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AI)의 시대의 서막을 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알파고의 등장 이래, AI 는 더 이상 연구소 내의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자리 잡았고, 여타 다른 사업들과 마찬가지로 AI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마주하고 있다. AI의 등장은 브랜드가 소비자와 관계 맺는 방식, 나아가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무대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영역에서 AI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AI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감성 분석은 브랜드가 수천, 수만개의 소비자 리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식별하고,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게 한다. 가령, SSG닷컴은 2024년 4월 국내 이커머스 최초로 리뷰에 GPT를 도입하여 개별 상품에 등록된 수많은 리뷰를 한 문단으로 요약 및 종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사한 사례로 배달의 민족 역시, 1/3에 달하는 서비스 이용자가 메뉴나 가게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앱을 사용한다는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뚝딱”을 도입하였다. 이는 배달의 민족에 축적된 400만 리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상황, 맥락에 맞는 최적의 메뉴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불금,” “아이와 함께 식사”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맥락상에서 주문했던 메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 SSG닷컴의 GPT 기반 리뷰 (왼쪽), 
배달의 민족의 메뉴AI
유통 측면에서도 브랜드는 이제 AI를 활용한 수요예측을 통해 매장별로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따라 재고를 최적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ZARA 의 경우, AI 기반 수요예측을 통해 매장별 판매 가능성을 예측하고, 실시간 판매 데이터, SNS 내 브랜드 관련 컨텐츠, 계절 요인, 매장 내 피드백을 함께 분석하여 지역별로 최적의 재고를 배분한다. 다시 말해 자라는 “AI 기반 데이터가 곧 물류 전략”인 구조를 갖추어, 무한 경쟁의 리테일 산업에서 똑똑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브랜드가 된 “쿠팡” 역시, 이러한 AI기반의 수요 예측과 물류 관리를 통해 “전 국민 로켓배송” 시대를 현실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광고의 제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과거에는 광고가 온전히 인간의 창의력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가 크리에이티브 과정의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광고 내에서 성공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한 브랜드로는 케쳡 브랜드 Heinz 가 있다. Heinz 는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케쳡=Heinz” 의 공식을 크리에이티브하게 담아내기 위해 “It has to be Heinz” 슬로건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집행해왔다. Heinz 는 2022년 오픈AI의 DALL·E 2를 활용하여 캠페인을 집행하는데, 해당 캠페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캠페인은 DALL·E 2의 프롬프트에 “케쳡 르네상스,” “케쳡 타로카드,” “케쳡 아메리카나” 등 케첩과 연관된 그 어떠한 단어를 입력을 해도 AI가 Heinz 케쳡병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보여주며 “심지어 AI도 케쳡=Heinz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순히 AI가 생성해낸 텍스트와 이미지를 광고 내에 차용하며 선진 기술의 도입을 뽑내는 기업이 범람하는 가운데, Heinz 의 AI 기반 캠페인은 기업이 어떻게 AI를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 Heinz A.I. Ketchup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LFmpVy6eGXs
이같이 AI 기술이 마케팅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AI가 가져온 비지니스의 효율성과 편리함의 그늘에는 여전히 윤리적 문제가 존재한다. 몇 해 전, 에어캐나다의 AI챗봇이 고객에게 할인 운임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결국 에어캐나다가 고객과의 소송에서 패한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례는 기술은 결국 브랜드의 AI 챗봇이 생성한 잘못된 정보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결국 기업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AI 시대의 마케팅은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태도와 철학의 문제가 될 것이다. 기업이 기술의 혁신과 윤리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브랜드가 AI를 어떠한 시각으로 다루느냐가 AI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지 않을까.
