서 어느 위치까지 가고 싶은지, 그리고 쇼호스트를 관둔다면 다음에는 어떤 직업을 가질지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아요.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미래를 대비할 필요는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