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정도면 회사에 도착한다는 이은미 씨. 이른 아침부터 정장을 차려입고 여의도에 들어서는 패기만만한 직장인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시생 신분이었기에 자신이 직장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다. 출근 후 그는 그날 공보팀에서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준 조간 스크랩 기사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금융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업무에 관련된 지식을 쌓으며 그날 해야 할 업무를 노트에 정리한다.
보통 기업의 홍보 업무가 그렇듯 공보실은 금융감독원의 업무관련 보도자료 배포, 언론기관에 대한 인터뷰 및 기자실 운영 등 대 언론기관 관련 및 대내외 홍보 업무를 담당한다. 공보실은 공보팀과 홍보팀으로 나뉘는데, 공보팀은 대외적인 부분을, 홍보팀은 대내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홍보팀 조사역인 이은미 씨는 오전에 외신동향 및 스크랩 작성과 주요 외신의 모니터링 업무를 한다. 다시 말해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널스타임즈’의 기사를 번역해 인트라넷에 올리는 것이다.
매번 같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보도 자료를 게시하고 홍보용 영상이나 금융피해를 예방하는 영상들을 올리는 작업을 한다. 금융소비자들이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알기 쉽고 재미있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업무중 하나다. 특히 요즘은 네이버/다음 등의 인기 웹툰 작가 8명의 작가를 활용해 금융이해도가 낮은 계층의 눈높이에 맞춘 ‘2013금융이야기 금(金)툰’이라는 웹툰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방향을 전환해 1년의 취업준비 끝에 금융감독원에 입사한 늦깎이 신입사원 이은미 조사역입니다. 6년 가까이 사법시험을 공부했고, 원 없이 오래시간 공부를 했던 탓인지 미련도 후회도 없이 취업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직장에 들어오게 돼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법 공부를 했으니까 오랫동안 공들였던 것을 포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공부했던 법학 지식을 활용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금융감독원의 업무가 원칙이나 규칙과는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법학을 전공한 저와는 맞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하잖아요. 원칙을 고수하는 일과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일이 서로 공존하는 부분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지난해 5월 중순쯤에 시작해서 한 달간 영어 학원 다니면서 토익을 준비했어요. 필기 준비는 7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교내에서 스터디를 했죠. 사법시험 2차 필기는 법전을 펴 놓고 시험을 보는데, 금융감독원의 필기전형은 법전 없이 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외우면서 답안지를 쓰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금융감독원의 유형에 맞게 스터디를 한 거죠. 실력이 좋은 사람들도 금융감독원 유형에 맞춰 준비를 하지 않으면 떨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기준비 같아요.
1차가 7~8명씩 나눠서 집단 찬반토론으로 면접이 진행됐어요. 한참 이야기가 많았던 하우스푸어와 공적지원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문제가 나왔죠.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3분 동안 피력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피력했던 반대의 입장에서 토론을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물론 당황했죠. 업무를 하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견해와 다른 입장에서도 일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반대 의견으로 상대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음은 집단토의였는데, 해외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하는 거였어요. 전지 3장에 기획의도부터해서 일정과 데리고 갈 직원의 수, 예산까지 계획을 짜서 발표를 하는 거였거든요. 전지에 작성하는 시간까지 1시간 30분을 줘요. 정말 짧은 시간이죠. 모르는 사람끼리 한 팀이 돼서 일을 진행해야 하니까 더 어려웠어요. 마지막은 개인 PT를 했어요. 고등학생과 곧 취업을 하는 대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데 아이디어를 2~3가지씩을 제시하라는 거였죠. 3분 생각하고 2~3분 정도 생각을 정리한 것을 발표했어요.
마지막으로는 인성면접을 했는데, 저에게만 집중되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인성면접이 가장 떨렸어요. 참 고마웠던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살아오면서 고시공부 말고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 해보라는 질문이었는데, 잘 대답하지 못했어요. 고시공부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는데, 그 것을 빼라고 하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고요. 고시공부 말고는 힘들었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제가 부모님 덕분에 참 편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든 고시공부였지만 그것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잖아요. 그런데 부모님은 언제나 제 뒤에서 저를 믿고 기다려주시고 지원해 주셨잖아요. 정말 부모님께 감사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신문이나 뉴스에서 금융감독원을 접했을 때는 권위적이기도 하고, 일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잖아요. 반면에 들어가면 명예나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입사를 하게 되니까 막연하게 기대되는 것 보다는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어요. 어떤 일이든 내 이름을 걸고 하게 되잖아요. 내가 하는 일이 금융시장에 바로 바로 반영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한 것 같아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 기본이겠죠. 그리고 늘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이 처음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잖아요. 그런데 끝까지 하지 못할 행동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변함없이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요. 가식적으로 아부, 과장된 행동이 아닌. 아직 좌충우돌 신입이라 노하우가 있다면 제가 얻고 싶네요(웃음).
멘토라기 보다는 버팀목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가 제게 가장 힘을 주시는 분이에요. 무슨 일이든 딱히 조언을 해 주지 않으세요. 묵언의 조언이죠. 제가 장녀라서 그런지 언제나 모든 것을 믿고 맡겨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의 모든 일들을 제가 결정했어요.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정말 제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법시험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금융감독원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가 저를 믿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취업을 준비할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 같다고 하잖아요. 자신은 항상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을 하지만 내일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라면 이런 마음 때문에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매순간 최선을 다 하면서 준비를 하다보면 분명히 끝은 있다는 것을요. 저도 그랬어요. 취업준비생 이었을 때 초조하고 불안했죠. 그런 저를 보고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네가 갈 곳은 분명 있다.’라고요. 그 말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정말 취업을 하고 나니 ‘여기에 오려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기다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들어가고자 하는 곳에 맞춰서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하고 싶어요. 너무 조급해하는 마음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남들보다 좀 늦다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