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총본부라고 할 수 있다. 1급 보안사항의 신차와 신기술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라 출입절차도 상당히 까다롭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자 남다른 자부심이 깃든 얼굴의 김태혁 연구원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얼굴에는 남다른 자부심이 서려있다. 31세, 지난 2010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 입사를 한 그는 올해 4년차 사원이다.
환경차라는 것은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그리고 연료전지차를 얘기하거든요. 최근의 자동차 산업은 전자제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환경차의 경우는 제어가 필요한 영역이 굉장히 많고요.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제어기’라고 하는데 저희 팀은 친환경자동차에서 쓰이는 제어기 중에서도 차량 구동이나 전체 상태를 관장하는 최상위 수준의 제어기를 개발하고 있어요. 특히 하이브리드자동차에 쓰이는 제어기를 HCU(Hybrid Control Unit)라고 하는데요. 저희가 최근 최초로 양산한 게 아반떼 하이브리드 LPG, LPI 차량, 북미시장에 진출하면서 내 놓은 소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등이 있죠. 요즘에는 레이 전기차와 소울 후속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희 집이 동부이촌동이거든요. 출근을 하려면 보통 6시 쯤 버스를 타야해요(웃음). 회사에 도착하면 7시 정도 되는데, 아침을 먹고 정식 출근 시간인 8시까지 자리로 가죠. 8시 30분까지는 자기개발시간이라 영어공부를 하거나, 자동차 업계 동향을 확인하곤 해요. 그리고 그날 해야 할 업무를 점검하기도 하고요. 8시 30분부터 10시까지는 집중 업무시간이라고 해서 주로 보고서를 작성해요. 그렇게 12시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는 실차 테스트를 하거나 다른 팀과 업무 협의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죠. 본 업무 시간은 5시까지인데, 만약 야근을 하게 되면 50분 정도 식사를 한 뒤 7시 30분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을 하게 됩니다. 야근은 일주일에 2번 정도 하는 편이고요.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라고 해서 무조건 오후 5시에 퇴근하게 돼 있어요.
친환경차 기술은 현대자동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기술적으로 선두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죠. 또 우리가 만들어 낸 성과들이 차량의 연비를 높이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매연을 저감시키게 되니까 그만큼 환경보호에 이바지 한다는 생각도 해요. 환경차와 관련 된 일을 하는 연구원들은 특히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2011년 소나타 하이브리드가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초기대응업무를 위해 약 2개월 간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현지에서 업무를 보며 그간 실감하지 못했던 현대자동차의 위상, 우리가 개발한 기술에 대한 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몸소 느낀 기회가 됐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에서 직접 차를 몰고 차량주행시험을 했던 일인데요. 주행 부하가 생길 것을 우려해 창문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1시간가량을 달렸어요. 캘리포니아 평균 온도가 40도 정도거든요. 그때 고생을 좀 했죠(웃음).
김태혁 연구원은 국민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03 학번으로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했다. 학부시절 그가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 온 노력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두 자동차연구개발자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
학과 강의와 활동은 기본적인 것만 했고요.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주력했던 것은 중앙 봉사동아리인 ‘RCY’ 활동이었어요. 같은 과 선배님과 다른 과에서 모인 친구들이 많았어요. 선배님에게서는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듣게 되면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죠. 다른 과 친구들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었어요. 보통 공학도는 폐쇄적이고 공부만 한다고 하는데 인문계열 학과, 예체능계열 학과 친구들과도 교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됐거든요. 그 친구들과 함께 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고 경영 관련 학회에 참여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죠. 그런 경험이 제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1년 동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 제일 도움이 됐어요. 반년 정도 어학연수를 받고, 나머지 반년은 딸기 농장 같은 곳에서 일하며 여행을 다녔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내가 그동안 굉장히 미약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이전까지 저는 그저 취업을 해서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나라 친구들과 교류를 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갖게 되고 시야도 넓어지고 꿈의 크기도 커진 거죠.
