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글로벌 위상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으로서 이미 세계 70여 개국에 지사를 거느리고 있고 자체적인 최고 인재 프로그램을 운영, 각국의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IG프로그램을 통해 채용 된 직원은 트레이닝 기간 동안 통칭 ‘IG’로 불린다. 정연희 씨 역시 현재 서울 종각에 위치한 한국스탠다트차타드은행에서 IG로서 트레이닝 중이다. 1년의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면 과장 직책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즉 IG프로그램이란 일종의 간부 육성 채용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제 25세에 불과한 그녀가 한국에서 단 10명만을 선발하는 IG로 채용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대학시절부터 해외 경험의 기회가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래서 유난히 외국의 친구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많이 했어요. 정부 간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같은 거였죠. 그러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계기업을 비롯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을 염두하게 됐어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IG로 채용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죠. 지금은 1년간 각 부서를 돌며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에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은 기업 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transaction banking부에요. 지난해 8월에 입사했으니 이제 트레이닝 기간을 거의 채워가고 있죠.
일반적으로 출근시간은 9시 30분이지만 보통 9시까지 출근을 해요. 아침에 책상에 앉으면 싱가폴에서 만든 리서치 자료나 부서에서 공유하는 인트라넷의 공지를 읽고 해야 할 업무를 파악하죠. 이제까지 3개월씩 다른 부서를 돌며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업무가 전형적이진 않아요. 현재는 데이터 분석을 한다거나 회의 참가해서 회의록 작성을 한다거나, 필요하면 세일즈 자료를 만들어서 부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가기도 하죠.
일단 한국에서 위상보다 글로벌 위상이 더 높은 은행이라는 걸 알았어요.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요. 또 전략적으로 신흥개발도상국에 많이 진출해 있다는 것도 알았죠. 저희 은행은 아프리카와 중동 쪽을 전략시장으로 설정하고 거기서 베스트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따지고 보면 그런 점이 제 개인적인 꿈과 맞았어요. 대학시절부터 신흥개발도상국에 가서 도전적인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한국에서 일을 배운 다음에는 금융 허브로 일컬어지는 홍콩이나 싱가폴의 마켓에서 또 다른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 후에는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제 계획이에요.
맞아요. 직책은 아니고 2005년부터 금융권에 자리잡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이에요. 은행 내부적으로 빨리 승진을 할 수 있는 인재 채용 프로그램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총 10명이 HR, 소매금융, 기업금융 분야로 선발됐는데 매년마다 기수가 있어요. 대신 소속되는 부서는 제 각각이죠. 저는 기업금융 분야로 선발 된 IG 중 한 명이고요. 저희처럼 선발 된 인원들은 다른 나라 지사에도 있어요. 선발 된 이후 처음에는 그 모든 인원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모아놓고 5주간 공부를 시키고 시험을 보고 등수를 매기죠. 지금 하고 있는1년의 트레이닝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각 지사에 지원을 하게 되요. 쿠알라룸푸르 워크숍 때 결과에 트레이닝 결과가 더해져 평가 기준이 되죠.
감사한 일이죠. 제가 원하는 해외경험에 대한 기회가 굉장히 많고 앞으로도 주어지는 경험의 기회가 많거든요. 또 계속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진다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은행업무는 크게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으로 나눠져요. 입사를 하면 둘 중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선택할 수 있는데, IG프로그램의 경우 기업금융은 학사, 소매금융은 석사 학위가 있어야 해요. 소매금융 분야를 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창구 일부터 시작을 하는 게 보통이죠. 그렇지만 IG로 입사를 하게 되면 좀 다른 일을 하게 되요. 제 경우는 기업금융 분야인데, 그 중에서도 저희 부서인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부는 가장 기본적인 상품을 파는 일을 해요. 기업금융 분야에서 40% 이상의 수익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이기도 하죠.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캐시 매니지먼트라고 해서 자금을 관리하는 것, 두 번째는 트레이드 파이낸스라고 해서 무역 금융을 담당하는 일이죠. 수출입업자들이 무역을 할 때 보증을 서 준다거나 채권을 미리 사주는 일이 주 업무에요. 나머지 하나는 증권과 관련 된 업무고요. 제 경우 1년 동안 트레이닝을 하면서 내가 어떤 부서에 맞는지 적성을 확인해 볼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또 여러 부서를 돌면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고 넓은 시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조직 구성은 일반 기업과 비슷해요. 저희 부서를 예로 말씀 드리면 상품팀, 판매팀, 판매한 상품을 유지해주는 팀이 있어요. 제일 기본이 되는 건 세일즈 팀인데 그 팀은 다시 고객 군 별로 나눠져요. 외국 고객, 국내 기업 고객, 금융기관 부서 등으로 나눠져 있죠. 하나의 팀은 평균적으로 팀장을 포함해 직원들까지 5명 정도로 구성 돼 있고요.
그렇죠. 아직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트레이닝 과정이 끝나면 많지 않은 나이에 높은 타이틀을 맡기 때문에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고요. 더 열심히 해서 많은 걸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이 생기죠. 또 그 만큼 회사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압박감이 좀 있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그게 더 도전 의욕을 일으켜서 좋다고 생각해요.
