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컴퓨터그래픽과 디자인 일반 수업을 진행하는 이빈나 동문. 그녀는 일과 삶의 균형은 물론, 방학까지 있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직업인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일 슬럼프를 겪으며 공부에 매진한 고시생이었다. 그녀는 예전에는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학생들의 정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녀가 꿈꾸는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까지 이곳에 담았다.
광고회사 디자이너에서 대학원 진학까지
이빈나 동문이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한 걱정을 시작한 건 3학년 때부터다. 학부생 때는 선생님의 길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공 분야가 적성에 잘 맞아 같은 계열로 취업만 생각했다고. 또한, 학과 내에 교직 이수 과정이 없었기에 선생님의 길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학과 특성상 실습 위주라 동아리는 따로 하지 않았어요. 대신 공모전을 정말 많이 나갔어요. 실내디자인학과다 보니까 ‘래미안’이나 ‘자이’에서 진행한 공모전이 큰 규모였어요.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래미안 공모전에서는 수상권 안에 들기도 했었죠.”
이 동문은 졸업 후 한화그룹의 계열사 중 광고회사인 한컴에 취업했다. 그녀가 일했던 부서는 스페이스 디자인팀으로, 주로 전시나 실내 건축 관련 디자인 업무를 맡았다. 이후 IT 회사에서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하지만 워라밸, 즉 개인의 시간과 업무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민했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눈을 뜨면서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 남편 직업도 교사예요. 자연스레 이 길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처럼 대학생 때 교직 이수를 하지 않았던 분들이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요. 저는 대학원 2년, 임용고시 공부 기간 1년 반을 거쳐 2016년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됐어요.”
1년 6개월 만에 임용고시 합격
이빈나 동문은 1년 반 만에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임용고시생들이 시험 준비에 돌입하고 최종 합격까지 평균 2년 2개월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합격한 편이다. 그녀의 합격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녀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거치며 임용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험 때 임신한 상태였어요. 두 번째 시험 때는 출산하고 6개월 지난 이후에 공부해서 합격했죠. 아기를 두고 공부하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육아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었어요. (웃음)”
그녀가 공부한 과목은 ‘디자인·공예’다. 임용 인원이 적기로 유명해 작년에는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이 동문은 ‘운이 좋았다’며 연신 겸손의 말을 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매일이 슬럼프였던 거 같아요.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암울했고요. 특히 고시를 준비하기 전에 염두에 둬야 할 건 외로움을 이겨야 한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는 당연히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힘들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 힘들다고 투정 부릴 수도 없고요.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임용고시 공부 꿀팁>
모든 임용고시는 기본적으로 교육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전공 시험을 본다. 임용고시 시험은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단답형과 서답형으로 이루어진 a형과 서답형과 논술형으로 이루어진 b형을 모두 봐야 한다. 임용고시는 1차 필기시험으로 최종 합격자의 1.2배수 정도를 뽑는다. 그리고 수업 실연, 면접을 거친 후,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가린다. ‘디자인·공예’ 과목은 실기 시험이 추가로 있다.
고시는 의자에 엉덩이를 오래 붙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을 공부했는지가 관건이다. 이빈나 동문은 뇌를 자극할 방법으로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필기 노트로 공부했고, 두 번째는 필기 노트를 보지 않은 채 개념을 외우며 중얼거렸고, 세 번째는 포스트잇으로 텍스트 일부분을 가리며 문제를 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면 외우지 못한 개념도 뇌가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저는 절대 제가 잘나서 임용고시에 합격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지금도 저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현재 열심히 준비 중이신 분들에게 어떤 비결이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다만 죽을 만큼 해보라고 전하고 싶어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야 후회가 없거든요.”
선생님으로 새롭게 도약하다
이빈나 동문은 현재 27명으로 이루어진 한 반의 담임을 맡고 있다. 2016년에 부임한 이후 어느새 3년 차를 맞았다. 이 동문은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선생님이란 그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잘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막상 현직에 들어서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랐다고 한다.
“지식과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정서적인 지원인 것 같아요. 물론 100% 다 충족시켜 줄 수는 없지만, 선생님이라는 자리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사무적으로 대하면, 아이들도 똑같이 대하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먼저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치면서 다가가면 애들도 같이 좋아해 줘요.”
디자인 과목을 가르치는 만큼 그녀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중이다.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이외에 행정 처리 업무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편안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시거든요. 아이들이 저를 그만큼 훌륭한 선생님으로 기억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심리적이든 정서적이든 편안한 사제 관계가 형성되면 좋을 것 같아요. 나름 소박한 저만의 꿈입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