학부 시절 내내 학점은 중상 정도의 수준만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공부하면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어요. 스펙을 위한 점수를 만들기보다 제가 잘 할 수 있고 이해하는 전공 분야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했죠. 보통 학부생의 경우 단답형 질문에는 곧잘 대답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받게 되면 대부분 당황하거든요. 저는 전공과 관련 된 질문이 왔을 대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쌓는데 주력한 거죠. 영어는 호주 어학연수 갔던 것이 도움이 많이 돼서 몇 개월 정도 학원을 다니면서 실력을 유지했고요. 면접은 친구들과 모의면접을 해가면서 준비했어요. 제가 면접장에서 잘 떠는 스타일이었거든요(웃음). 그래서 가장 많이 연습을 했어요. 거울을 보고 하기도 하고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했던 것이 가장 도움이 됐던 것 같네요.
학교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는 빠지지 않고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저희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의 전 부회장님께서 직접 학교에 오셔서 하신 강연이었어요. 그 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죠. 또 학교에 경력개발센터에서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각 회사에 대한 정보나 실제 면접에서 중요한 점 등을 센터 선생님께서 1대 1 코칭으로 알려주시기도 했고요. 그런 것이 참 많이 도움이 됐어요.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기까지 네 군데 회사에서 떨어졌어요(웃음). 제가 지원 한 회사 중에 가장 일하고 싶었던 곳이 현대자동차와 두산인프라코어였는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종 면접까지 가서 떨어졌죠.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떨어지고 나니 당시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얼마 동안은 정말 자포자기한 심정이었어요. 희망했던 회사 네 군데가 모두 떨어지고 나서 남은 것은 현대자동차뿐이었거든요. 절박한 심정으로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면서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실패의 과정이 있었기에 현대자동차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서류전형을 거치고 직무적성검사를 보게 되요. 거기서 통과하면 면접을 보죠. 현대자동차의 면접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많은 지원자가 여러 임원들 앞에서 면접을 보는 다(多)대 다(多) 방식이라는 거예요. 단체로 들어가서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하고 군대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도 특이했죠(웃음). 현대자동차 면접의 가장 핵심은 ‘100초 스피치’라고 생각해요. 100초 동안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식인데, 그 안에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거든요. 또 현대자동차란 회사가 대외적으로도 조직문화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면접관의 질문 역시 ‘자네가 회사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와 같이 직설적이에요. 그렇게 임원면접을 보고 나면 실무자들의 전공면접을 보게 되죠. 그분들은 계속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쉽게 말씀을 하시는데, 면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어려워요. 저는 당황하지 않고 아는 한에서 정확하게 말했는데 그게 좋은 인식을 준 것 같아요. 사실 그분들도 학부생 수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답을 원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기본 지식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는 거죠. 마지막으로 영어면접이 있는데, 외국인과 해외업무 실무자가 나와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수준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예를 들어 ‘아침에 어떻게 여기에 왔나’ 정도죠. 단, 문제는 이 세 가지 면접을 하루에 다 봤다는 거예요. 제 경우는 굉장히 긴장을 했지만 그래도 면접 스터디를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예상답변은 하나도 맞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여유 있게 대답할 수 있었거든요.
힘들었던 당시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이 제게 큰 영향을 줬어요. 현재의 어려움이나 시련도 지나고 보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는 말이에요. 그저 제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 그뿐 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냈죠. 물론 취업을 준비하면서 저 역시 스펙에 강박관념을 가진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스펙을 위해 자격증을 땄는데 나는 없을 때 고민이 많았거든요. ‘왜 이렇게 살았나’ 생각이 들면서 제 스스로를 낮추게 되더라고요. ‘내가 과연 현대자동차에 취업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 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가능하다고 믿고 부족한 것을 파악하고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고요. 긍정적인 생각을 갖지 못했다면 낮은 목표를 잡았을 거예요. 만약 그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