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잘파세대 (Z세대와 알파 세대의 합성어) 를 중심으로 확산된 ‘백꾸 (백 꾸미기)’ 혹은 ‘가꾸 (가방 꾸미기)’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홍콩 출신 아티스트 Kasing Lung 에 의해 탄생한 몬스터 엘프 캐릭터인 ‘라부부 (Labubu)’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라부부의 유통업체인 팝마트의 매장은 한동안 오픈런의 성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에서는 희귀템 라부부가 출시가 대비 2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여러가지 색상의 라부부, 출처: Pop Mart
▲ KREAM 에서 높은 가격으로 리셀되는 라부부
필자 역시 최근 이니셜이 새겨진 미니 라부부를 선물 받아 직접 ‘가꾸’에 동참해보니 잘파세대가 왜 이토록 라부부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라부부의 인기에 숨겨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라부부는 한 시리즈에 보통 8~12개의 기본 색상에 희귀 색상인 ‘시크릿 색상’ 1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박스를 열기 전까지는 어떠한 색상의 라부부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형태이다. 이러한 보상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내가 원하는 색상의 라부부를 언제 뽑을지 알수 없음) 은 소비자의 욕구와 기대감을 강력하게 자극하고, 뇌의 보상회로를 격렬하게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나아가,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 구매를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보상에 대한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소비자들이 여러 개의 라부부를 동시에 구매하고, 내가 원하는 색상 이외의 캐릭터는 리셀의 형태로 판매하는 현상을 만들어 내며 당근, 크림(KREAM)과 같은 플랫폼의 거래량을 증가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
또한, 라부부의 못생긴 듯 귀여운 (ugly-cute) 외형은 전통적인 ‘미 (美)’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Ugly-cute” 이미지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머(humor)와 긍정적인 놀라움 (surprise)을 유발하고, 이러한 연쇄적인 감정적 반응들이 결과적으로 ugly-cute 캐릭터에 대한 쾌감과 매력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서적인 복합 경로를 통해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ugly-cute 아이템은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깨고 새로운 미적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사회의 기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잘파세대의 정체성 차별화 욕구와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가방을 꾸미기 위해 소비하는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대부분 저렴하지만, 감정적인 보상이 큰 상품으로 일종의 ‘접근 가능한 사치품 (Affordable luxury)’’이다. 즉, 고물가 시대에 이러한 아이템들은 경제적인 큰 부담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인 트렌드에 참여할 수 있는 ‘저위험-고보상’ 소비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벗어난 캐릭터, 전통적인 의미의 사치재를 대체하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일상의 사치 그리고 자아 표현 욕구의 결합. 이것이 기성 세대에게는 잘 공감 받지 못할 아이템이 전 세계의 잘파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얻은 이유가 아닐까? 라부부의 인기는 이제 조금씩 잦아들고 있지만, 우리는 또 어떠한 제 2의 라부부를 만나 새로운 소비문화를 경험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