동호회도 운영되고 있고 수요일은 해피 웬즈데이(Happy Wednesday)라고 해서 빨리 퇴근하라는 문구가 컴퓨터 스크린에 떠요. 오후 6시에 한번 뜨고 다시 6시 20분에 ‘10분 후에 PC가 종료됩니다’라는 문구가 또 뜨죠. 금요일도 마찬가지고요. 그 외에 특이한 기업문화는 여성인력을 굉장히 많이 채용한다는 거예요. 대략 40% 정도가 여성 인력이죠. 또 여성 리더끼리 워크숍을 따로 마련해서 여성 직원 간에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요.
출장은 아직 없었어요. 굳이 해외 경험이라고 한다면 IG프로그램에 선발 된 이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낸 워크숍이죠. 80여개국에서 선발된 250명 정도의 IG프로그램 선발 인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문화에 대한 것도 있었고 은행의 비전, IG 역할은 어떤 것인지, 각자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동남아, 미국, 아프리카 친구들과 언제 그런 기회를 가져보겠어요. 그 경험은 제게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 같아요.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각 나라 사람마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면서 다름에 대해 인정한 다음 왜 다른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제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 의미 있었어요.
지금은 여자 농구팀을 만들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헬스를 하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째는 언어 능력이죠. 업무에 있어서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거든요. 이메일도 물론이고 외국 고객을 상대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계속 공부를 해 왔지만 지금도 영어소설, 신문기사, 미국 드라마를 통해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마지막은 업무관련 지식인데, 기업 금융 분야는 ‘CFA 레벨1(Chartered Financial Analyst LV1, 미국투자관리 연구협회 CFA Institute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인재무분석사 시험)’ 자격을 꼭 획득해야 하거든요. 사내 업무 관련 트레이닝 자료와 함께 틈틈이 공부하고 있죠.
스펙 보다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펙이라는 것은 결국 이런 저런 것을 했다는 결과물을 의미하잖아요.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했는지가 분명하고 어떻게 접근을 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적인 스펙이 아주 필요 없다는 건 아니에요. 저 역시 노력을 했죠. 세 번의 인턴 과정을 거쳤고 교양활동도 많이 하려고 했고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던 것 같아요. 영어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많이 쓰려고 노력을 했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일부러 선택해서 들었죠. 교환학생을 2학기 정도 캐나다로 다녀오기도 했고요. 그 후에도 교내에 있는 교환학생들을 친구로 사귀어서 영어를 일상화하려고 노력했죠.
그건 사실 비슷하게 적용이 되요. 신속하고(Responsive), 믿음직스럽고(Trustworthy), 국제적이고 (International), 창의적이며(Creative), 용기가 있는(Courageous) 사람이에요. 좀 추상적이죠(웃음). 저는 선발 과정의 면접에서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개발국을 가고 싶다고 했고 좀 더 도전적인 환경에서 자극 받는 것을 즐긴다고 했어요. 또 좋고 싫음은 분명히 말하는 성향임을 밝혔죠. 제 생각에 그런 점이 용기 있다는 인상을 심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은행에 입사하기 전에 외국계 글로벌 기업인 GE와 BCG그룹에서 인턴 경험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경험이 참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외국계 기업들은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것은 강조했거든요. 모르는 게 있으면 항상 묻게 하고 문제가 보이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도록 하게 하는 문화였죠. 전 그게 좋았고 그래서 더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던 거고요. 당시에 경험했던 방식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입사하고 나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고요. 또 정부간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외국 친구들과 소통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고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있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포용성과 유연한 사고를 배웠죠. 그러면서 한국적인 게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죠.
대략 4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두 가지로 나뉜 온라인 시험이에요. 하나는 논리력을 판단하는 시험이고 나머지는 수리력을 판단하는 시험이죠. 당연히 모두 영어로 돼 있어요. 두 번째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과 원활한 소통 능력을 검증 받죠. 세 번째는 ‘비즈니스 시나리오 케이스 스터디’라고 해서 여러 명이 함께 하는 토론 면접이에요. 말 그대로 비즈니스 케이스가 주어지고 찬반을 나누거나 역할을 나눠 토론을 하는 방식이에요. 네 번째는 자신이 들어갈 비즈니스의 헤드 분들과 면접을 봐요.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받았던 질문이에요. ‘너의 인생에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었나’, ‘리더였던 경험이 있나’, ‘어떤 리더였고 어떤 상황이었나’.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겠나’. ‘왜 이 은행이 너를 고용해야 하나’ 굉장히 디테일하게 질문을 하죠. 정말 확실한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다면 대답 할 수 없던 것들이었어요. 제 경우 그간의 모든 경험들이 탄탄한 스토리가 되어서 도움이 많이 됐죠. 매 순간마다 정말 하고 싶고 원했던 활동들이다 보니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요즘 스펙을 많이 강조한다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떠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열심히 한다면 그게 결국 자기 스토리로 남는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걸 찾는 거예요. 다들 차별화하라고 하는데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의미거든요. 물론 기본적인 건 해야죠. 언어라든지, 업무에 필요한 기술적인 능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 같은 것이죠. 다양한 사람 만나고 유연한 사고를 갖출수록 그런 역량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이야기고, 개개인마다 방법은 다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정답이란 거죠.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길은 열릴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